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六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에드워드 호퍼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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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렸다가 그치고
불었다가 그치는
밤의 고요

- 오쓰지

이것은 일본 고유의 시, 하이쿠입니다. 하이쿠는 5 · 7 · 5의 17음(音) 형식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입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은 1년 열두 달 매일 명화와 함께 시 한 편을 묵상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는 시화집입니다. 그중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시는 6월의 시화집입니다. 그리고 오쓰지의 저 하이쿠는 6월 26일의 시입니다. 요즘 한창 러시아 월드컵 때문에 밤의 열기가 뜨거운데, 승리에 연연하며 속을 태우다 아침을 맞이한 기분이 딱 저 하이쿠 속의 고요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입속으로 소리 죽여 발음해 봅니다. "내렸다가 그치고 불었다가 그치는 밤의 고요."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 중 6월은 윤동주 시인 외 17명의 시인들의 시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로 "현대 미국인의 삶과 고독, 상실감을 탁월하게 표현해 내 전 세계적으로 열렬하게 환호와 사랑을 받는 화가"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화집에는 약 45점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는데 눈에 익은 작품이 많습니다. 시화 함께 유명한 명화를 감상하는 맛이 있는 시화집입니다.

6월을 노래한 6월의 시들은 마음과 하루와 인생을 가만히 어루만지는 듯합니다. 봄처럼 사뭇 곱기도 하고, 여름처럼 볕이 비눌처럼 빛나기도 하고, 가을처럼 숲 향기가 숨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겨울처럼 공포에 떨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 6월입니다. 영원한 청춘을 노래하듯 영원히 밝고 영원히 개인 날의 6월은 그렇게 고요히 머물다 고요히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지는 호퍼의 그림 때문인지 6월의 시들은 시간이 정지된 듯 그렇게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림은 말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라는 뒤표지의 문구를 가만히 음미해봅니다. 시화집을 감상하다 보면 시가 그림을 해석하고, 그림이 시를 해석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루하루가 시처럼 다가왔다가 아름다운 명화처럼 남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를 모두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그중에서도 <달은 내려와 꿈꾸고 있네>라는 제목을 가진 10월의 시화집이 무척 궁금합니다. 10월의 시는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와 함께 시를 감상하도록 꾸며져 있는데, 10월 11일의 시와 10월 11일의 그림을 먼저 만나보고 싶습니다. 나의 생일 시와 생일 명화를 확인해보고 싶은 것입니다. 나의 생일 시와 생일 명화를 확인하러 서점에라도 나가봐야겠습니다.




6월이 오면, 인생은 아름다워라! _ 로버트 S. 브리지스

유월이 오면 날이 저물도록
향기로운 건초 속에 사랑하는 이와 앉아
잔잔한 바람 부는 하늘 높은 곳 흰 구름이 짓는,
햇살 비추는 궁궐도 바라보겠소.
나는 노래를 만들고, 그녀는 노래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건초더미 보금자리에,
아름다운 시를 읽어 해를 보내오.
오, 인생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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