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의 방탕한 선지자 - 높아진 자아, 하나님을 거부하다
팀 켈러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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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선하심 때문에 절망한 요나,

하나님을 피해 달아나다

어릴 때부터 <요나>서를 읽었고, 4장밖에 되지 않는 짧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물고기 뱃속에 들어간 요나의 이야기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팀 켈러의 방탕한 선지자>를 읽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팀 켈러의 방탕한 선지자>는 우리가 그동안 요나서를 얼마나 겉핥기 식으로 읽어왔는지를 통렬하게 깨닫게 해줍니다. 어쩌면 우리는 <요나>서뿐 아니라, 복음에 대해, 하나님의 깊은 은혜에 대해,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해 여전히 무지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갖게 합니다.

 

 

 

 

"무엇이 최선인지 하나님이 아실까, 아니면 우리가 알까?"(27)

<팀 켈러의 방탕한 선지자>를 읽고 얻은 가장 큰 유익은 하나님을 피해 달아난 '요나'의 심정을 처음으로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요나는 앗수르처럼 잔인하고 폭력적인 민족을 심판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심판을 면할 수 있도록 경고하여 외치라고 하시는 하나님을 피해 달아납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단순히' 요나가 자기 사명이 싫어서 달아났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왜 요나가 하나님의 '선하심'에 그토록 절망하고 격분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보지 못한 것입니다. '요나'를 보며 어떤 사연이 떠올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친부에게 갖은 학대를 당하며 친부의 아이까지 낙태한 경험을 가진 한 청소년이 사랑과 용서에 관한 설교를 듣고 자기 친부 같은 사람도 용서해야 하느냐고 물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연결 지어 생각을 해보니 '요나'에게 그 사명이 얼마나 충격적인 것이었나 새삼 깨달아졌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깊이 은혜 속으로 들어가고 또 들어가야 할까요. 우리가 들어가고 맛보아야 할 하나님의 은혜는 얼마나 깊고 깊은 것인지요. 그 은혜의 바다 한가운데에 우리를 온전히 담금질하지 않으면 요나처럼 하나님을 피해 달아나는 일들이 우리 삶에서 매일 반복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가장 유익한 것을 주기 원하신다고 '절대' 신뢰할 수 없을 테니까요.

요나는 사실상 "그것 없이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했고, 그것은 그가 하나님 대신에 인생의 주된 기쁨, 이유, 사랑으로 받아들였던 것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그는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이 따로 있었다. 그의 폭발적인 분노는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하나님과의 관계를 내다 버릴 의향이 있음을 보여 준다(136).

팀 켈러는 '요나'가 전반부에는 아버지를 피해 달아났던 '탕자'의 역할을 하지만, 후반부에서는 탕자를 배격하고 아버지에게 원망을 쏟아놓는 '형'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 주목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탕자의 비유'라고 말하는 이야기와 <요나>서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방탕한 선지자'로 정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5). 두 이야기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빛줄기가 캄캄한 방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오는 것과 같은 희열을 느끼게 해줍니다.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있거나, 가슴을 울리는 문장을 만났을 때, 책의 귀퉁이를 접어놓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은 귀퉁이를 접다가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접어나가다가는 전 페이지를 다 접게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팀 켈러는 4장이라는 짧은 <요나>서를 가지고 300페이지에 달하는 메시지를 풀어놓는데, 놀랍게도 메시지의 절반 이상은 마지막 4장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은 어쩌면 탕자였던 우리가 복음의 정수, 은혜의 깊이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면, 아버지께 돌아온 뒤에 탕자의 '형'과 같은 신앙인이 될 확률이 높고, 탕자의 '형'과 같다는 것은 여전히 복음과 은혜에 눈뜨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탕자와 형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달아나고 있음을 일깨우는 사명을 사명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주된 메시지 중 하나가, 탕자에게뿐 아니라, 형에도 여전히 통일한 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니까요.

진리를 항상 우리를 겸손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진리를 제대로 깨달은 사람들은 '아는 것'으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알수록' 하나님 앞에 엎드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는다면, 팀 켈러의 메시지에 익숙한 독자라도, 다시 한 번 '복음'의 정수 앞에 전율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측량할 수 없는 은혜 앞에 겸손히 엎드리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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