돈의 지혜 - 삶을 관통하는 돈에 대한 사유와 통찰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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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갖는 것이 지혜라는 의미도 있고, 돈에 의문을 가져보는 것이 지혜라는 의미도 있다. 우리는 돈 때문에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늘 조율을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돈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철학자가 된다"(15).

성경 중 하늘의 지혜를 담고 있다는 잠언서에 보면,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라는 기도가 나옵니다(잠언 30장 8절). 부하게 되면 배가 불러 하나님을 모른다고 할까봐, 가난하면 도둑질을 하고 하나님을 이름을 욕되게 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은 부하게 하시는 분도 하나님시요, 재물을 얻게 하는 능력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라고 가르치면서도, 돈을 사랑하지 말라고 계속해서 경고합니다. 재물을 얻고 누리는 것은 분명 복지만, 돈이 인생의 목적이 되고, 돈을 쌓는 일에 인생을 걸다 보면, 우리가 돈의 주인이 아니라, 돈이 우리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돈의 지혜>는 돈의 이런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속성을 날카롭게 파헤친 돈에 관한 철학입니다! "돈은 천박하면서도 고귀하고, 허구이자 현실이다. 돈이 사람을 갈라놓기도 하고 맺어주기도 한다. 돈은 너무 넘쳐나도 두렵고, 너무 모자라도 두렵다. 돈은 악을 행하는 선일 수도 있고 선을 행하는 악일 수도 있다"(11). 우리는 모두 돈에 대한 혐오와 숭배 사이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금욕주의적인 삶을 산다고 해도, 누구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신의 존재에 대해 철학하듯이 <돈의 지혜>처럼 돈에 관한 철학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돈의 지혜>를 읽어 보면, 돈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 먹고 살기 위한 도구 정도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참 많은 속성을 드러내는 척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돈은 상호 간에 약속이라는 측면에서 신뢰의 척도이기도 하고, 우리의 열정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욕망의 척도이기도 하고,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지혜의 척도이기도 하고,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려할 때 가치의 척도이기도 합니다.

<돈의 지혜>를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돈을 대하는 미국과 유럽, 특히 프랑스의 차이였습니다. 미국은 돈을 찬양하면서도 청교도 정신의 뿌리가 엄격한 종교적, 애국적 한계선을 그어놓는 반면, 프랑스는 돈을 죄악시하면서도 돈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돈의 양가적 성격에 특히 민감하다는 것입니다(94-95). 그동안 돈의 지배력을 자유롭게 하고 그 힘을 더 키우는 것이 자본주의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자본주의는 돈에 대해 정직한 태도를 지닌 반면, 그것을 비난하는 사람일수록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을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사회의 정의와 부의 재분배를 부르짖으면서도 열심히 일해서 번 내 월급을 세금으로 몽땅 내놓아야 한다면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돈은 아예 사라져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도, 그 운동이 성공하면 뒤로 돈이 쌓이는 것을 즐기는 것도 같은 태도일 것입니다.

<돈의 지혜>는 돈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사유를 통찰하며, 이렇게 결론 짓습니다. "부는 의무를 다하거나 괴로움을 끼치거나 둘 중 하나다"(273). 돈이 주는 최선을 취할 것인가, 재물의 왕국을 세우며 재물의 노예로 살 것인지는 정말이지 우리의 지혜, 돈의 지혜에 달려 있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책의 서두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돈이 제공하는 유일하게 정말로 귀한 값어치는 시간, 마르지 않는 시간의 풍부함이다"(13). 이 책에서 건져올린 가장 귀한 한문장을 고르라면 기꺼이 이 문장을 뽑겠습니다! <돈의 지혜>는 어떤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생각해보라는 듯 툭툭 던지듯이 내놓은 말들이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우리에게는 많은 돈이 아니라, 돈을 사용하는 지혜가 더 시급하다는 측면에서 기꺼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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