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의 역사 - 인간이 묻고 신이 답하다
리처드 할러웨이 지음, 이용주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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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들은 어디서든 동일했을 것이다. '저 너머에 누가 있는가?' 그리고 '죽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주 다르다. 그것이 중요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 매력적인 이유다"(25).

'종교학'이나 '비교종교학'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단연 으뜸이며,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종교에 관한 어떤 책들은 마치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사랑을 연구한 결과물을 내어놓는 것처럼 종교의 역동을 전혀 이해하지도, 담아내지도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그런 책들을 만나면 학문적으로 아무리 가치가 있는 결과물이라 해도 대실망이었죠. 그런데 이 책 <세계 종교의 역사>는 다릅니다. '종교'라는 단어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신앙(인간의 믿음)의 역동을 이처럼 균형 잡히게, 생생하게, 치밀하게, 시원하게(정확하게) 그리고 비판적으로 그려내는 책은 이제까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우리는 비신앙인일 수도 있고, 독실한 신앙인일 수도 있지만, "비판적 신앙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더욱 감동적으로 배웠습니다. <세계 종교의 역사>는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복잡한 종교"라는 힌두교로부터 시작하여, 불교, 자이나교도, 유대교, 조로아스터, 유교, 도교, 선불교, 밀교, 신토, 가톨릭교회, 이슬람, 프로테스탄트교회, 퀘이커교도들(천우회), 이외 많은 신흥종교들(모르몬교, 예수재림파, 여호와의 증인, 과학교, 통일교 등)까지 발생 연대와 장소에 따라 지그재그로 선회하며, 각 종교들이 태동하게 된 배경, 각각의 입장에 따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를 설명해줍니다. 독자는 종교가 인간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전환점의 역할을 하였는지를 살펴보며, 세상과 세상 안에서의 나의 위치를 해석하는 자신의 방식을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자신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나 자신의 인생을 해석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종교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영향 관계를 통해서 우리는 종교들이 서로에게 배타적으로 봉인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왕성한 융합을 이루면서 발전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127).

<세계 종교의 역사>가 보여주는 중요한 관점 중의 하나는 종교는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종교의 역사 안에서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다신교에서 유일한 신을 믿는 일신교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전환은 종교란 결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종교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한다"(72). 종교는 종교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종교에서 다른 종교로 변하기도 하지만, 종교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목소리의 민족"이었던 이스라엘 백성이 "책의 민족"으로 변한 것이 그 한 예일 것입니다(96). 이에 따라 개인도 하나의 입장에서 다른 입장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자신의 믿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함을 조용히 웅변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가 믿는 바 신조를 배반하는 일들을 믿음의 이름으로 버젓이 자행할 수 있음을 이 책이 보여줍니다. 사랑과 용서와 이해를 강조하는 종교들이 그 믿음을 지킨다는 이유로 더 없이 잔혹한 폭력을 휘둘렀던 역사를 폭노함으로써 말입니다. 

"이 계명(십계명 중 두 번째 계명)은 신을 자그마하고 깔끔한 조각품으로 만들고 예쁘게 포장해서 종교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 경고한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조직화된 종교가 하고 있는 일이다. 신을 자기들이 만든 정통 이론의 틀 안에 밀어 넣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려고 한다"(117).

종교란 기본적으로 "이 세상을 초월한 또 다른 하나의 세계를 원천"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초월적인 세계를 "보았고", "들었다"고 주장/확신하는 예언자(제사장, 사제)들이 존재합니다. <세계 종교의 역사>는 그들의 주장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는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반응을 촉구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세계 종교의 역사>는 종교인들이 먼저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세계와 그 세계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보다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을 많이 하며 읽었습니다. 그 어떤 성경공부보다 유익했고, 재밌었고, 시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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