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속살 4 - 정치 편 경제의 속살 4
이완배 지음 / 민중의소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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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따로 놓인 학문인가?

학문은 계속 분화한다. 분화한 후에는 또 다른 학문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한다. 예를 들어 보면 원래 물리학은 수학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세계적인 물리학자는 세계적인 수학자이기도 하다. 심지어 세계적인 초끈이론의 권위자인 에드워드 위튼같은 학자는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만큼 수학과 물리학은 딱 붙어서 서로 피드백을 하며 발전해 나간다.


경제학은 어떨까? 대체로 경제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발표한 후 경제학은 다른 '사회학'들로부터 분리되었다. 주류 경제학은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으로 분화되고 그 이후로도 분화되어 이런저런 하위학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뭔가 아는척 썼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나도 잘 모른다. 단지 짚어 두고 싶은 것은 경제학 역시 다른 많은 학문들과 마찬가지로 파편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학도 인간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고 평가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수많은 인간에 대한 학문과 교류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학 역시 다른 많은 학문과 피드백을 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경제학 자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향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관심이 있는 분야는 심리학과 경제학이 결합한 행동경제학이다. 《경제의 속살》은 3권까지 행동경제학의 실례를 충분히 보여 주었다.


이완배. 1971 ~ . 민중의소리 기자.


정치를 설명하는 경제학

4권에 들어서 이완배 기자는 경제학으로 정치를 설명한다. 사실 정치야말로 경제학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어떤 정치세력이 한 나라의 권력을 잡았는지에 따라 나라 전체의 경제정책이 바뀔 정도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는 이론을 제시할 뿐이다. 실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도록 경제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그러니 예전에는 한데 묶어서 정치경제라고 불렀고 단과대학도 정경대가 있었다.(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사실상 정치와 경제는 한 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따로 떼어서 배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경제가 전문인 이완배 기자가 정치를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고 이전에 나온 세 권에서도 꾸준히 정치문제를 다루었다. 그런데 이완배 기자가 정치를 다루는 방법은 좀 다르다.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의 역할을 설명하기는 하지만 비중이 크지 않다. 거꾸로 경제학을 이용하여 정치인의 선택, 정치행위의 결과를 설명하려는 책이다. 즉, 정치인들의 행동을 경제학적으로 해석하고 그 행동의 타당성을 검토해 보는 것이 이 책의 큰 주제이다. 그리고 좌파 경향인 이완배 기자의 성향상 미래통합당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사회를 보는 도구, 경제학

《경제의 속살》은 그동안 세 권 모두 읽었고 각 책에 대해서 모두 감상을 썼기 때문에 마지막 권(더 나올지는 모르겠다)에서도 같은 얘기를 길게 늘어 놓을 필요는 없겠다. 단지 이완배 기자의 통찰력과 적용 능력에는 감탄과 부러움을 금할 수 없다. 나도 책을 꽤 읽으려고 하는 편인데 책을 읽고 지식을 쌓을 때는 그때 뿐이고 그 지식을 내 삶에 적용시키는 것이나 사회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이완배 기자는 다르다. 사용하는 무기는 경제학 뿐인데, 그는 그 무기를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소화해서 맘껏 휘두른다. 그가 가진 경제학 지식의 일부는 나도 가지고 있고 그가 알고 있는 사회, 정치 현황은 나도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완배 기자처럼 둘을 연결해서 설명할 자신이 없다. 때로는 그의 설명에 조금은 머리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기 위해 조금은 무리하지 않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그의 설명은 수긍할 수 있고 감탄을 자아낸다.


경제학은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이고 다른 사람에게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도구이다. 세상을 보는 눈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부럽다. 그런 면에서 《경제의 속살》 시리즈는 좀더 사회에 관심을 갖고 지식을 쌓는데 힘을 쏟도록 나 자신을 자극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완배 기자의 책은 나에게 큰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 시민의 정치의식이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진 촛불시위


★★★★★

정통경제학 책은 아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재테크에 성공하거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경제학이 그저 돈만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사회학의 대표적인 학문이라는 점을 새삼 알려 준다. 인간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경제학의 가치를 보여준다. 평소에 관심이 있어서 자주 읽는 행동경제학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끊임없이 일깨워 주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마지막 권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별 다섯 개를 찍는다. 1~4권 모두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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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링 기계는 인간의 계산과정을 분석해서 최소 단위를 찾아낸 다음 이를 재구성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계산 과정을 단순한 조작들의 집합으로 변환한 것이다.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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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4 - 이카로스 최후의 도약, 완결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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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항공을 재건하라

