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으면 죽겠다는 사람과는 만나지 마라. 사람은 사람을 채 워줄 수 없다. 날 채워줄 수 없는 사람에게 나를 채워주길 기대하고 요구하니까 결국은 바닥을 드러내고 메말라 갈라져버린다. 자신이 없으면 살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남겨진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포도 향만 첨가된 탄산 주스처럼 그것은 사랑이라 불렸을지 모르나 실체는 다른 것이다. 사랑은 상대를 세워주는 것이다.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생명을 낳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나도 사랑은 가슴에 남아 그 남은 생을 살아가게 한다. 나는 누구보다 너와 엄마를 사랑하지만 너와 엄 마가 없어도 살 수 있다. 너도 그래야 한다."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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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따라 걷기 - 하나님의 마음을 따라가는 순례 여정
이익상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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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아브라함 종교의 고향

아브라함 계열의 종교라 하면 가장 맏형인 유대교를 들 수 있다. 예수 탄생 이후에는 카톨릭이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맹위를 떨치고 중동지역에서는 선지자 무함마드가 이스마엘을 앞세워 만든 이슬람이 맹위를 떨친다. 카톨릭이 한참 부패했을 때, 그에 저항한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개신교가 생겼다.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넘어오는 모랫바람 자욱할 것 같은 조그만 나라, 이스라엘에서 4천년 전에 살았던 한 사람. 오로지 야훼 하나님의 명에 따라 이라크 지역에서 가나안으로 넘어간 최초의 히브리인 아브라함에 기원을 두고 있는 종교들은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믿는 신앙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이 모든 아브라함 계열 종교들의 시작이 되는 곳이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성육신한 예수가 태어나고 자라고 그의 말씀을 선포한 곳이다. 기독교도의 입장에서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반드시 이스라엘을 잘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기독교는 이미 이스라엘의 손을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성지순례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이스라엘을 여행한다. 그곳에는 아브라함과 야곱과 이삭과 요셉의 흔적이 남아있고, 다윗과 솔로몬의 영광, 이사야의 강력한 음성, 예레미야의 슬픔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이스라엘 뿐이다. 과연 순례자들은 무엇을 보고 올까?


저자 이익상. 현 춘천중앙교회 부목사.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구약성서학을 전공했다. 성서학 연구소 비블리아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같은 이름의 팟캐스트도 운영중이다.


구약성서학자가 쓴 이스라엘 성지순례 지침서

《이스라엘 따라걷기》를 쓴 이익상 목사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있다. 많은 유학생들이 그렇듯이 유학기간 중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이스라엘 성지순례 관광가이드를 했던 것 같다. 그냥 단순한 가이드였으면 그냥 그걸로 끝났을텐데 이익상 목사는 구약성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이다. 그것도 굉장히 뛰어난 실력과 설득력을 지닌 연구자다. 이스라엘 생활과 구약성서학, 고고학에 대한 지식이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켜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가이드 역할을 했었던 것 같다. 장소에 대한 설명과 이면에 숨은 고고학, 역사, 종교의 의미를 덧붙여 블로그에 정성스런 글을 7년여동안 썼고, 그 글들을 묶어 펴낸 책이 《이스라엘 따라걷기》이다.


베데스다 연못.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다. 설명에 의하면 연못이라기보다는 물 저장소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직접 이스라엘을 여행하는 것 같다.

《이스라엘 따라걷기》은 이스라엘의 유명한 장소를 소개하고 그 장소의 종교,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는 2~4 페이지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소소개는 그렇다 해도 장소에 대한 설명은 정말 탁월하다. 읽다 보면 기독교인으로서 수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성경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장면을 눈으로 똑바로 볼 수 있다. 조금 큰 교회 전도라고 생각했던 성전이 그렇게 거대한 지 몰랐다. 비아 돌로로사를 생각하면 왠지 육체적 고통만이 떠올랐는데, 시장통으로 십자가를 끌고가는 예수는 온갖 조롱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성지순례를 온 교인들에게 해설하는 이익상 목사의 멋진 가이드 모습을 볼 수 있다.


