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의 양자 공부 - 완전히 새로운 현대 물리학 입문
김상욱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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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원자는 어디 있나요?
A : 모릅니다. 질문이 틀렸어요.
Q : 양자 역학은 뭐하는 학문인가요?
A : 원자를 설명하죠.
Q : 그럼 원자는 어디 있나요?
A : 모른다니까요!
Q : 원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원자를 설명한다고요?
A : 질문이 틀렸다니까요!
<김상욱의 양자 공부> P. 263


양자론, 현대 물리학의 끝판왕


처음 상대성이론을 들여다 볼 때,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관성계에서는 물체는 동일한 물리법칙을 따르고, 빛의 속도는 일정하니까 시간과 공간이 늘었다 줄었다 한다(특수 상대성 이론). 중력하고 가속도는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거라서 중력이 큰 물체 주변은 시간과 공간이 변형된다(일반 상대성 이론). 실제 생활에서 볼 수 없는 현상들이니 이해하기 힘들었고, 어떻게 겨우겨우 현상만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양자론을 들여다 본다. 전자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야. 빛은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해. 왼쪽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오른쪽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 슈뢰딩거가 아무 죄도 없는 불쌍한 고양이를 죽였어. 슈뢰딩거 나쁜 놈! 얼마나 빠른지 보려고 했더니 어디있는지를 모르겠어. 눈을 부릅뜨고 어디있는지 봤더니 속도가 안나와. 관측이 되는 순간 우주가 두 개로 갈라져. 상대성이론은 갖다 대지도 못한다. 첩첩산중이다.


상대성이론은 너무나 빠른 세계를 설명하고 큰 중량을 설명하려다 보니 일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양자론은 너무 작은 세계를 설명하려다 보니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로서는 상대성이론보다 양자론이 훨씬 더 이해하기 어렵다. <김상욱의 양자 공부>는 나를 구원해 줄 수 있을까? 나는 문과생이다.

 

이 남자가 어느 쪽 문을 통과하고 있는 걸까? 왼쪽? 오른쪽? 안 보면 몰래 아무 쪽으로나 들어간다. 보면 딱 걸린다. 관측을 하기 전에는 확률적으로 존재하지만 관측이 되는 순간, 어느쪽 문인지 확정이 된다. 이게 양자붕괴이다. 그런데 책 마지막에 나오는 지연된 선택(delayed choice) 이론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 내가 딱 그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책속 삽화. 삽화도 마음에 든다.


서론 따위 필요없지. 훅 들어 온다.


양자론을 보려면 어디서부터 시작을 하게 될까? 보통은 원자론부터 시작할 것 같다. 아니면 빛의 이중성, 흑체복사부터 시작해서 에너지의 불연속성부터 설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 김상욱 교수님은 산뜻하게 뛰어넘어가 버리신다. 책의 1장은 거시세계에서 양자론이 적용될 때 어떤 모습일지를 비유로 설명해 준다. 이제 슬슬 서론을 꺼내야 할 시점인 2장에서 바로 이중슬릿 실험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양자의 중첩'에 대해 설명을 한다. 최소한 뉴턴부터는 시작해야 하는 거 아냐? 원자모형 정도는 한 번 설명해 주고 가는 거 아니었어? 그런 거 없다. 양자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가차없이 치고 들어 온다.


생각해 보니, 어차피 빛의 이중성이든 흑체복사든 뭐든 서론을 길게 한다고 해서 양자가 이해되는 건 아니다. 그 단계 들어가면 어차피 헷갈린다. 구태여 '양자공부'라고 떡하니 제목을 붙여 놓은 책을 읽을 사람은 양자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본론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도 좋다. 가장 기본이 되는 양자의 성질을 제시해 놓고 양자론이 걸어 온 역사를 짚어 나가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이해해 놓고 지나가면 훨씬 책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양자론(양자역학)은 가장 작은 세계를 다룬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일상적인 개념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양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 인간의 언어가 양자를 설명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건 너무 철학적이잖아!


일상적인 언어로 쉽게 풀어 나가는 안내서


저자인 김상욱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포항공대, 카이스트,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다 현재는 부산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전에 저자의 책을 본 적도 없고, 다른 매체로 강의를 들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좀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책이 굉장히 친절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책보다 양자론을 친근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글을 썼다. 일상적인 언어로 쉽게 풀어나가려고 하면서 예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그동안 읽었던 다른 책들에 비해서 확실히 부담이 덜하다. 처음 몇 장을 읽는 동안은 이 정도면 충분히 해 볼만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양자론이 이제야 임자를 만났다.

