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소망 - 인생의 밤이 길고, 상처가 깊을 때
케이티 데이비스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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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상은 내 아이들과 그들이 살던 환경을 '절망'이라 불렀다. 양육의 양 자도 모르는 철부지 미국 처녀가 생판 모르는 우간다 아이들을 키우겠다고 나섰을 때도 세상은 '절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 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불러 아이들의 상처 난 부위에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을 대언하는 특권을 허락하셨다(162).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를 생각합니다. "양육의 양 자도 모르는 철부지 미국 처녀가 생판 모르는 우간다 아이들을 키우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냥 시간을 쪼개어 아이를 돌보는 '사역'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식으로 입양해서 같이 사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그녀의 삶 속으로 아이들이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둔 것이다. 아이들로 가득찬 집은 조용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녀는 이 피곤한 삶이 하나님이 주신 특권이라고 말합니다. 

그녀의 삶이 특권인 이유는,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과 더 없이 친밀하고도 깊게 교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 피곤하고 소란한 일상 가운데서 그녀를 은밀히 만나 주신 곳은 뜻밖의 장소였습니다. 그곳은 삶의 어두운 골짜기, 고통과 슬픔과 상실의 한복판이었습니다.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딸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친엄마에게 내주어야 했던 자리, 딸의 빈 자리를 고통스럽게 바라보아야 했던 자리, 하나님을 간절히 찾고 찾으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던 친구가 하나님이 꼭 살려주실 것이라는 소망을 배신하고 죽음을 맞이한 자리, 속이 울렁거리고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줘야 했던 자리입니다. <그래도 소망>은 소망이 꺾이는 고통 속에 하나님과 씨름하며 몸부림을 쳤으나, 그 모든 것이 사실은 '소망'이 아니라 '내 뜻'이 꺾이는 과정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나님을 소망하는 자는 그 고통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는 기쁨과 평안"을 맛볼 수 있는지도 말입니다. 

"한때 서구의 기독교는 사생활과 사역, 집과 일을 구분했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힘들지만 우리만큼이나 그리스도를 갈망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다 보니 이런 구분이 점점 비성경적일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 느껴진다. 우리의 경우 삶과 사역을 구분할 수 없다. 삶 자체가 사역의 연속이었다. 하나님이 우리 집으로, 그리고 우리 삶에 보내 주신 사람들을 그분의 눈으로 보게 해 달라고 기도할수록 그분은 누구도 사역 대상이나 전도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 보였다. … 하나님은 내 눈을 열어 우리가 어둠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을 때 그분의 아름다움을 가장 깊이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게 해 주셨다"(98).

<그래도 소망>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방해받는 삶의 아름다움, 절망뿐이라고 생각했던 일상에 숨어 있는 하나님의 충만한 사랑, 성경 말씀이 실제가 되는 현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가진 소망의 실체! 이 모든 이야기는 아름답고 감동적이지만,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겠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한 저에게는 두려움과 부담이 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내어주는 삶이 아름다우나 그럴 용기가 없고, 서로 사랑하는 삶이 마땅하나 막상 부딪치면 그거야 말로 죽을 맛이고, 하나님은 성과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신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성과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소망>을 읽으며 하나님을 묵상할수록 영혼 안에 차오르는 자유함이 있습니다. <그래도 소망>은 하나님께 답을 구할 것이 아니라, 답이 되시는 하나님 안에 거하는 비결을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만 온전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 뜻을 고집하며 하나님께 길을 묻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씨름들이 우리의 참 소망이 되시는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이 될 줄 믿습니다. 하나님을 붙들어야 산다는 생각으로 하나님을 꼭 붙들기 위해 씨름했는데, 사실은 모든 순간 하나님이 나를 붙들고 계심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책입니다. 밑줄긋기를 포기한 책이기도 합니다. 감동적인 문구에 모두 밑줄을 긋다가는 책 전체에 밑줄을 그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요셉을 떠올렸습니다. 요셉이 노예로 팔려가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갔을 때, 도저히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인데도, "그때에도" 하나님께서 요셉과 함께하셨다고 성경이 말씀하고 있듯이, 우리의 기도를 거절하시는 것 같은 절망의 한복판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그래도 소망> 되심을 이 책이 강력하게 증언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소망)은 어떻게 세상의 것과 다른지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이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영원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영원을 바라보는 소망은 절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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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나는
하나님이 주신 것들을
포스트잇에 적었다.


새근새근 잠든 아기,
빨랫줄 위에서 펄럭거리는 분홍 옷가지들,
친구의 격려,
충분히 일용할 양식,
입구에 쌓여 있는 샌들들, 
수박 주스를 서로 먹겠다고 달려드는 입들,
우리를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이끌어주는 아픔,
생판 모르던 사람들이 한 가족이 되는 집.

-케이티 데이비스 메이저스, 그래도 소망, p. 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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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어둠 속에서 주님을 만날 뿐 아니라
심지어 어두운 시간도
선물임을 깨달은
모든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 케이티 데이비스 메이저스, 그래도 소망, p.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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