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그리고 테오 - 반 고흐 형제 이야기
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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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빈센트 반 고흐! '고흐'라는 화가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이 노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노래를 통해서입니다. 저 노랫말 속에 나오는 '고흐'라는 사나이가 가장 슬픈 시의 한 구절처럼 마음에 새겨졌고, 그 후 고흐라는 이름이 보일 때마다 자석에 끌리듯 그렇게 끌려 다녔던 것 같습니다. 평생을 외로움에 시달렸으며, 불타는 열정으로 그림에 몰두했으나 살았을 때는 제대로 인정받은 적이 없는, 실패와 고독과 고뇌가 삶의 배경이었던, 가장 비극적이고 불행했던 예술가의 대명사로 남은 고흐. 그러나 <빈센트 그리고 테오>는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라는 사나이 곁에 동생 테오가 있었음을 증언하는 책입니다.

"둘은 함께 걷고, 또 형제보다, 친구보다 더 끈끈한 사이가 될 것이다. 삶의 의미와 예술의 의미를 찾는 모험에서 서로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삶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하루하루를 함께 힘을 합쳐 쌓아 올려 갈 것이다. 그리고 어려울 때는 서로의 짐을 대신 들어 줄 것이다"(64).

4살 차이의 빈센트와 테오 형제는 빈센트 열아홉 살, 테오 열다섯 살 때 서신을 주고받은 뒤로 평생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이 책은 그 편지를 주축으로 여러 자료들을 모아 빈센트와 테오의 생애를 재구성해낸 것입니다. 마치 화가는 그림으로 말을 하고 전문가는 그 그림을 읽어내듯, 이 책은 일대기가 그려진 전시장을 따라 그림을 읽어주듯 빈센트와 테오의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갈등과 우애를 아름답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테오는 형의 번뜩이는 지성과 사교적인 성격, 그리고 불같은 성정을 사랑한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우울한 기분에 젖기 쉬운 그에게 형은 좋은 해독제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12).

<빈센트 그리고 테오>는 '빈센트 반 고흐'라는 위대한 예술가에 대해 전해졌던 그 어떤 기록보다 따뜻하고, 찬란하고, 애틋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완강하고 끈덕진 데다 고집쟁이인 빈센트 형"을 사랑했던 동생 테오가 늘 형 곁을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은 '고흐'라는 고독한 사나이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고독했던 사나이 '고흐'의 그림이 어떻게 그렇게 찬란한 색과 열정으로 가득 흘러 넘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이제는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란 사나이'를 떠올 때마다 동생 '테오'의 존재가 그림자처럼 붙어 있을 듯 합니다. 둘이 함께 보낸 어린 시절 풍경부터 동생 테오의 품에서 빈센트가 숨을 거둘 때까지, 동생 테오가 어떻게 형을 위해 헌신하고, 형 뒤에서 어떻게 늘 그를 지지해주었는지를 읽어보면,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은 빈센트가 아니라 빈센트 반 고흐라는 위대한 화가를 존재하게 했던 테오가 주인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테오가 없었다면 이 세상에 빈센트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그 어떤 작품보다 감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로, 예술적 동지로 살았던 <빈센트 그리고 테오>. 슬픔이 정렬로 흘러 넘쳤던 빈센트와 그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테오를 함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그 둘이 함께 기억되어지는 한 '고흐'라는 사나이는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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