 

 

 

양자론은 머리는 아프지만 한참 들여다 보고 있으면 물질의 근원을 맛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기분만 좋다.

 

쉽다고 쉬운게 아니지. 양자론이니까..


하지만 자신만만했던 모습은 4장, 5장을 지나간면서 의기소침해진다. 드디어 양자론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래도 어떻게 따라가다가 길을 잃기 시작한다. 결 어긋남, 중첩, 얽힘까지는 어떻게든 이해했다고 억지로 우기고 넘어가 본다. 그래도 많이 들어 본 용어니까. 카오스하고 프랙탈이 양자론과 연관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만델브로트 집합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뒤로 갈수록 이해되지 않는 개념들이 나온다. 이전에 이해한 것처럼 생각되었던 것들도 다시 보니 모르겠다.


어떻게든 친절하게 끌고 나가지만 만만하지 않다. 그게 양자론이니까. 전세계 물리학의 천재들이 모두 모아도 제대로 양자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김상욱 교수는 친절하고 재미있게 책을 썼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 본 책 중에 가장 쉽게 썼다. 하지만 어렵다. 그게 양자론이고, 난 천재가 아니다.

 

솔베이 회의는 벨기에의 사업가 에른스트 솔베이가 개회한 세계 물리학, 화학 학회이다. 3년마다 열리며, 현재도 계속해서 개최되고 있다. 위의 사진은 1927년에 개최된 제5차 솔베이 회의에 참석한 물리학자들의 사진인데, 저 안에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17명이 나온다. 맨 앞줄 가운데 자리는 당시 물리학계의 수퍼스타였던 아인슈타인이 차지했고, 양자역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닐스 보어는 두번째 줄 오른쪽 끝에 앉아 있다. 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는 양자론에 대해서 치열한 토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자역학을 사랑하는 물리학 교수의 프로포즈


책을 읽는 내내 양자론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든 쉽게 설명해서 한 명이라도 더 양자론의 함정에 빠뜨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굳이 알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알게 되면 이것만큼 좋은 게 없을 거라고 강변하는 것 같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양자론이 뭔지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물리학자의 이런 프로포즈라면 한 번쯤은 받아 들여도 좋을 것 같다.

 

2015년에 양자얽힘이 실재한다는 실험결과를 네이쳐 지에 발표한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의 바스 헨슨(엔지니어)과 로널드 헨슨(교수). 검증을 통과해서 공식적으로 인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양자얽힘은 상대성이론과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양자얽힘을 인정하지 않았다.


위에서 밝힌대로 나는 문과생이기 때문에 이과생들이 양자론을 실제로 공부하는지 어떤지 잘 모른다. 나보다 더 잘아는 사람들일테니 추천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하지만 처음 양자론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교양 수준에서 양자론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기분좋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양자론에 대해서 띄엄띄엄 알고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양자론에서 다루는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다. 일단 기본 개념과 흐름을 알아 두고, 이후에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보충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양자론에 관심이 없다면 상관없지만 교양 삼아서 한 권 읽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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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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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잠에서 깼다. 누군가 엄마를 죽였다.
잠에서 깼다. 싱그러운 아침햇살과 함께 잠이 깼으면 좋겠는데, 피비린내가 온 방안에 진동을 한다. 약을 끊으면 아드레날린이 치솟아 오르고 활력이 끓어 오른다. 너무 많은 활력으로 기억을 잊기까지 한다. 약을 계속 먹으면 무기력증에 휩싸여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무기력함이 싫어서 며칠동안 약을 끊었다. 마침 어제는 기억이 끊어져 버린 채 잠이 들었다. 피냄새가 심상치 않다. 아랫층으로 내려가 보니 엄마는 날카로운 칼에 목이 베여 살해당했다. 시신은 널부러져 있다. 내 몸을 보니 피투성이다. 도대체 누가 밤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내가 기억을 잃은 동안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어떤 놈이 우리 엄마를 저렇게 잔혹하게 죽여 버린 거야?