성전산 복원도. 저자인 이익상 목사가 직접 그린 것이다. 책 속에 있는 많은 사진과 일러스트를 모두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지식, 자료, 설명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이 책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세 가지만 꼽아 보면 정말로 이 책을 읽으면서 '이스라엘을 따라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안내서라는 점이다. 이스라엘을 성지순례하는 신자라면 반드시 한 번 읽어 보면 그저 수박겉핥기 식으로 이스라엘을 보고 오는 것보다 훨씬 의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꼭 이스라엘에 가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 여행을 한 것처럼 이스라엘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책 속에 담긴 수많은 사진과 일러스트 자료들이다. 자칫 글로만 읽으면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이 이미지 자료에 의해서 선명해진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자료들이 저자인 이익상 목사가 직접 찍고 그렸다는 점이다. 거기에 더더 놀라운 것은 저자의 블로그 페이지에 가면 자료들을 받아서 쓸 수도 있다. 멋진 목사님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해박한 성경지식이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여행지역별로 장소를 정하고 그 곳의 역사와 신앙적으로 되돌아 봐야 할 내용을 잘 설명해 놓았다. 사진과 일러스트 뿐만 아니라 성경학자의 지식, 이스라엘 생활의 경험, 뛰어난 컴퓨터 활용능력이 강력한 시너지를 일으켜서 이스라엘과 성경 뿐만 아니라 실제 여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멋진 책이 탄생했다. 성경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읽기 어려울 수 있지만 설명이 굉장히 친절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상식만 있으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히브리어 알파벳의 변천사. 히브리어는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 저자가 운영하는 비블리아 홈페이지에 가면 이외에도 고품질 자료가 가득하다.


★★★★★

교회에서 성경공부용으로 추천하고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외에 성경과 이스라엘에 대해 깊에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림을 클릭하면 성서학연구소 BIBLIA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비블리아 홈페이지에 가면 이익상 목사의 다른 글들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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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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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여고 교사


마에시마는 세이카 사립 여자고등학교의 수학교사이며 양궁부 고문이다. 그저 평범한 교사일 뿐인 마에시마는 얼마전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 등을 떠밀어 열차가 들어오는 동안 철로에 떨어질 뻔 한 적도 있다. 수영을 하는 동안에 누군가 물속에 전기가 흐르도록 멀티 탭을 설치해 놓기도 했다. 급기야는 위에서 떨어지는 제라늄 화분을 가까스로 피해 위험을 벗어나기도 했다. 교장에게 이런 사정을 얘기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그저 시끄러운 일없이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우연일지도 모른다고 억지로 마음을 추스리는 마에시마.


그런데 마에시마를 따라다니던 죽음의 그림자는 엉뚱하게도 학생지도부장인 무라하시를 덮친다. 무라하시가 학교 외진 곳에 있는 탈의실에서 청산가리를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된다. 학교는 발칵 뒤집히고 운나쁘게 양궁부장인 케이와 함께 시체를 처음 발견한 마에시마는 오타니 형사에게 시달린다. 첫 용의자는 다카하라 요코. 하지만 밀실 트릭이 깨지면서 요코의 용의점은 사라진다. 과연 무라하시는 누가 죽인 것일까?


히가시노 게이고. 東野圭吾 (1958 ~ ) 일본의 소설가. 가장 인기있는 소설가 중 한 명.


베스트셀러 작가의 첫 수상작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 수상작이며 전업작가로 전향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된 소설이다. '에도가와 란포상'은 일본의 추리소설가인 에도가와 란포를 기념하기 위해서 제정된 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 31회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발표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쓰는 다작작가이지만 이때만해도 아직은 미래가 불확실한 애송이 작가였을 게이고의 실력을 볼 수 있다.