전편의 활약을 뒤로 하고 한자와 나오키는 다시 도쿄중앙은행 영업2부 차장으로 영전했다. 어느날 영업2부장은 이미 한 번 실패한 TK항공의 재건을 한자와 나오키 차장에게 지시한다. 나카노와타리 행장이 특별히 한자와를 지명했다고 한다. 갑자기 쏟아진 일거리. 영업2부에서 맡을 일이 아니라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행장이 직접 지시한 일을 무시할 수는 없고, 한자와는 TK항공의 재건계획을 수립하는데 착수한다. 하지만 TK항공의 가미야 이와오 사장은 천하태평, 한자와에게 협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믿었던 도쿄중앙상사의 투자가 무산되자 가미야 사장은 한자와의 수정재건 계획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일이 잘 풀리려 했으나..


때는 중의원 선거가 한창이던 때, 집권여당이던 헌민당이 정권을 잃고 진정당이 정권을 잡는다. 국토교통성 대신이 된 시라이 아키코 대신은 TK항공의 재건안을 백지화하고 재건TF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TF의 본부장인 노하라 쇼타는 한자와를 무시하면서 도쿄중앙은행이 갖고 있는 TK항공의 채권 중 70%를 탕감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한다. 한자와는 노하라 본부장의 방해를 뚫고 항공을 재건해야 한다. 이제는 정부와 대결하는 한자와 나오키. 한자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이케이도 준 池井戸潤 1963 ~ . 일본의 소설가.


더 커진 스케일, 더욱 막강한 상대

1편 <당한 만큼 갚아준다>, 2편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 3편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에서 격랑을 헤치고 한자와는 다시 도쿄중앙은행의 영업2차장이 되었다. 은행은 여전히 산업중앙은행과 도쿄제일은행이 서로 질시하며 대립하고 있고, 승승장구하는 한자와를 넘어뜨리려는 반대 세력도 존재한다. 이 와중에 한자와에게 떨어진 업무는 항공사를 본 궤도에 올려 놓으라는 지시.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한자와 앞에 훨씬 강력한 적이 나타난다.


국토교통성 대신, 우리나라로 따지면 국토교통부 장관인 시라이 아키코 대신은 권력욕으로 똘똘 뭉쳐 있다. 시라이의 앞잡이라고 할 수 있는, 아니면 시라이를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고 하는 TK항공 회생TF의 본부장인 노하라 쇼타는 산전수전 다 겪은 기업재건 전문변호사이며 물욕의 화신이다. 그동안 은행내 적대 파벌 직원들과 외부 기업인들이 한자와의 적이었다면 이번에는 대신, 즉 정부가 한자와의 적이다. 마지막 권에 와서 한자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적을 만나 그들의 욕망을 깨부셔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동안 등장하지 않던 정부 고위급이 나타났다. 시라이 대신은 국토교통성 장관이기는 하지만 원래는 잘나가던 아나운서 출신일 뿐, 행정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나 마찬가지다. 노하라 쇼타의 세치 혀에 놀아나는 권력욕 덩어리이면서 자리에 걸맞는 품격도 갖추지 못했다. 처음 행장과 만나는 장면에서 그런 모습이 두드러지는데 정말 일본의 장관 수준이 저 정도밖에 안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 환경성 대신인 고이즈미 신지로 대신의 언동을 보면 상상은 현실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이 그럴싸하다고 느껴진다. 특히 관료라는 수재집단이 그저 지역구를 물려받아 중의원이 되고 대신이 된 정치인들의 멱살을 잡아끌고 가는 일본의 현재 모습이 풍자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다. 엘리트 출신인 한자와가 보이겐 그저 운이 좋아 장관이 된 시라이가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지..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에서 한자와의 적은 모두 비리와 연관이 있다. 좀 과도하게 전형적인 느낌이 든다.