 

작가 정유정.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피칠갑을 한 소설
긴장감 넘치는 소설을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정유정의 소설이다. <7년의 밤>은 끝도 없는 긴장감 때문에 치를 떨면서 책을 읽었다. 출간한 순서대로 <28>을 먼저 읽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냥 손에 잡히는대로 <종의 기원>을 집어 들어 읽었다. 정유정은 예상을 빗겨가지 않았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내내 긴장을 하게 만든다. <7년의 밤>과 다른 점은 작품 내내 피가 철철 흘러 넘친다. 노골적으로 배경을 붉게 물들여 놓고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소설의 화자인 유진은 급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당황한다. 더욱 곤란한 것은 모든 상황이 가리키는 범인이 바로 유진, 자신이라는 점이다. 누군가가 집으로 들어 와 보면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릴 처지에 처해 있다. 다른 사람이 엄마의 죽음을 알아채기 전에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서 억울하게 뒤집어 쓸 수 있는 누명을 벗어내야 한다. 함께 사는 친구이자 형제이며 엄마가 양자로 맞아들인 해진의 날카로운 눈을 피해야 한다. 눈치없이 자꾸 엄마가 어디에 갔는지 물어 보는 이모의 의심도 두렵다. 일단 거실에 흩뿌려진 피를 깨끗이 닦아 내고 곰곰히 생각에 잠긴다. 도대체 누구지?

 


밀어 붙일 때까지 밀어 붙인다
정유정의 특성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소설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소설 중반까지는 마치 범인을 알아내는 미스터리물처럼 전개가 된다. 유진은 누명을 쓰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상황을 모르는 이모와 해진이 자신을 오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선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을 최대한 감춘다. 이 과정에서 굉장한 긴장감이 가슴을 졸인다. 해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가 죽은 거실에서 티비를 본다. 이모는 자꾸만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전화는 왜 꺼져 있는지 꼬치꼬치 묻는다. 유진에게 감정이 이입되어서 내 속도 같이 타들어 간다.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갈지, 범인은 누구인지, 범인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유진과 함께 고민을 한다.


유진의 기억은 점점 되살아나고, 범인이 바로 유진 자신임이 드러나는 순간, 순식간에 유진과 심리적인 거리감을 갖게 된다. 이제 해진과 이모가 위험해 처해 있다. 유진은 계속해서 자신이 살인을 하게 된 이유를 상기하고 나를 설득하려고 한다. 결국 자신을 의심하는 것같은 이모를 살해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읽는 사람의 사정같은 건 봐주질 않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극한까지 밀어 붙인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 오해를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피해야 하는 긴장감, 계속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유진에 대한 거부감같은 감정이 뒤얽혀서 읽는 동안 마음이 빳빳해지는 걸 느낀다. 점점 소설 속의 상황에 몰입하게 된다. 따뜻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 주인공
유진의 시점에서 소설이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유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어째서 유진이 그 상태가 되었는지, 유진을 불행하게 만든 (것 같았던) 엄마와 이모에 대한 원망도 함께 느껴진다. 살인사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 놓고 범죄자를 끝까지 괴롭힌다. 유진은 불안감과 죄책감에 의해서 상황을 회피하려고 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 진다. 여기까지 보면 이전에 읽었던 <7년의 밤>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7년의 밤>에서는 주인공인 현수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감정이입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비록 범죄자이긴 했지만 저 상황에 내가 처해 있었다면 비슷하게 행동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어쩔 수 없어 보이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도 굉장히 컸다. 집요하게 추적해 들어 오는 영재를 증오하는 마음도 생겼다. <7년의 밤>에서는 현수와 영재가 악을 나눠서 가지고 있었다. <종의 기원>에서는 두 사람 몫의 악을 유진 혼자 다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오로지 유진만이 절대 악이다. 불쌍하다는 생각은 처음에 잠깐 들었다가 실상이 드러나면서 사그라 들어 버렸다.
이후 작가는 가차없다. 선이고 악이고 도덕적인 관점은 이 소설에서는 아무 쓸모없다. 순수하게 악인의 관점에서 소설을 진행해 나간다. 읽는 사람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래서 불편하다.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 나갔더니 결말도 씁쓸하다. 시원하게 끝이 나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결말은 아니다. 악인의 입장에서 소설이 끝나 버렸다.

