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三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귀스타브 카유보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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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_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까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


이 책은 마치 "시를 감상하기 좋은 날은 어떤 날일까요?"라는 물음에, "일 년 열두 개의 달, 모든 날"이라고 대답하고 있는 듯합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는 매월 매일 시 한 편과 명화 한 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라는 제목을 가진 이 시화집은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 중 3월에 해당하는 시화집입니다. 그러나 3월을 주제로 한 시, 3월을 주제로 그린 명화는 아닙니다. 3월을 연상케 하는 작품들을 선별했다고 보면 좋을 듯합니다.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가 주로 많이 수록되어 있지만 윤동주 시인 외 18명의 시인(이장희, 노천명, 김소월, 이상화, 백석, 정지용, 박인환 등 국내 유명 시인은 물론 일본의 일본의 하이쿠(산토카), 에밀리 디킨슨 등)의 시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 중 3월을 가장 먼저 만나고 싶어 했던 이유는 시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3월의 명화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그림 때문입니다. 제게는 낯선 이름의 화가였는데, 조용하게 시선을 끄는 그의 그림에 매혹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귀스타브 카유보트는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덕에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그림 그리기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는 것과, 사실주의 화풍을 공부하며 학문으로서 미술을 공부했지만 인상주의 화가들과 어울리며 그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그가 도움을 주었던 가난한 인상파 화가들은 마네, 모네, 르느와르, 피사로, 드가, 세잔 등이었다는 것" 등입니다(책의 앞 날개 中에서). 그림을 평할 만한 수준은 되지 못하지만, 그의 그림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우리가 아는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림 못지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네,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드가, 세잔과 같은 어마어마한 인상주의 화가들 뒤에 귀스타브 카유보트가 버티고 있는 듯한 인상입니다. 

"너무 적나라한 현실감 때문에 살롱전 심사위원들로부터 거부당했다"는 사연 때문인지,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그림을 감상할 때는 물론, 3월의 시를 감상할 때에도 계속해서 시와 그림이 묘사하고 있는 "적나라한 현실감"을 찾으려 애쓰며 시와 그림을 감상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새로운 시 읽기이자, 그림 감상법이었습니다. "봄이 시인의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그렇게 시가 태어나고,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의 털"이 화가의 손에 어리우어 명화가 태어난 듯했습니다. 

잘 간직해 두었다가
포근한 햇살 가득 품은 3월이 다시 돌아오면, 이 책을 천천히 다시 음미해보고 싶습니다. 시 하나쯤 가슴에 품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었던 어린 시절의 약속을 떠올리며 말입니다. 명화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건, 이 책이 주는 '덤' 같은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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