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의 나를 어떻게 대접하는가의 문제가, 내일의 내 시간을, 내 삶을 만든다는 것을"(18).

신이 볼 때 인간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여, 신은 그에게 짝을 만들어주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방해꾼이 있었고, 그들은 서로를 탓하며 망가져갔습니다. 그들이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은 후손을 낳는 것이었고, 결국 '둘' 사이의 후손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을 수 있었으니 '둘'의 만남은 불행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축복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는 '혼자'라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둘'이 되기를 소망하며, 짝짓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나 막상 '둘'이 되고 나면 '둘'을 합하여 '하나'로 만들려는 욕구에 시달립니다. '혼자'임을 견딜 수 없어 '둘'이 되기를 꿈꾸었는데, 왜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기를 욕망하는 것일까요. 너덜너덜 찢기면서도 그것을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는 그런 통상적이고 통념적인 삶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렇다고 혼자 사는 삶, 독신주의를 예찬하는 책도 아닙니다.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는 오롯이 '혼자'를 즐기지 못하고, '혼자'인 삶을 살아내지 못한다면, '둘'로 존재하는 법도 터득할 수 없다는 말로 들립니다. 이렇다 할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작가보다 더 오랜 세월을 혼자 살아온 독자에게 이 책은 오후 3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느긋하게 마주한 친구 같습니다.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듯 책을 읽어가다 보니, 묻어두고, 밀쳐두었던, 그리하여 어느 순간 잊히기도 했던 내 안의 소리들이 다시 깨어나는 듯했습니다. 내 안의 갈증과 불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초조했던 날들, 부정적인 감정의 먹이가 되어 자책의 눈물을 삼켜야 했던 밤들, 내가 꿈꾸는 그런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정이 사실은 사랑이 고프다는 투정이었다는 것.

"슬픔이 모두 걷힌 자리에 찾아오는 성장은 온전히 너의 것이라고 나무가 온몸으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87).

은근하지만 똑 부러지는 목소리 하나가 가슴이 쿵 하고 떨어졌습니다.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이제 스스로 가르쳐주라고 말입니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나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 채로,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일이 얼마나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일인지" 명료하게 깨달아집니다. '곽정은'이라는 이름이 브랜드가 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이름을 항상 응원하게 될 것 같습니다. "혼자서 잠드는 잠은 그저 외로울 수 있지만, 곁에 누가 있어도 외로운 밤은 괴로움과 외로움이 뒤섞인 밤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만 모른다"(179)는 문장을 읽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말로 나를 웃게 해주는 현명하면서도 따뜻한 친구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삶을 사랑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감정은 전염이 되는가 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감정을 강렬하게 느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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