 

<7년의 밤>, <종의 기원> 두 소설에서 안개가 작품의 분위기를 묘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숨을 크게 한 번 들이 쉬고 책을 덮다
긴장감으로 온몸이 경직되는 것 같은 소설을 또 한 권 읽었다. 유진의 심리를 이렇게까지 자세히 묘사를 해 놓은 것을 보면 마치 정유정이 살인을 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상황과 심리묘사를 통해서 읽는 사람을 긴장시키는데는 최고의 소설가인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좀 사람을 그만 죽여 달라고 애원하고 싶은 심정이다. 소설을 읽는 재미나 몰입감은 <7년의 밤>이 더 좋았지만 결말은 억지로 주인공 편이 승리를 거머쥐었던 <7년의 밤>보다 나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또 시간을 두고 <28>을 읽을 차례다. 마찬가지일까?


몰입감도 대단하고, 심리묘사도 뛰어나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기를 힘들다. 누구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단, 잔인한 장면을 싫어하거나 평소에 공포영화나 스릴러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읽기 힘들 수 있다. 편안한 에세이나 동화같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마음에는 들지 않을 것이다. 읽을 때 되도록 감정이입을 하지 말고 거리를 두고 읽기를 권한다.


당연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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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16
줄리언 헤일록 지음, 이석호 옮김 / 포노(PHONO)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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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16번 째 책


푸치니는 몰라도 나비부인은 알겠지.
서양의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푸치니의 이름을 반드시 들어 봤을 것이다. 서양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푸치니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품인 나비부인을 들어 보지 못한 사람은 많지 않다. 오페라는 다양한 클래식 음악 장르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면서 돈이 많이 드는 음악 장르이다. 오케스트라가 필요하고 노래를 할 성악가가 있어야 한다. 공연은 당연히 대형 극장에서 해야 하고 무대장치 역시 화려하다. 지금도 뮤지컬 작품 하나를 제대로 올리려면 굉장한 돈이 들고 공연기획이 한 번 실패했을 때는 기획사는 치명적인 상처를 받게 된다.


오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실력이 검증되고 흥행성이 보장된 최고 수준의 작곡가만이 오페라 작곡을 위촉받아 공연을 할 수 있었다. 푸치니는 작곡하는 오페라마다 성공을 거두었고,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거의 마지막 오페라 작곡가 중에 한 명이다. 그리고 평생동안 오페라 작곡에만 매진했던 작곡가이다. 이 책은 푸치니의 삶과 그의 오페라 작품을 설명한 책이다.

 

자코모 푸치니 Giacomo Puccni 1858~1924


푸치니라는 제목의 작품, 오페라 하나가 한 장을 차지한다
제목이 그대로 내용이다. 푸치니의 삶과 작곡한 오페라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물론 푸치니가 오페라만을 작곡한 것은 아니지만 푸치니의 다른 음악을 들을 기회도 없었고, 어떤 작품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기억하는 푸치니의 작품은 오페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초반에 푸치니의 초창기 다른 작품을 잠깐 다룬 것을 제외하고는 오페라만을 설명한다. 더해서, 푸치니의 삶을 오페라의 작곡 시기로 나누고 있다. 마치 대나무가 매듭지어져 있는 것처럼 푸치니의 삶의 한 마디마다 오페라가 한 편 있고, 그 중간을 채워나간다는 느낌이다. 그냥, 푸치니의 삶이라는 한 편의 오페라에 각기 작품이 한 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써내려간 책이다.

 

주세페 포르투니노 프란체스코 베르디 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 1813~1901 푸치니 이전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 베르디, 그리고 푸치니로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클래식에서 이탈리아의 음악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성악 음악을 한정해서 바라볼 때, 이탈리아는 끝판왕의 느낌이 강해 보인다. 노래를 해 본 사람은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좋은 소리를 내는데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지만 발음도 중요하다. 이탈리아어에는 음악을 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모음이 5개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자고 나라면서 기본적인 두성을 패시브 스킬로 장착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그래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너라고 불리우는 카루소나 파바로티가 이탈리아 사람인 건 당연한 것 같다. (일본도 발음이 단순한데 왜 세계적인 성악가가 없냐고 반문을 하거나, 도밍고나 카레라스는 어따 빼먹었냐고 물어 보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난 음악전문가가 아니다.)

