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알아서 할게요
박은지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이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걷다가 
내 행복을 놓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다.
-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조건?" 中에서 

세상은 '프로 오지라퍼'들 때문에 얼마나 피곤한가, 이 책을 읽으며 절절하게 깨달았습니다. 현대인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한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일상을 꼼꼼하게 돌아보니 우리는 참 많이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직업, 취미, 식습관, 몸무게, 화장술, 육아, 연애, 심지어 결혼생활에까지 참견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남의 일에 이렇게까지 관심이 많았나 싶습니다. 

문제는 그 관심이 '상당히 가볍고 때로는 무례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취향이나 생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필요 이상의 지적과 참견, 건조한 질책, 일방적인 권유와 조언들. 누군가는 이런 오지랖을 '차가운 관심'이라고 불렀습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는 난무하는 훈수들이 얼마나 사람을 질리고 불편하게 하는지를 일깨우며, 그런 참견을 듣는 일에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와 조언입니다. 


이 책은 인간관계에, 일에, 사랑에 지쳐 있는 이들을 위한
작은 위로와 조언이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데?' '조금 이기적으로 살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더 행복한데?'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 "여전히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해" 中에서

이 책이 '세상의 오지랖에 맞서 진짜 나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조언이라면,
어떤 독자들은 "뭐야, 결국 이 책도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또 다른 훈수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아서 할게요>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설득하고 권하는 책이 아닙니다. 강요받은 삶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저자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며, 거기에서 얻은 지혜를 나누는 책입니다. 이 책에 담긴 따뜻한 조언은 세상의 평가에 쉽게 휘둘렸던 '우리'를 향한 다짐이기도 합니다. 나부터 변하자는, 용기를 내자는 다짐.


그러니까 남에게 조언을 건네기 전에
내가 선을 넘고 있는 건 아닌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선의로 건넨 말이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세상엔 내가 알고 있는 삶의 방식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과한 걱정을 하기엔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中에서 

사실대로 말하면, 저에게 이 책은 따뜻한 위로가 아니라, 꽤나 따끔한 질책이었습니다. '아닌 것 같은 직장'에서 자신을 소모하며 괴로워하는 청년에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반협박성 참견을 일삼으며,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못 견뎌내면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냐는 뻔한 조언으로 청춘을 더 피곤하게 만들었던 '어른'이 바로 '나'였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깨달아졌기 때문입니다. 반성하고 또 반성했습니다!

차근차근 자기의 생각을 참 잘 표현하는 저자는, 사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는 분인 듯합니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말'쯤은 가볍게(!) 무시하기도 하는 세상인데, 저자는 참 정중하게 그것을 거절하고 있으니까요. 저자처럼 자기 중심을 잘 잡고 살고 싶다는 바람도 생깁니다. 그 누가 아니라, 바로 내가 세상을 피곤하게 만드는 '프로 오지라퍼'일 수 있다는 사실을 무섭게(!) 반성하며, 서로에 대한 예의, 나와 다른 인생에 대한 예의를 배웠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프로 오지라퍼들이 먼저 읽으면 제일 좋겠지만, (세상, 특히 세상의 평가에 맞서서) 스스로 자기 내면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