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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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다툼으로 번진 이야기이다. 하키장과 그 주변에서 두근대는 모든 심장의 이야기, 인간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가며 서로를 책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꿈을 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15).

급변하는 사회에서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우리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질병처럼 짊어지고 삽니다. 어쩌면 그래서 예전보다 더 강렬하게 통제라는 환상에 사로잡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 나의 마음, 나의 일, 나의 가족, 내가 속한 조직을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어찌할 수 없는 일들로부터 벗어나 안정감을 확보하고 싶은 환상일 겁니다.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기억되는 '프레드릭 배크만'이 이 책을 통해 조명하고자 하는 우리 삶의 단편은 바로 그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애당초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 아는 사실들 가운데 최악을 꼽으라면 우리의 삶이 그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24).

내가 아무리 운전을 조심해서 한다고 해도 나만 조심해서는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 없는 것처럼, '하키'라는 스포츠를 둘러싼 두 마을 간의 경쟁과 증오와 끔찍한 충돌을 그리고 있는 <우리와 당신들>은 우리가 서로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불쑥 내 삶을 파고드는 타인의 행동들. "사람들은 서로에게 좌우되는 삶을 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서로 용서가 되지 않는다"(51)는 한마디가 책을 읽는 내내 깊은 울림을 줍니다.

"피해자의 가장 나쁜 점은 내가 그대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것.

이제 나는 아무리 원해도 그대들을 치료할 수 없어.

죽은 사람은 난데 묻힌 사람은 그대들인 느낌.

그가 깨부순 사람은 난데 꺾인 사람은 그대들인 느낌"(138).

'나와 다른'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한데 어울려 살아야 하는 우리네 삶은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입으며 살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두 마을 간의 증오를 그리고 있는 <우리와 당신들>은 '하키'라는 상징을 통해 사랑과 증오, 기쁨과 슬픔, 분노와 용서가 어떻게 우리 삶에 뒤섞이는지를 정밀하게 보여줍니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지만 관심 없는 사람들도 거기서 얻을 게 생기면 스포츠는 경제가 되고, 정치가 되고, 또 누군가 인생을 구할 수 있는 구원이자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저주도 될 수 있으며, 환희와 폭력을 동시에 품은 화약고가 될 수도 있음을 밝히며, 작가는 단순한 행동 이면에 숨은 복잡한 감정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왜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작가의 이런 분투가 필요한 이유는, 사람들은 항상 복잡한 진실보다 단순한 거짓을 선택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는 좋은 사람들도 살고 나쁜 사람들도 살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그 둘을 구분하기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515).

"나를 위한답시고 싸울 필요 없어! 나를 위한답시고 뭘 하려고 들 필요도 없어! 그냥 나를 믿어주기만 하면 돼. 나를 어디 데려다 놓으려고 하지 말고 나 혼자 갈 수 있게 뒤에서 도와줘!"(565)

우리의 삶이 타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그다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이 책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모두에게 가장 좋은 방향을 원하지 않고, 나에게 가장 좋은 방향만 원하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슬픈 경고장입니다. 동시에 작가는 섣불리 누군가를 책임지려하지 말고, 그보다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의 행동을 무섭게 여기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프레드릭 배크만이라는 작가는 항상 간단하게 말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 같습니다. 단순한 거짓이 난무하는 시대에 복잡한 현실을 집요하게 파고들려면 이 정도의 분량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번 어마어마한 두께에 눌리지만, 강렬한 문장에 사로잡히다 보면 어느새 그 어마어마한 두께가 오롯이 큰 즐거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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