 

이탈리아의 목소리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동경을 조금 수긍한다면, 이탈리아에서 오페라의 대가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19세기부터 20세기로 넘어가는 이탈리아에서는 오페라가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기획사들은 좋은 원작을 구해서 판권을 산다. 작가를 섭외해서 원작을 오페라에 맞도록 수정한다. 수정된 대본을 보고 작곡가는 작곡을 한다. 이 때, 가장 키를 쥐고 있는 것이 작곡가였던 것 같다. 세비야의 이발사를 작곡한 로시니가 19세기 초중반을 장악했고, 끝도없이 오페라를 써내려간 베르디가 19세기 말을 지배한 후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세상을 떠났다. 황제가 떠난 자리를 많은 오페라 작곡가들이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고, 이탈리아의 마지막 오페라 황제의 지위는 푸치니의 차지가 된다.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인 투란도트. 3막으로 이루어진 마지막 부분을 작곡하지 못해서 프랑코 알파노가 완성을 했다. 토스카니니가 1926년 초연을 했으나 푸치니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프란코 알파노가 작곡한 부분은 연주하지 않았다.


상대하기 싫은 성격과 여성편력
푸치니는 이탈리아 루카에서 태어났다. 푸치니의 아버지는 음악교사였지만 푸치니가 6살 때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음악적인 영향은 거의 받지 못했다. 18세에 베르디의 아이다를 처음 보고 오페라에 뜻을 두었다고 한다. 밀라노의 음악원을 졸업할 즈음, 소쵸뇨라는 악보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신작 오페라 콩쿠르에 응모하기 위해 첫 오페라 '요정 빌리'를 작곡한다.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는데는 실패하지만 공연을 할 기회를 잡은 요정 빌리는 열광적인 환호를 받게 된다. 푸치니는 공연의 성공을 기회로 해서 오페라 기획사인 라코르디사와 계약을 맺고, 이후 전문 오페라 작곡가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다.


이후 푸치니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계속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푸치니는 훌륭한 오페라 작곡가이긴 하지만 훌륭한 인격을 지니거나 상대하기 편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페라를 작곡할 때마다, 1. 작품을 선정하는데 기획사와 마찰을 일으키고, 2. 거의 완성된 거나 다름없는 작품을 뒤집어 엎고, 3. 마음에 안들면 또 줄이고, 4. 대본작가는 못해먹겠다고 때려치우려고 하고, 5. 기획사는 작곡가와 대본작가를 중재하느라 고생하고, 6. 겨우겨우 올려서 환호를 받는다. 그리고 중간중간 유부녀와 바람피우고, 여자 꼬시는 행태를 반복한다. 성악가나 지휘자하고 마찰을 일으킨 적도 많다. 책 속에서 볼 수 있는 푸치니는 재능은 뛰어나지만 그 외에는 딱히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이다.

 

푸치니가 작곡한 토스카의 초판본 표지


푸치니를 이해하기에 충분한 종합선물세트
푸치니의 오페라를 중심으로 푸치니의 삶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각 오페라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고, 감상의 포인트도 적어 두었다. 부록으로 책에서 나오는 용어를 자세히 풀이해 놓은 용어집 뿐만 아니라 푸치니의 생애 연표도 수록해 놓았다. 푸치니의 초기음악부터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가 가득 들어 있는 2장의 CD는 포노출판사의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의 가장 멋진 장점이다. 책을 읽다 보면 푸치니의 음악을 들어 보고 싶은데, 이 때 부록 CD는 큰 즐거움이 된다. CD에 있는 음악은 다시 책 속에 해설이 들어 있다. 한 마디로 푸치니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이 다 들어 있는 책이다.


음악감상과 독서가 취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음악감상이나 독서가 어떻게 취미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꿋꿋이 얘기한다. 내 취미는 음악감상이고 책읽는게 취미라고. 음악을 들을 때도 그렇고 책을 읽을 때도 그렇고, 대체로 중구난방식이 되게 마련이기 때문에 가끔씩 시간을 내서 흩어진 지식에 체계를 잡아 줘야 할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럴 때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난 포노출판사의 열렬한 팬이다.


푸치니의 음악을 좀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당연히 이 책은 푸치니에 관한 내용밖에 없으니 다른 작곡가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를 한 번 훑어 보고 마음에 드는 작곡가의 책을 집어 드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은 시리즈 16번 째 책이다. 모든 작곡가를 다 아울러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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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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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글을 쓰는 어려움
누구에게나 글쓰기는 어렵고 부담스럽다.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어지럽게 돌아 다니는데, 그걸 정리해서 내 생각에도 만족스럽고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있게 읽어 보라고 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쉽지 않다. 때로는 첫 문장을 뽑아내지 못해서 한참동안 헤매기도 한다. 좋은 글을 쓰는 건 정말 어렵다.
좋지 않은 글을 읽는 것도 쉽지 않다. 어떤 책은 어려운 내용인데도 굉장히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반면에 어떤 책은 쉬운 내용이지만 책을 읽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좋은 글은 쉽게 읽고 머릿속에도 그 내용이 남아 있지만 좋지않은 글을 애써 읽어도 다 읽은 후에 도대체 뭘 읽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이 책에서 유시민 작가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영업용 기밀'을 알려주고 있다.

