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 최신 개정증보판
김정희 지음 / 혜다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장을 통해서 수학으로 가는 길!

"어린이에게도 고독이 필요하다. 고독은 창조력을 만든다. 고독은 내적 풍요와 외적 경험을 만든다. 자기 안에 있는 마음의 고향으로 기꺼이 들어가라"(21). 수학이 취미인 이 소설가는, 미국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일리즈 보울딩의 말을 인용하여 수학보다 먼저 고독을 이야기합니다. 그녀에게 수학은 고독한 순간을 즐기는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학이 놀이 친구인 이 소설가는,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인데도 수학 참고서를 살 때는 가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아파트의 분리수거일이나 헌책방에서 철지난 문제집을 구해오기도 하지만, "머리가 복잡하거나 무기력증에 빠질 때 수학 문제를 풀면 머리가 맑아지고 개운한 게 양치질을 하고 난 후의 느낌이 나고, 훌륭한 고전문학을 한 편 읽고 났을 때의 느낌"(31)이 난다고 합니다.

수학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 소설가는, 수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이 가르치는 나라에서 이토록 수포자가 많은 것은 "대중을 위한 수학보다는 엘리트를 위한 수학을 배워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34). 이 책은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 아니 수학의 재미를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하고,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채 수학과 멀어진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만일 수학 엘리트가 이런 책을 썼다면, 수포자들은 또 한 번 깊은 좌절감을 맛봤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쉽고 재미있다고 약속하지만 그 약속을 배신하는 수학 엘리트들의, 결코 대중적일수 없는 수학적 교양도서들이 그 증거입니다.

수학하는 즐거움을 노래하는 이 소설가는, 무시무시한 진도의 공포에 시달리며, 수학 시간에 선생님께 뺨을 맞은 이후로 더더욱 수학을 무서워했던 학생이 어떻게 소설을 통해 수학에게 다가갈 수 있었는지, 어떻게 수학과 친해질 수 있었는지를 털어놓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의 즐거움, 일상에서 수학적인 순간을 즐기는 법을 천천히 배울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깊은 우물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 제 속으로 저 혼자 깊어 간다.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영화에서처럼 '나는 왜 저 사람이 아니고 나일까, 저 사람은 왜 내가 아니고 저 사람일까' 하는 마음속의 고독한 성찰이 위대한 철학을 발생시켰다. 수학도 철학과 그 뿌리를 같이하므로, 다르지 않다. 수학은 다분히 철학적이다. 수학 속엔 문학과 예술, 역사와 인생이 숨어 있다"(57).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는 수학은 단순히 숫자를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는 것, 수학은 음악이며, 문학이며, 놀이이며, 움직이라는 것,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계 그 자체가 수학적이라는 것, 신은 알고 보면 초월적인 기하학자라는 것을 흥미롭게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수학천재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역사를 가지고 수학적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내기 위해 "예술가처럼 영감을 기다리며, 뼈아프게 철학"(241)한 수학자들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것과 같이 어떻게 하면 수학을 손으로 몸으로 익힐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도 제공합니다. 

밑줄을 많이 그으면서
읽은 책입니다. 홀로 생각할 시간을 찾고 싶을 때, "역사 속 수학 이야기"(2장)를 한 단원씩 천천히 읽어도 좋을 듯합니다.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절대 빨리 읽어서는 안 되는 책처럼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니 어떤 과목이든 문제를 잘 풀려면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 즉 국어 실력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수학도 공식이나 문제풀이가 아니라, 이렇게 이야기로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기 때문입니다. 


"영혼 속에서 시를 노래하지 않고서는 수학자가 될 수 없다."
- 소피아 코발레스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