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일곱시부터 주름 없이 다린 슈트에 넥타이를 매고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TE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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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1860년에는 일반적으로 집에서 출산을 했다. - P125

버튼 씨의 이마에 식은땀이 두 배는 더 많이 배어나왔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헛것을 본 게 아니었다. 눈앞에는 여전히 흔들침대 가장자리 너머로 두 발을 걸친 일흔 살짜리 늙은 아기가 앉아 있었다. - P131

열두 살 생일이 지나고 몇주 뒤의 어느 날, 거울을 들여다보던 벤자민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아니 발견한것 같았다. 눈이 착각을 일으켰나, 아니면 10여 년간 염색을 해온 흰머리가 저절로 철회색으로 변한 건가? 얼굴에 자글자글하던 주름도줄어들었고 피부에 약간의 혈색이 돌며 건강하게 탄력이 생긴 게 아닌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등도 더는 구부정하지 않았고 몸 상태도전보다 좋아졌다. - P145

신체 나이가 실제 나이와 같아지면 그 시점부터는출생 시부터 이어진 괴이한 현상이 멈추기를 바랐건만, 몸서리가 쳐졌다. 앞으로도 이런 변화가 계속되리라는 생각이 들자 끔찍했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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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하는 인테리어란 평균대를 옥상 어디에 놓아야 할까 고민하는 일이었다.
기껏해야 평균대 두 개였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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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 P9

"어떤 자식이든 누나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누구든 걸리기만 하면 복수해 버릴 테니까. 앞으로는 상처 같은 거 안 받을 거예요."
진심인데,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유치해졌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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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라진 약혼자

쿠리자카 카즈야는 도련님이다. 인생에 있어서 실패한 경험이 거의 없다. 부유한 부모님 밑에서 부족한 것 없이 살아 왔고, 현재는 은행원으로서 엘리트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아내를 선택하는데는 크게 실패를 한 모양이다. 아름답고 똑똑해 보이는 세키네 쇼코와 약혼을 했으나 (부모님의 반대는 이럴 때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부록같은 것이다) 신용카드를 만들려다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 쇼코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쇼코를 찾기는 해야겠고 경찰에 알려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좀 먼 친척이긴 하지만 어머니 사촌동생의 남편인 혼마 슌스케가 형사인 것을 기억해낸다. 좀 면목없긴 하지만 오랜만에 슌스케를 찾아가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쇼코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며칠 후 만난 슌스케는 뜬금없는 얘기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쇼코가 쇼코가 아니라 신조 교코라는 다른 여자가 신분을 훔친 것이라고 한다. 그럴 수가 있어?


미야베 미유키 宮部みゆき 1960 ~ . 일본의 소설가


본격적인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추리 소설

일본의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에 비해 장르문학이 발전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솔직히는 국내 SF소설은 읽어 봤지만 추리소설은 많이 읽어 보지 못해서 잘 모른다.) 특히 추리소설이 다른 장르에 비해서 월등히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내가 읽은 일본 소설도 대부분 추리나 미스터리 소설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일본소설에서는 우리 소설을 구분할 때 잘 사용하지 않는 장르 구분, 즉 '사회파' 소설이라는 장르가 따로 존재하는 듯하다. 그 연원이나 실제 흐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현실 사회의 문제점에 천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이전에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SF였고, 《화차》는 내가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두 번째 소설이기 때문에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추리소설로는 처음 읽는 책이다. 이 책을 구매한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데, 꽤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 있었다.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판이 나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아마도 《모방범》이나 《솔로몬의 위증》처럼 대표작 분위기가 뿜어져 나오는 책들 대신 짧아서 부담스럽지 않은 《화차》를 읽으려고 사뒀을 것 같다.



쇼코와 교코의 흔적을 찾는 혼마 슌스케

《화차》의 주인공은 현재 휴직중인 형사, 혼마 슌스케이다. 슌스케는 처음 카즈야에게 세키네 쇼코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는 간단한 소일거리 정도로 생각하고 쇼코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세키네 쇼코가 사실은 신조 교코인 걸 알게 되고, 두 사람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사건의 냄새를 맡아 두 사람의 흔적을 쫓는다. 거의 보이지 않던 실마리를 겨우 붙들고 겨우겨우 둘의 과거를 짚어나갈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전형적인 미스터리 소설의 구성을 하고 있는데 구성이 치밀해서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특히 쇼코와 교코의 접점을 쉽게 찾지 못해서 헤매다가 설문조사 부분에서 실마리가 풀리는데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금이야 개인정보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엉망진창)하게 관리하지만 이 책이 쓰인 1990년대만 해도 개인정보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용정보였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기느 하지만..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훔친 여자..가 바로 교코이다.


결국은 돈이 문제다


돈, 결국 돈이 문제다

쇼코의 삶을 훔친 교코를 쫒는 것이 이 소설의 주요한 흐름이지만 《화차》에는 추적보다 훨씬 묵직한 사회현상을 다루고 있다. 교코는 아버지가 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행복을 바라면서 살 수 없었다. 사채의 늪에 빠져 첫번째 결혼 생활을 실패하고 (명확히 표현되지는 않지만)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얻은 새로운 신분,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 일상적인 행복, 평생에 걸쳐 원했던 행복한 시간을 앞뒀는데.. 자신이 신분을 훔친 여자 역시 개인 파산을 당할 정도로 빚에 시달렸다는 것을 알고서 얼마나 놀랐을지.. 그저 남들과 별로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 교코로서는 억울하기 그지 없었을 것이다.


행복을 살 수 없다고들 한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돈이 없으면 행복해질 기본 바탕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돈이 없어서 비참했던 기억이 없던 사람들이다. 빚 때문에 쫒기고 치료비가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 처해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일까? 농담삼아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돈이 없은데도 행복하지 않다면, 너의 돈이 충분하지 않은게 아닌지 생각해 보라는 금언이 오히려 진실에 가까워 보인다. 돈이 있다고 해서 꼭 행복한 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해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수도자가 아니니까..


교코가 옳지 않은 행동을 한 것은 틀림없지만, 나는 교코를 무작정 욕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의 절망이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기작이라 일본에서도 영화화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에 변영주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읽으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 많이 닮은 것 같다. 그냥 비슷한 것보다는 게이고의 상위호환같다. 아직은 미야베 미유키가 쓴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 (또는 좋은 책만 읽어서)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화차》는 읽는 동안 궁금증을 많이 유발해서 몰입도가 강한데다 사회적인 메시지도 강해서 묵직하게 익을 수 있다. 특히 미스터리 소설을 읽다 보면 많이 느끼는 '반전 결말에 대한 집착'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쫓아갈 수 있느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재미도 있고, 술술 책장도 잘 넘어간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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