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에게 기독교가 가야 할 길을 배우다!
100년의 세월 동안 문제의식을 품고, 책을 품고, 신앙을 품고, 민족을 품고 살아온 老 철학자에게 <왜 우리에게 기독교가 필요한가>를 배우는 시간은, 깊은 우물에서 맑은 물을 길어내듯 그야말로 맑고 신선한 지혜의 정수를 맛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겸손한 지혜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경건한 마음이 품어졌습니다. 여기에 무엇인가를 쓴답시고 그분의 말에 무엇을 보태고 싶지 않은 심정입니다.
1세대 철학자요, 한국 철학계를 이끌어온 선생님에게 듣는 시간은 배움의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모든 종교의 기원은 자연인데, 유독 한 종교, 즉 구약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만은 자연의 질서와는 관계없이 탄생했다는 것. 자연의 질서와 관계 없다는 말은 역사 속에서 탄생한 역사적 신앙이라는 뜻이요, 그러므로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 일컫는 신앙인들은 종교의 가장 낮은 차원이라 할 수 있는 공간신앙이 아니라, 역사신앙의 단계로 올라와야 한다는 것. 그 말은 곧 역사를 염두에 두고 "역사적인 사명을 띤 신앙을 가져야 한다"(110)는 말씀이 마음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한 말씀도 허투로 하시지 않는 성실함의 무게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 그러나 실천되지 못했던 진리를 다시 붙잡고 씨름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새롭게 배우는 일도 즐겁지만,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며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일도 깨닫는 기쁨이 충만하게 채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교회는 교회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기독교의 권위는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 그리스도인의 할 일은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기독교인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사는 기독교인이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겠지요. 이 책은 이 질문 앞으로 우리를 데리고 갑니다. 이 질문을 철학자의 언어로 하면 이렇습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자기 진리로 삼았는가,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