 

 
누구나 연습하면 유시민처럼 쓸 수 있다?
유시민은 글을 잘 쓰기로 유명한 작가이다. 1985년, 아직 어린 대학생일 때 작성한 항소이유서는 당시에도 판사들이 돌려 읽을 정도로 명문장이었다고 한다. 일반사람들에게 유시민을 알린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에서 글만 써서 먹고 살 수 있는 많지 않은 작가 중에 한 명이다.
지금은 각종 미디어에서 지식소매상으로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친절한 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예전의 유시민은 토론의 달인으로 유명했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각종 TV 토론에서 명확한 논리로 무장해서 상대방을 논파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감성보다는 논리에 기반한 글쓰기를 알려 준다.
이 책은 글 잘쓰기로 유명한 유시민 작가가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밝혀 놓은 책이다.

 


유시민이 알려 주는 글쓰기의 규칙
책에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발췌 요약이다. 글쓰기를 발췌 요약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설명한 것은 나로서는 상당히 의외였다. 그동안 글을 써 오면서 내가 발췌와 요약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다. 내가 그동안 써온 글들은 거의 대부분이 읽고 들은 얘기들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뽑아낸 후 정리하고 요약한 후 내 감상을 조금 붙여낸 것이다. 의식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글을 쓰고 있었다. 유시민은 '우리가 아는 정보와 논리 중에 스스로 창조한 것이 얼마나 될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 말이 맞다. 내가 뭔가 대단한 것을 쓴다고 착각을 할 때도 있지만 실제로 '해 아래 새 것은 없다'.


책 속에는 글을 쓸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많은 규칙들이 있다. 그 중에서 논리적인 글을 쓰기 위한 세 가지 규칙은 좀 기억해 둬야 할 것 같다.
1.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마라
2.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라
3. 주제에 집중하라

 

책 속에서 작가가 반드시 읽어 보기를 추천하는 세 권의 책. 박경리의 토지, 밀의 자유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요령을 가르치기보다는 글쓰기의 철학을 알려 준다
책에서는 글을 쓸 때 사용할 수 있는 실전 요령도 알려 준다. 중간중간 좋지 않은 글을 골라서 예시한 후에 직접 첨삭하여 좋은 글로 바꿔 놓기도 한다. 하지만 책에서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은 요령이 아니다. 글쓰기 자체는 기능일 뿐이라고 말한다. 세세한 글쓰기의 기술보다는 좋은 글을 쓰는 삶 자체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삶을 바꿔야 글을 좋은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거다. 굉장히 어려운 걸 요구하고 있다. 선생님한테 수학 문제 하나 풀어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붙잡아 놓고 인생을 얘기하는 꼴이다. 하지만 그 인생강좌가 불편하지만은 않다.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고, 충실한 삶을 살아라.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다.

 

 

 

우리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읽으려고 마음만 먹고 아직 읽어 보지는 못했다.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쓰기.


문예창작과(X), 논문지도교수(O)
이 책은 기본적으로 문학을 창작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다. 작가 스스로도 책 속에서 밝혔듯이 작가는 문학적인 글보다는 논리적인 글에 특화되어 있다. 문학적인 글은 재능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논리적인 글은 노력을 하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시나 소설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어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실용적이고 논리적인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한 총체적인 체크를 할 수 있다. 이 책 한 권 읽는다고 해서 글쓰기 실력이 순식간에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자세와 철학에 대해서 알려 주고 자세하지는 않지만 예를 들어 가면서 실제적인 면까지 살펴 볼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에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적인 면은 저자가 책 속에서 추천한 책들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추천도서목록이 너무 많은 건 좀 부담스럽기는 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글 하나 쓰는데 계속 책의 내용이 생각나서 글을 쓰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읽어 보면 글쓰는 습관에 대해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유시민 작가가 '글쓰기를 위한 전략적 독서'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추천한 책 목록이다. 읽은 책도 있고, 사 놓고 아직 보지 않은 책도 있는데, 시간내서 읽어 봐야겠다. 역시.. 문학은 한 권도 없다.


