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우리가 우리 손으로 만든다. 이 땅에는 그 역사가 온전하게 남아 있다. 땅은 역사다(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잘 읽힌다'는 것입니다. 재밌습니다.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역사로 읽어도 좋고, 여행 가이드북으로 읽어도 좋고, 에세이로 읽어도 좋고, 그저 사진을 감상해도 좋습니다. 땅의 숨결 속에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역사 이야기를 읽으니 사진 속 현장으로 들어가보고 싶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일어납니다. 사진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마치 영상처럼 눈앞에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 책의 안내를 따라 땅의 역사를 눈으로 마음으로 만져보는 여행을 떠나보고 싶습니다.
알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땅의 역사>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지금 강화도 갯벌에는 나문재가 가득 피었다. 강화도 노인들은 붉은 나문재를 경징이풀이라 부른다"(1권, 77). 왜 나문재를 경징이풀이라고 하는지 알면 강화도 갯벌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풀 하나도 달리 보일 것입니다. 역사를 알게 되니 땅이 내뱉는 숨결 속에서 그 전에는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아버지와 자주 올랐던 관악산 연주대에 현대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보는 듯한 이야기 숨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몰랐으니까요.
이 책은 땅에 새겨진 역사의 흔적 앞에 침묵하게 하는 책입니다. "나라는 비록 작지만 사람은 컸으니 / 공들을 위해 술 한 잔 바친다"(2권, 71). 소인배든, 잡배든, 막힌 놈이든, 나쁜 놈이든, 떠벌려진 역사든, 쉬쉬하던 역사든, 이 땅에 삶터를 일구며 뜨겁게 살아낸 사람의 이야기가, 그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이 땅 곳곳의 흔적들이, 우리 삶을 다시 경건하게 마주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이렇게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