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웨슬리의 일기 세계기독교고전 3
존 웨슬리 지음, 김영운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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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예수 그리스도를 압니까?" 나는 잠시 멈추었다가 "나는 그분이 세상의 구세주이심을 압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그분이 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죽으셨다는 것을 압니까?" 나는 대답하였다. "나는 그분이 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죽으셨을 것으로 희망합니다." 그는 다만 이렇게 덧붙였다. "당신 자신을 압니까?" 나는 "압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빈말 같아서 두려웠다"(43).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님이 하시는 '영성일기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고 있습니다. 영성일기 쓰기는 24시간 예수님을 바라보며 예수님과 동행하는 날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교회마다 한 사람을 예수님의 제자로 세우기 위해 각종 훈련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훈련을 받으면 그때는 뜨겁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마음 안에 갈급함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또 다른 훈련 프로그램을 기웃거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제자 훈련에는 유효 기간이 있고, 그 유효 기간이 짧다는 것이 공통된 고백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성경의 시편도 다윗의 영성 일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우구스티누스, 조나단 에드워드, 잔느 귀용, 아펜젤러, 짐 엘리엇, 허드슨 테일러 등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일기'를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한 일상을 기록으로 남긴 것입니다. 감리교의 창시자로 영국 전체를 누비며 18세기 영성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가장 위대한 그리스도인들 중 한 인물로 손꼽히는 존 웨슬리도 성실하게 일기를 기록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CH북스에서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로 발간한 <존 웨슬리의 일기>는 "아직도 26권으로 제본되어 보존되고 있는 웨슬리의 신앙일기"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을 선별하여 4분의 1로 축약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만한 분량은 아닙니다. <존 웨슬리의 일기>는 한마디로 일상에 뿌리박은 신앙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려면 가족들과 생활하는 모습을 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존 웨슬리의 일기>는 그보다 더 날 것 그대로의 존 웨슬리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위대함' 뒤에 숨은 연약함, 두려움까지 그가 직접 고백하는 목소리로 들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일기>는 그 어떤 위대한 설교가가 남길 수 있는 명설교보다 더 위대한 명설교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존 웨슬리의 일기>는 자연계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듯이, 우리 영혼, 우리 영성에도 사계절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복음 안에서 살아간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님을, 매일 믿음의 씨름을 한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어설픈 종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깨달음 앞에 좌절하기도 하는, 그리스도인들 중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히는 그에게도 "위험이 가까이 있지 않는 동안은 나 자신을 믿고"(62) 살았다고 탄식할 만큼 연약한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그 고군분투와 오늘의 나의 믿음의 씨름이 겹쳐질 때, 믿음 안에 산다고 하면서도 왜 나의 믿음은 이리도 연약한지, 쓰러지고 넘어질 때마다 자책했던 마음이 말할 수 없는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나는 온 세계를 나의 교구로 생각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내가 세계 어느 곳에 가서 있을지라도 구원의 기쁜 소식을 기꺼이 들으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하는 일이 온당하고 정당하며 나에게 허락된 의무라고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이 일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셔서 내게 맡기신 일이라는 것을 나는 확신합니다"(86-87).

<존 웨슬리의 일기>는 "온 세계는 나의 교구"라고 외쳤던, 존 웨슬리의 그 유명한 말의 의미가 정확하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소리 없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어떤 해설이나 주석보다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어 그 감동이 배가 됩니다. <존 웨슬리의 일기>는 자신의 생애를 직접 증언하는 전기처럼 읽어도 좋지만, 묵상집처럼 되새김질을 하며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예수님과 교제를 나누듯 웨슬리와 교제를 나누는 듯한 분위기에 사로잡힐 때도 있습니다. <존 웨슬리의 일기>를 읽으며, 하루하루 주님과 동행했던 그 힘찬 발걸음 위로 나의 발걸음도 겹쳐지기를 기도해봅니다. 존 웨슬리를 제대로 알려면 그의 일기를 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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