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말 잘하는 법 - 발표가 죽기보다 싫은 당신에게
도리타니 아사요 지음, 조경자 옮김 / 상상출판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발표가 죽기보다 싫은 당신에게!

초등학교 때 저는 발표력이 없는 아이였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답을 알고 있어도 그대로 얼어버렸습니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칠까 봐 선생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그런 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평소에는 아주 말 잘하는 아이로 통했기 때문입니다. 학급회의나 조별 과제로 '어쩔 수 없이' 발표를 해야 할 때는 원고를 써서 달달달 외우곤 했습니다.

사실 막상 발표를 하면 칭찬도 많이 받고 박수도 많이 받았지만 그런 경험으로도 '발표 울렁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발표가 싫어서 혹시라도 반장으로 임명될까 봐 매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떨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지금도 말을 잘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습니다. 막상 하면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데도 할 수만 있다면 계속 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10여 년 동안 중증의 스피치 울렁증에 시달렸고, 그것을 극복하고 스피치 강사가 된 제가 평생에 걸쳐 담당해야 할 사명은 '이 세상에서 남몰래 스피치 울렁증으로 고민하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구하는 것'입니다"(247).

<사람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말 잘하는 법>은 '스피치 울렁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돕는 책입니다. 저자 자신이 대학 진학까지 포기할 정도로 심각한 스피치 울렁증에 시달렸던 사람이라 '스피치 울렁증'의 괴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스피치 울렁증 때문에 나름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남 앞에서 말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은 없다"(33)는 사실을 깨닫고 정신과 치료와 최면요법까지 시도했다고 합니다. 그런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는 이 책은, 단순히 말 잘하는 '기술'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스피치 울렁증 '극복'에 필요한 모든 것을 세심하게 돌보아줍니다. 

<사람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말 잘하는 법>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과, 전문 스피치나 일반적인 말하기 모두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연습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스피치 울렁증이라서 발표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회피하기 때문에 스피치 울렁이 된다"(44)고 말합니다. 별말 아닌 것 같지만, 제게는 큰 깨우침을 주는 문장입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일단 '발표'라는 상황을 계속 회피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스피치 울렁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보통은 회중을 '호박'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하는데, 호박이 아니라 '나의 이해자', '내 편'으로 생각하
라는 조언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듣는 사람들은 나에게 적대감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다지 관심이 없을 뿐이라는 사실도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부족해도 스피치 울렁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떨릴 상황이 아닌데도 목소리가 떨리는 일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이 '떨린다, 싫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은 가능할지도?'로 바뀌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 합니다. '조금은 가능할지도?'라는 생각 자체가 얼마나 큰 기적인지는 스피치 울렁증을 겪어본 분들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 부분을 아주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는 법'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지, 그러니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큰 변화가 생기는 기분입니다. 발표력은 다그친다고 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무조건 경험을 많이 쌓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패한 경험 때문에 더 기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나 읽기처럼 말하기도 배움이 필요하다는 걸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저자는 배워서 익숙해지라고 조언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정말이지 발표가 죽기보다 싫은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해보고 싶습니다.


 




단언할 수 있습니다.
'말하는 법'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 도니타니 아사요, <사람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말 잘하는 법>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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