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와서 게으름을 피워도 된다는 것은 얼마나 즐겁고도 기분 좋은 일인가.
여행을 가면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난스럽게 일찍 일어나 준비하기로 유명한 나다.
하지만 살아보는 여행은 그런 나에게 게을러도 된다며 여유를 허락해주었다.
- 느린 여행 中에서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 직접 발도장을 찍고 눈도장을 찍는 것보다, 평범한 동네의 골목을 걷고, 비가 오는 날이면 하루 종일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예쁜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는 것이 살아보는 여행의 매력일 것입니다. 부지런한 여행과 게으름을 피워도 되는 여행,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일생에 한 번은 평범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삶의 풍경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그 낯선 공기를 천천히 호흡하는 나와 대면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어봅니다.
이곳을 그리워할 이유는 이렇게나 사소했다.
- 그리움의 이유 中에서
어떤 공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곳에 있는 나를 사랑한다는 말인 듯합니다. "한 달간 교토에 살아보기 여행"을 떠난 이 평범한 여행자는, 사소하지만 우연하게 다가오는 모든 '행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포획해냅니다. 그것이 '낯섬'의 매력 같습니다. 익숙한 것을 경멸하는 버릇이 있는 우리는 낯선 곳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새롭게, 새롭게 마주하는 능력이 생기니까요. 버스정류장이 꽤 멀리 있었던 탓에 만나게 된 풍경 하나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그 낯선 풍경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특별해 보이는 까닭일 것입니다.
내가 탄 역이 이치조지라는 것 외에는 정해진 것도, 아는 것도 없었다.
이 전철이 어디까지, 얼마나 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오늘은 즉흥 전철 여행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고,
큰 용기가 있거나 결심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 순간 내 마음이 전철에 올라타라고 외쳤을 뿐이다.
- 즉흥 전철 여행 中에서
교토의 4월은 봄이 한창이고, 봄비가 한창이고, 벚꽃이 한창이고, 그러면 꽃비도 한창일 것입니다. 4월의 교토로 가득한 이 책을 마주하고 있으니, 한 달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니 단 하루만이라도, 그곳에 발을 디뎌볼 수만 있다면, 작은 동네의 한 카페에 앉아 낯선 공기를 호흡하며 앉아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잘 태어났다는 느낌으로 충만해질 것 같습니다. 여행 중독, 한 달 살아보기 여행의 유행을 불러올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