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느 수요일,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나들이를 갔을 때 철사에 구슬을 꿰어 만든 공 하나를 사주셨다. 두 손바닥 사이에 끼고 살짝 누르면 납작한 똬리 모양이 되었다가 다시 튀어 올라 속이 빈 구체로 돌변하는 이 장난감이 마음에 쏙 들었다. 둥근 모양일 때는 마치 조그마한 지구 같았다. - P17
지구는 회전하므로 남극과 북극을 잇는 선이라면 어느 것이든 기준선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본초자오선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정치적인 문제였다.바로 그것이 위도와 경도의 본질적 차이점이다. - P19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가족은 전에 ‘이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실감했습니다. ‘이웃이 무섭다는 것은 곧 세상이 무섭다는 것이고, 결국은 ‘커뮤니티 자체가 무섭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난대도 이상할 것이 없지요." - P129
도쿄 도 고토 구 다카바시 2쵸메에 있는, 경시청 후카가와 경찰서 산하 다카바시 제2파출소에, 같은 동네 니노산에 있는 간이여관 가타쿠라하우스‘의 딸 가타쿠라 노부코가 찾아온 것은1996년 9월 30일 오후 5시경이었다. - P7
모스는 어머니를 보았고, 이어서 몇 년 사이에 변해버린 자신을 보았다. 미래 세계를 여행하고 있을지언정 정신만큼은 현재라는 굳건한 대지에 걸쳐 있었기에 자신의 육체 또한 그러리라 느꼈지만, 그녀의 몸은 계속해서 나이를 먹었다. IFT 여행의 아이러니다. -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