무라하시 사후, 사건을 조하사던 오타니 형사는 요코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머리좋은 호조 마사미의 추리에 의해서 요코는 혐의를 벗고 살인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며칠이 지나 학교는 안정을 되찾고 예정되어 있던 체육대회가 열린다.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가장 행렬. 마에시마는 원래 양궁부 가장 행렬에서 술취한 삐에로로 분장한 후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역할을 몰래 바꾸면 재미있을 거라는 육상부 고문, 다케이 선생의 제안에 따라 아무도 모르게 역할을 바꾼다. 그런데 소품인 술병에 있는 물을 마신 다케이가 갑자기 숨지고 그 원인은 술병 속에 있던 청산가리 때문으로 밝혀진다. 역할을 바꾸지 않았으면 마에시마가 살해당했을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마에시마를 노리는 것일까? 마에시마는 또다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연쇄살인범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건의 배경은 여자 고등학교. 여고생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썼다..고 생각하지만 여고생의 마음을 들여다 본 적이 없어서 여고생도 동의할지는 모르겠다.


기본에 충실한 추리소설

벌써 30년도 전에 쓴 소설이다. 학교 환경도 현재와 다를 테고 휴대폰같은 학생들의 필수품도 없을 때다. 하지만 읽는 동안 오래된 소설을 읽는 것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초창기의 소설이라고 해서 재미가 떨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최근에 (왠지 급하게 쓴 듯한) 단편집이나 재미없는 장편소설보다도 훨씬 낫다. 밀실을 둘러싼 트릭도 좋고 살해 동기를 숨기기 위해서 실제 살해목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노리는 것같은 트릭도 좋았다. 추리소설답게 마지막 반전과 추리과정도 매끄럽다. 최근 게이고의 소설을 보면 설정이 억지스럽거나 너무 전문적이어서 이해하기 힘든 작품도 많은데 그에 비하면 오히려 추리소설을 읽는 맛은 더 나은 것 같다.


살인을 하는 동기가 신선하다. 어떻게 이런 일로 살인까지 할 이유가 있을까 싶지만 여고생의 수치심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으니 그러려니 한다. 하긴 최근 '명탐정 코난'의 어처구니 없는 살인 이유에 비하면 훨씬 나아 보인다. 마에시마 아내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들어간 것은 아무리 봐도 쓸데없다. 아내를 페이크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설정했다고 하기엔 너무 등장 장면이 적어서 전체 내용에 녹아들지 못했다. 그런데 정말 뜬금없게도 책 마지막에 아내와 불륜을 일으킨 직장상사에 의해 마에시마가 살해된다. 전체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어처구니없는 마지막 장면이다. 소설 전체와 전혀 상관이 없으니 결말이라고 할 수도 없다. 충격적인 마지막이지만 책을 읽는 누구도 원하지 않았을 빠졌어야 할 부분.


내가 본 책은 이것인데 절판되고 최근에 소미미디어에서 새로 출간됐다. 그러고 보니 번역한 사람도 달라졌다. 내용도 바뀐 건 아니겠지?


★★★★

재미있고 깔끔하다. 마에시마 아내 부분이 쓸데없이 추가되어 눈에 거슬리지만 그 부분만 빼면 괜찮다. 남자면서도 여고생의 모습과 감정을 세심하게 살핀 후 소재로 삼은 것도 신선하다. 게이고가 이름을 떨친 첫 소설이므로 게이고의 팬이라면 읽어 볼 만하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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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인공존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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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독서편력의 시작, SF소설

기억을 되돌아보면 나의 독서편력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동화전집으로부터 시작됐다. 찾아보고 싶어도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책들을 어릴 때 수십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이후 백과사전, 교과서, 위인전기 같은 책들을 미친듯이 읽고 또 읽었다. 그런데 이 책들은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내가 골라서 읽은 책들은 아니었다. 부모님이 사오신 책, 그냥 집에 있던 책을 그냥 읽은 것이다. 내가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학교 도서관에 갔을 때였다. 먼지 풀풀 날리던 도서관에는 당시에 아무도 읽지 않아 대출기록이 전혀 없었던 SF소설, 추리소설들이 가득했다. SF에 대한 나의 기억은 이 때부터 시작되었고, 나는 이때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 같은 작가들과 친해졌다. SF소설은 어린 나에게 상상을 돋워주고, 독서에 취미를 붙여준 장르이다. 