부패하고 아마츄어같은 정치에 대한 조롱

《한자와나오키 4》 <이카로스 최후의 도약>이 발표된 것은 2014년 8월이다. 이 시기가 좀 재미있는 면이 있는데, 일본에서 철벽과 같았던 자민당이 집권에 실패하고 역사상 처음이자 (지금까지는) 마지막으로 정권교체를 했던 일본 민주당이 권력을 내려 놓은지 2년째 되는 해다. 그러니까 소설속의 민헌당은 자민당으로, 진정당은 민주당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을 수밖에 없다. 당시 정권교체의 꿈을 이룬 민주당은 깨끗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받았으나 자민당 못지않은 부패와 자민당만도 못한 능력으로 결국 집권 4년만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에 패배한 후 정권을 내놓게 된다.


《한자와나오키 4》에서는 아마츄어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치권에 대해 조롱(어쩌면 연민일지도)으로 시라이라는 얼굴마담 정치인을 끌고 왔다. 그리고 부패한 정치인으로는 미노베 의원을 보여 준다. 일반인의 눈으로 볼 때, 은행은 항상 자사의 이익만 생각하고 필요한 곳에는 대출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소설 속에서 썪은 정치와 징징거리기만 하는 정치인에 비하면 더 당당하고 원칙을 고수한다. 이렇게 보니 이케이도 준이 혹시 자민당과 아베를 지지하는 신자유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살짝 든다. 작품내내 자본의 자율을 강조하고 정부의 간섭을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나의 경제관과는 달라서 조금 불편하기는 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小泉 進次郎 일본 환경성 대신. '기후변화 문제는 fun하고 cool하고 sexy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발언으로 유명하다. 일명 펀쿨섹좌. 현재 일본의 정치 수준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정치인. 한심하게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몇 년전에 훨씬 심한 대통령이 있었다.

이제는 좀 뻔한 스토리 전개

4권까지 읽고 나서 이제 이케이도 준의 플롯 스타일이 눈에 익어 버렸다. 한자와는 항상 정론을 펼치는 원칙주의 은행원이다. 은행내에는 한자와에게 반대하는 반대파가 있고 이들은 반드시 비리가 있다. 은행내의 적은 은행 외부의 더 거대한 협조자가 있는데 협조자 역시 은행과 관련있는 비리가 있다. 은행내의 반대파는 손발 역할을 하는 부하직원이 하나 있는데 이 부하직원은 소설 3/4 정도에서 몰락하며 버림받고 첫번째 카타르시스를 만들어 낸다. 적군과 아군의 선명한 대비는 극적 통쾌함을 선사하지만 대비가 노골적이어서 마지막권에 오니 이제는 너무 평면적으로 보인다. 오히려 가족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1편의 아사노가 뒤에 나오는 적들에 비해서 훨씬 입체적이다. 한자와 나오키가 위기에 처하면 순간에 굉장히 유력한 조력자들이 등장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항상 같다.


정치권에 대한 혐오도는 너무 노골적이고 정치권에 대항하는 은행원과 관료에 대해 긍정하는 모습은 엘리트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된 권력보다 엘리트들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주는 것 같다. 아, 지금 일본 정치인들의 상황을 보니 일본에 한해서는 틀린 말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무기한 연기중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시즌2

★★★★☆

전형적인 소설이라는 건 분명히 단점이지만 바로 그 전형적인 점 때문에 구도가 명확해서 읽기 쉽고 시원시원하다. 450 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꽤 두꺼운 편인데도 불구하고 금세 읽을 수 있다. 여전히 몰입감도 뛰어나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3권까지 읽은 독자라면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해 2/4분기에 방영될 예정이었던 드라마 2기가 코로나 때문에 연기된 것은 너무나 아쉽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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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자연수보다 많다?
대각선 방법은 칸토어가 최초로 생각해낸 것이다. 그는 바로 이 방법을 사용해서 매우 놀라운 사실, 즉 실수 집합의 원소의 개수가 자연수 집합의 원소의 개수보다 더 많다는 것을 증명했다.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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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발명에는 물론 20세기에 눈부시게 발전한 것의 기여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첨단 공학적인 발전만을 컴퓨터 발명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오히려 정보를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고, 컴퓨터 발명을 가능하게 한 이론적 토대는 수학, 더 정확하게 말하면 수리논리학에서 만들어졌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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