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문예출판사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김영사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을유문화사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승산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다락원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우물이있는집
스티븐 핑커 외 지금, 존 브록만 엮음, 마음의 과학, 와이즈베리
슈테판 츠바이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바오
신영복, 강의, 돌베개
아널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동서문화사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 한국경제신문
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에른스트 휴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문예출판사
에리히 프롬, 소유냐 삶이냐, 흥신문화사
장 지글러, 왜 세걔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부키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문학사상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어크로스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갈라파고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책세상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흥신문화사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휴머니스트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효형출판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선언, 책세상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인언스북스
케이트 밀렛, 성 정치학, 이후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서해문집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은행나무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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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밀수가 주업인 하층민,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가까운 미래의 달. 달에는 버블이라는 다섯 개의 구 모양의 거주지가 있다. 우리의 주인공인 재즈 바샤라는 그 중 콘래드 버블의 지하 15층에 살고 있고, 방이라고 해 봐야 침상 하나 있고 천장은 침상 위 1m. 꼼짝하기도 힘든 답답한 캡슐 주택이다. 그의 꿈은 달의 관광안내원이라고 할 수 있는 EVA 길드 시험에 합격해서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을 벌면 거실과 침실, 화장실에 개인 샤워실이 딸린 멋진 콘도를 얻을 생각이다. 공동시설을 사용하는데 진력이 났기 때문이다. 현재 직업은 포터, 배달원이다. 물론 항상 합법적인 것만 배달하는 것은 아니다. 돈이 된다면 조금쯤은 배달해서는 안될 물건들도 배달한다. 재즈 바샤라는 돈이 필요한 하층민이다.


EVA 길드 시험에 떨어지고 의기소침해 있던 재즈는 달에서 가장 큰 부자인 트론 란비크로로부터 100만 슬러그(달의 화폐 단위)짜리 제안을 받는다. 재즈가 원하는 집을 사고도 남을만큼 충분한 돈이다. 트론의 제안은 달에 산소를 제공하는 독점기업인 산체스의 수확기 4대를 파괴해 달라는 것이다. 수확기가 모두 파괴되면 산체스는 달에 산소를 제공할 수 없게 되고, 트론은 그틈에 비축해 놓은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큰 이득을 취할 생각이다. 물론, 들통나면 모든 책임은 재즈의 몫이다. 재즈는 위험한 거래 제안을 받아 들이고, 차근차근 수확기를 파괴하기 위한 계획을 짠다.

 

 

 

달의 거주지역. 버블이 다섯 개인데 구 모양으로 지상에 반구, 지하에 반구가 있다.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뛰어난 달의 일상 묘사
마션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앤디 위어가 쓴 두 번째 소설이다. 전작인 마션은 과학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소설 속에 녹여내어서 독자들이 지적인 쾌감을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다. 모래폭풍 때문에 화성에 남겨진 주인공이 자신의 과학지식을 충분히 활용하여 결국은 지구로 귀환하게 되는 내용이다. 제목 자체가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는 달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작가는 가까운 미래에 달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거주지를 만들게 된다면 어떠한 모습일지 열심히 상상을 하고 그려낸다. 지구에서 사는 것이 당연한 독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달에 사는 일상을 과학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달에서는 무엇인가를 건설한다는 자체가 큰 돈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도로가 없다.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한 계단의 높이는 50cm나 된다. 그렇게 높은 계단을 15층씩이나 올라가도 숨이 차지 않는다. 달의 먼지는 굉장히 거칠다. 먼지라기는 돌가루에 가깝다. 기상현상이 없어서 풍화작용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앤디 위어는 우리 지구인들은 평소에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는 소소한 지적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아폴로 11호가 착륙했던 지점. 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다.