장르소설은 그 목표가 명확하다. 추리소설은 알 수 없는 범인을 찾아가면서 마지막 범인을 찾아냈을 때 그 통쾌함이 극대화된다. 무협소설은 대의에 따라 영웅이 되어가는 대협의 풍모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판타지 소설은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지는 환상의 세계를 상상하는 재미가 우선이다. SF소설은 과학적 상상력을 현실과 잘 조합해서 마치 있을 것 같은 세계를 창조해서 지적 쾌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는 장편 《신의 궤도》를 읽은 후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일부러 찾아서 읽었다. 《신의 궤도》에서 멋진 설정에 비해 스토리텔링이나 장르적 쾌감이 아쉬워서 그걸 보상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안녕, 인공존재》는 배명훈이 그동안 발표했던 중단편을 모아놓은 책으로 동명의 단편을 포함해 소설 여덟 편이 실려 있다.

1978 ~ . 한국의 SF소설 작가. 2011년에 《안녕, 인공존재》로 제1회 문학동네 젊은자가상 수상

설정과 아이디어는 좋았다

여덟 편의 소설이 모두 소재가 다르다. 다르면서도 굉장히 소설간의 간극이 크고 다양하다. <크레인 크레인>은 실체화된 종교를 다루고 <누군가를 만났어>는 고고학과 심령현상을 다룬다. 심지어 <안녕, 인공존재>에서는 철학까지 다룬다. 그외에도 마법, 우주론, 거대로봇 등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설정들도 좋다. 굉장히 다양한 지식을 지닌 작가라는 걸 잘 알 수 있다. 설정은 《신의 궤도》에서도 감탄을 한 바 있는데 《안녕, 인공존재》 역시 마찬가지다. 한 작가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부러운 점이고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안녕, 인공존재>에서는 그저 존재만 할 뿐 어떤 효용도 없는 물체를 소재로 하고 있다.

장르적 재미는? 회수되지 않는 떡밥들

그런데 아이디어와 설정만 가지고는 소설이 되지 않는다. 좋은 아이디어라도 잘 살려야 좋은 소설이 될텐데 《안녕, 인공존재》는 아이디어와 설정을 보여주는 중반까지만 재미있다. 그 이후로는 어설프다는 느낌이 결말도 모두 어정쩡하다. 계속해서 하나의 아이디어에 집중하다가 명확한 결말을 지어주지 않고 소설들이 끝나거나 데우스엑스마키나가 등장한다.

그냥 끝난다. 뭔가 의미를 찾아 보려고 해도 찾기 힘들다. <안녕, 인공존재>는 철학적인 사변만 난무한다. <매뉴얼>은 그냥 궁금증만 잔뜩 풀어 놓고 망한다. <누군가를 만났어>는 도대체 뭐지? 던져놓고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문학적인 효과를 노렸다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SF소설로 놓고 보면 실망스럽다. 멋진 소재를 만들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진행하던 소설들은 어느 순간 힘이 쭉 빠져 버린다. 결말에 이르러서도 도대체 어떤 내용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풀어 놓은 것들을 회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SF소설이라면 가질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

문학상을 받을 정도이니 전문가들이 보기에 좋은 작품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SF소설 팬의 한사람으로서 《안녕, 인공존재》은 읽고 나서 다른 SF 팬에게 읽어보라고 선뜻 추천할만한 책은 아니다.

★★☆

별로 재미없는 책이다. 뭔가 그럴싸하게 전개해 나가다 아무 것도 아닌 결말을 맺는다. 설득력있는 원인도 없고 개연성있는 결말도 없다. 대체로 뒷심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너무 아쉽다. 이 정도 상상력이면 훨씬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등산을 열심히 하다가 정상을 찍지 못하고 하산하는 느낌이다.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쉽다.

위에서 쓴 것처럼 선뜻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배명훈의 소설을 또 찾아서 읽어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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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님 책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책을 읽는데 말입니다, 이게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는 겁니다. 억지로 보라고 하면 더 이상 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면 책장을 덮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굳이 마지막까지 그 고통을 참아내야 합니까?"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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