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법에 따라 우리가 죽이는 무고한 이들을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내 눈에는 모두가 무고하다. 유죄인 이들조차 그렇다. 누구나 죄를 짓기 마련이고, 누구나 어린 시절 순수함의 기억도 간직하고 있다. 아무리 삶이 여러 층위로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그렇다. 인류는 무고하며, 인류는 유죄이다. 둘 다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 P11

어둠은 빛의 부재였고, 수확자는 빛 자체였다. 그들은 깨우치고 빛나는 존재로서, 인류 중 가장 뛰어난 이들로 인정받았디 그래서 수확자로 선택됀 것이다. - P13

부모님과 동생이 그 말에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반면, 시트라는 요점을 이해했다. 문명의 성장은 완료되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았다. 인류의 경우 배울 것은 더 남아 있지 않았다. - P19

수확자는 죽음의 도구일 뿐이고, 나를 휘두르는 것은 여러분의 손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당신과 당신 부모님, 그리고 이세상에 사는 다른 모두가 죽음의 낫을 휘두르는 사람이지요. - P23

수학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그는 모든 면에서 법을 넘어선 존재인 수학자였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답을 하기로 했다. - P33

「이해가 안가? 난 수확자를 도운 게 아니야, 콜을 도운 거야!」 로언이 주장했다.
「그래, 콜이 무덤에 들어가게 도왔지.」 누군가가 말하자 다른 모두가 동의의 말을 웅얼거렸다. - P39

2042년. 학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이 아는 연도다. 컴퓨터의 힘이 무한해진 해, 또는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무한에 가까워진 해였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게 된 해였다. - P42

수확자들은 1년에 세 번, 콘클라베라는 대회합을 열어 만납니다. 우리는 수확에 대해 의논하고, 우리 지역에 수확자가 더 필요할지 어떨지를 논하지요. - P54

수확자의 가족은 그 수확자가 살아 있는 한 면제권이 있으니까. - P57

<너희는 역사, 위대한 철학자들, 과학을 공부할 것이다. 영구적으로 생명을 빼앗는 책임을 맡기 전에 생명의 본질과 인간으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모든 형태의 살해 기술을 배워 전문가가 될 것이다.> - P63

정치적인 언동에 낭비된 모든 시간과 돈, 전쟁으로 잃은 생명들, 압제자에게 학대당한 인구...... 모두 선더헤드가 권력을 넘겨받는 순간 사라졌다. - P67

수확자 패러데이는 미소 지었다. 「잘했다. 너희를 시험한 거다. 둘 중 누구든 죽음을 집행하는 데 열성적이었다면 기쁘지않았을 거야.」 - P77

수확자가 여행을 하고 싶어 하면 어떤 좌석이든 주어졌다. 수확자는 자리를 빼앗고 그 승객을 다른 좌석으로 보내거나, 빈 좌석이 없다면 다른 비행기로 보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원래 앉아 있던 승객을 거두고 그 자리에 앉은 수확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무서웠다. - P86

그때 앞서 들어온 수확자가 승객들에게 말했다. 「주목하기 바란다. 그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유감이지만 이 비행기 전체가 수확에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알린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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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쯤 전에 나는 10년이 넘도록 손대는 일이 없던 단편소설을 하나 발표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 장르를 멀리했던 것이나 또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이 분야의 일을 하려고 하는 건 요컨대 나의 작가로서의 삶이 내부에서 새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이제부터 쓰게되는 이야기와 관계가 있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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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니데스가 모든 존재물의 궁극적 요소가 ‘존재‘라고 주장했을 때 그가 이해한 존재의 속성은 ‘불변성‘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불변하는 것만이 존재하며 변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요. - P104

초기 기독교 신학자들이 교리를 확정하는 도구로 신플라톤주의 형이상학을 사용한 탓에 기독교 신학은 지난 2,000년 동안 자신 안에 들어와 있는 이질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싸워야 했습니다. - P123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바로 이것이 존재에 대한 그리스적 개념과 히브리적 개념이 상충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히브리인들의 존재개념은 만물을 생성·소멸시키는 역동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 P131

히브리인들에게 ‘존재‘는 영원불변한 것인 동시에 생성 작용하는 실재입니다. - P144

그리스인들은 존재든 존재물이든 모두 탈시간화함으로써 그 변치않는 본질을 통해 ‘개념적으로‘ 파악했고, 히브리인들은 하나님이든 인간이든 모두 시간 안에서 그 운동과 변화를 통해 ‘실존적으로’ 파악했지요. - P148

존재란 생성과 작용의 ‘탈시간화된 모습이고, 생성과 작용이란 존재의 ‘시간화‘된 모습에 불과합니다. 불변이란 변화의 탈시간화된 현상이고, 변화란 불변의 시간화된 현상일 뿐입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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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정 지역의 나무와 거기서 삶을 영위하는 인간은 서로 닮은 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 P306

‘레인트리‘라고 부르는 이유는 밤에 소나기가 내리면 다음 날은 한낮이 지날 때까지 그 우거진 잎사귀에서 물방울을 떨어뜨려 주기 때문이에요.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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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죽었다고 외치는 시대를 거쳐 이제 인간이 신이 되리라 자처하는 시대에 도달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신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식과 소유와 권력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정도로 증대하면 과연 우리가 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신의 낙원이 도래한다는 것인가? - P11

"주여, 조그만 연못 안에 거대한 별이 들어 있듯이, 유한한 제 정신 안에 무한한 당신이 계십니다." - P13

인간이 신에게 다가가는 방법에는 크게 보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신앙을 통해서고, 다른 하나는 이성을 통해서다. 전자는 은혜롭지만 자폐적이기 쉽고, 후자는 설득적이지만 자주 은혜롭지 못하다. - P15

이 책의 주된 목표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에 대한 바르고 정치한 이해를 통해 서양문명의 심층을 파악하자는 것이다. - P16

우리가 주목하려는 것은 하나님의 모습입니다. 과연 하나님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이는 하나님에 관한 다른 여느 시빗거리와는 달리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 P27

아무리 그래도 하나님은 전혀 인간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이지요.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만약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하나님이 인간처럼 생겼다고 생각하는 한,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을 오해하거나 또는 아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P32

구약성서는 처음부터 하나님에게서 인간의 형상을 철저하게 지웠습니다. 유대교는 물론이고, 기독교나 이슬람교처럼 구약성서를 경전으로 삼는 모든 종교에서 신은 무형의 존재입니다. - P53

하나님을 가리키는 어떤 명칭보다 더 근원적 명칭은 ‘있는 자‘다. 이 명칭,즉 ‘있는 자‘는 그 자체 안에 전체를 내포하며 무한하고 무규정적인 실체의 거대한 바다와도 같이 존재 자체를 갖고 있다. - P76

네가 하나님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 뭐 그리 놀라운 일인가? 만일 네가 그분을 파악한다면, 그분은 하나님이 아니다. - P86

이름을 묻는 모세의 질문에 하나님이 "나는 존재다"라고 한 대답에는 ‘너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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