그럴싸한 아이디어, 달의 화폐 슬러그
소설 속에서 달의 화폐는 슬러그 slug이다. 난 소설 속에서 등장한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이 아이디어가 가장 흥미로웠다. 슬러그는 연착륙 soft-landed gram을 줄인 말로 S. L. G.인데 슬러그라고 부른다. 슬러그는 1그램의 화물을 지구에서 달로 옮길 수 있는 선불 서비스 신용점수이다. 즉, 1그램을 옮길 수 있는 권리가 1슬러그인 셈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국가가 아닌 달에서는 화폐를 발행할 수가 없다. 화물운송은 달에서 생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생활서비스이기 때문에 그 권리를 화폐로 대체하고 있다. 가상화폐와 닮아 있으면서도 실물서비스가 밑받침되기 때문에 화폐로서 제격이다.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달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이기 때문에 인류가 거주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나는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경제적인 문제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대는 좋았다. 하지만..
마션을 기억하면서 잔뜩 기대를 하면서 읽어나갔다. 소설의 도입부분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앤디 위어는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달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 문제는 설정이 아닌 내용에 있었다. 재즈가 트론을 만나 달에 있는 모든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지극히 불법적인 거래를 승낙하는 것은 돈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 보자. 4대의 수확기 중에 한 대를 파괴하지 못하고 트론이 산체스의 사주에 의해 살해 당한 후부터 소설은 급작스럽게 변한다. 찌질함의 극치를 달리던 재즈는 순식간에 천재가 되어 버린다. 재즈의 주변인물들은 이전의 관계가 어땠는지는 상관없이 재즈를 힘껏 돕는다. 진 추가 묵고 있는 묵고 있는 호텔문을 따는 것도 운이 너무 좋다. 그 안에 있는 전문적인 암살자를 격퇴하는 장면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금고를 여는 장면에서는 우연과 천재적인 직감까지 모두 총동원된다. 못하는게 없는 천재적인 두뇌 + 하늘이 내린 운 + 기다렸다는 듯이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재즈는 목숨을 걸고 달을 구한 영웅이 되고, 이전에 행했던 사악한 죄는 사함을 받는다. 뭐야 이게!

 

 

 

앤디 위어. 1972년생. 마션으로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아르테미스는 두 번째 소설이다.


장점은 줄어들고 단점은 부각되다
어쩔 수 없다. 아르테미스는 마션과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태어난 소설이다. 마션이 인기있었던 이유는 흔히 말하는 과학 덕후가 자신이 가진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화성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설득력있게 묘사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션에서는 과학 지식이 소설의 주제였고 소설의 내용이었다. 반면에 아르테미스는 과학 지식이 소설의 소재일 뿐이다. 소설 전반에 걸쳐 표현되는 과학 지식은 소설의 분위기와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는 하지만 주된 요소가 아니다. 마션은 과학 지식을 빼면 소설이 성립하지 않는다. 아르테미스는 과학지식을 빼도 소설이 성립한다. 적당히 배경을 지구로 바꾸고 과학지식을 빼 버려도 소설이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마션이 굉장히 큰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이야기가 굉장히 뛰어난 소설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로빈슨 크루소 형식의 표류기였다. 앤디 위어 역시 직업적인 소설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플롯보다는 과학지식을 곳곳에 잘 배치하여 흥미로운 소설을 써낼 수 있었다. 아르테미스에서는 앤디 위어가 달라졌다. 전업작가로 변신했고, 전체적인 플롯과 구성을 생각하면서 책을 썼다. 아마도 소설의 영화화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소설가라면 소설가답게 멋진 스토리를 써내려 가야 한다. 영화화할 생각이 있다면 스펙타클한 장면도 곳곳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앤디 위어는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장점이 있는 작가는 아니다. 아르테미스에서는 마션에서 볼 수 있었던 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마션에서 과학지식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단점이 떠올라 버렸다.

 

제목인 아르테미스는 그리스신화에서 달의 여신을 가리키며, 로마신화에서는 디아나가 같은 신이다. 영어로는 다이아나라고 부른다.


재미없는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소설 전반부는 설정을 잘 짜놓은 덕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트론이 죽고나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고 더 몰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때부터 소설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뛰어난 천재 SF소설가로 데뷔한 앤디 위어는 이제 평범한 우주활극 소설가가 되어 버렸다. 아르테미스는 마션의 후광을 받아 인기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장담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 다음 소설이 나온다면 마션같은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화성을 쓰고, 달을 썼으니 다음은.. 유로파나 엔켈라두스 정도 되지 않을까?


마션 정도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설정이 뛰어나기 때문에 초반은 읽을만하다. 뒤로 갈수록 지루하고 개연성이 떨어진다. 좀 유치하다는 생각도 든다.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는 애매하다. 그렇다고 읽지 말라고 뜯어 말릴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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