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 바가지 3 - Novel Engine POP
아키카와 타키미 지음, 시와스다 그림, 김동수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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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심란한 이름이 적힌 포렴을 걷고 들어올 만한 배짱이 있는 녀석이라면 옆자리에 끼워 줘도 좋지"(1권, 9).

여덟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카운터와 좌식 테이블 두 개가 고작인 공간. 다 합쳐 봐야 스무 명도 들어올 수 없는 작은 가게. [선술집 바가지]. 그게 이 가게의 이름이다. 1대 사장이기도 한 미네의 아버지는 "누구라도 살 수 있는 술과 어느 집에서나 낼 수 있는 요리에 돈을 받고 파는 것만으로도 바가지라고 자조하듯 습관적으로 중얼거렸다"(1권, 9). 이런 가게는 지역에 뿌리 내리고 근처의 주민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손님이 전혀 오지 않아도 곤란하지만, 너무 많이 와서 단골 손님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없게 되어도 곤란하다. 그래서 가게 이름을 아예 [선술집 바가지]라고 하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그러나 이름과 달리 [선술집 바가지]는 "좋은 술과 맛있는 요리, 그리고 정직한 가격. 선술집에서 필요한 건 그뿐"(1권, 8)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자매가 운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언니인 '미네'가 이곳의 주인장이다.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흔한 요리도 하나하나 성의를 다해 만드는 미네는, 술을 원하는 손님에게는 술에 맞는 요리를, 밥을 원하는 손님에게는 밥에 어울리는 요리를 대접할 줄 아는 고수의 풍모를 지녔다.

우리나라에 <식객>이 있다면, 일본에는 <선술집 바가지>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식객>이 전국 팔도강산을 누빈다면, <선술집 바가지>는 여러 지역에서 모여온 지역 주민을 상대로 다양한 술과 일본 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맛있는 요리에는 치유하는 힘이 있어 고민을 안고 들어왔다가도 정성을 다한 음식을 맛보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기도 하고, 마음이 안정되기도 하고, 또 다시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어 가기도 합니다. 괴로운 일을 밥으로 잊는다고나 할까요. 그것이 <선술집 바가지>를 찾는 손님들이 기분 좋게 계산을 끝내고 돌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작은 동네 가게라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 정보고, 고민도 공유하고,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선술집 바가지>는 편안한 휴식처 같은 공간입니다. "행복해~" 하는 느낌과 함께, 왔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기운을 얻어 돌아갈 수 있는 장소니까요.

이 책은 <선술집 바가지>라는 작은 공간을 무대로 다정한 사람들의 맛있는 이야기를 추억처럼 써나갑니다. 부드럽지만 강단이 느끼지는 <선술집 바가지>의 주인장 '미네'와 의문의 사나이(?) '카나메'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까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도 있었는데, 3권까지는 아직 미스테리(?)로 남아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다음 편이 몹시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편안하고 다정한 공간이 필요한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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