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에 도착한 다음 맥은 허리를 구부린 채 숨을 헐떡였다.
얼마 후에야 미시가 생각났다. 딸아이가 탁자에서 색칠하던 것이 떠올라서 야영장이 보이는 제방으로 올라가 보았으나 미시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P62

"우리는 거의 4년 동안 이자를 체포하려고 벌써 아홉 개 이상의 주를 추적해왔어요. 그자는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꼬마숙녀 살인마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지만, 언론을 비롯해서 그 누구에게도 무당벌레에 대해서는 밝힌 적 없으니 누설하지 말아줘요. - P78

맥은 툭하면 ‘만약에‘라는 게임에 빠져들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곤 했다. 만약에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가지만 않았어도, 만약에 아이들이 카누를 타겠다고 했을 때 안 된다고만했어도, 만약에 그 전날 출발하기만 했어도,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그래 봤자 아무 소용도 없었다. - P97

"당신은 어디 계신가요? 여기에서 날 만나고 싶어하신 줄 알았는데요. 하나님, 저 여기 있습니다. 당신은요? 어디에도 안계시는군요!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할 때 한 번도 옆에 계시지 않았죠.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도, 미시를 잃었을 때도요. 지금도없군요. 정말 대단하신 ‘파파입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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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가 오두막에서 하나님과 함께 주말을 보냈다고 주장한다면, 어느 누가 의심을 품지 않겠는가? 그런데 여기 바로 그오두막이 있다. - P8

심하게 건조했던 겨울이 지나고, 3월이 되자 폭우가 쏟아졌다. 캐나다에서 남하한 한랭전선의 영향으로 오리건 주 동부에서 컬럼비아 강 협곡으로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쳤다. 바로 코앞에 봄이 와 있는데도, 동장군은 어렵사리 얻어낸 영토를 쉽게넘기려 하지 않았다. 캐스케이드 산맥에는 새로 내린 눈이 담요처럼 쌓였고, 얼음비는 바로 집 앞 마당까지 얼려놓았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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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잖아.
그거 뭐?
전에 창고에 넣어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네.
그러니까 뭐가?
하늘에다 쏘는 거.
하늘에다?
응, 하늘에다.
총?
우리집에 총이 있어?
당연히 없지.
생각 안 나서 미치겠네. 하늘에서 평, 평, 터지는 거 말야. - P161

이것은 아마도 마지막 기록이 될 것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기억의 상한선을 미리 정해놓아야 할 것 같다. 무작정 기억을거슬러올라갈 수는 없다. 기억은 시간의 순서대로 늘어서 있지 않고, 사방으로 뻗어 있으며 관계없는 내용들이 링크된 것도 많으므로 기억을 골라낼 때는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집어내야 한다. 기억의 상한선을 넘지 않으려면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채 집중해야한다. - P201

나는 곧 죽을 것이다. 섬으로 헤엄쳐가다가 물에 빠져 죽거나 바닷속에서 얼어 죽거나 여기에 남아서 미친 사람들에게 맞아 죽거나 아니면 구멍 속으로 떨어져 죽을 것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죽기 전에 뭐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 P229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과 하루라도 빨리 다음생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조급함이 현수의 마음에 비슷한 크기로자리하고 있었다. 두 가지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현수는알고 있었다. 현수는 두 개의 마음을 저울의 양쪽에 걸어놓고 균형을 맞추며 걸었다. 가운데가 텅 비었다. - P235

나는 관계를 부수는 사람이다. 고리를 끊는 사람이다. 폐허 위에서 있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내내 차선재의 일기장 맨 앞에는 그말들이 적혀 있었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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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시장은 매년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출시되는 포르노의 종류는 갈수록 다양해졌고, 많은 회사들이 포르노 사업에 뛰어들었다. - P9

"왜 그만두시려는 겁니까?"
"할 이야기 없다니까요."
"하나만 답해주십시오. 그래야 송미씨가 할 이야기를 만들어줄수 있으니까요. 왜 그만두시려는 겁니까?"
"다 지겨워졌어요. 됐어요?"
"그건 답이 아니라 화를 내는 것 같은데요."
"화내는 게 제 답이에요. 됐어요?" 송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 P21

두개골이 얼어붙었나. 머리끝의 차가운 기운에 놀라서 이호준은눈을 떴다. 머리를 만져보았다. 두피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현실감각은 곧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목이 뻣뻣해서 움직이기 힘들었다.
꿈을 꾼 것 같은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 P47

지그소 퍼즐만 보면 이제 아주 신물이 난다. 규호는 오른쪽 다리를 왼쪽 허벅지 위에다 올려놓으며 약간 거들먹거리는 듯한 기분으로,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정윤에게 말했다. - P91

규호가 헛손질을 하다가 겨우 술잔을 잡았다.
여기에 왜 맺히는지 압니까? 이것은 온도 차이 때문입니다. 나는 차가운데, 바깥은 차갑지 않아서, 나는 아픈데, 바깥은 하나도아프질 않아서, 그래서 이렇게 맺히는 겁니다. - P117

지진으로 인한 사상자는 200명이 넘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정확한 명단을 확인하지 못한 채 침통한 목소리로 "200명이 넘는시민이…….…" 라는 말만 반복했다. 추측과 예상뿐이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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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새 차가 있었다. 대단한 물건이었다. 대형 BMW 3.3리터(다시 말해 3,300cc)로, 길고 매끈하게 빠진데다 연료 분사식이었다. 최고 시속 207킬로미터까지 달렸고 가속이 끝내줬다. - P107

아침 7시 무렵, 고든 부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켰다. 그는 맨발로 창가에 가서 커튼을 걷고 밖을 내다보았다.
때는 1월이었고 아직 어둑했지만 밤사이 눈이 오지 않은 건 분명했다.
"바람소리"
그는 아내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저기 바람소리 좀 들어봐." - P139

어니는 생일선물로 22구경 소총을 받았다. 토요일 아침 9시 30분,
벌써부터 텔레비전을 보며 소파에 축 늘어져 있던 아버지가 말했다.
"네놈이 뭘 잡아오는지 한번 보자. 제대로 해봐. 저녁거리로 토끼나 한 마리 잡아와."
"호수 반대편 넓은 들판에 토끼가 많던걸요. 제가 봤어요."
"그럼 나가서 한 마리 잡아와."
부러진 성냥개비로 앞니 사이에 낀 아침식사를 빼내며 아버지가말했다. - P177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전에 나는 서인도제도에서 며칠 머물기로 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짧은 휴가를 보낼 생각이었다. 친구들 말로는 끝내주는 곳이라고 했다. 은빛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따뜻한 초록빛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하루 종일 빈둥댈 수 있대나. - P215

소설가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이런 직업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오직 이 일만 하는 전문 소설가가 되는가? - P251

나는 이때쯤 일찌감치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도 시도했다. 그렘린(The Gremlins)‘이라는 이야기였는데, 이 단어가 사용된 건 아마이때가 처음이었을 거다. 내 이야기 속에서, 그렘린은 영국 공군의전투기와 폭격기 안에 사는 꼬맹이들로, 전투 중에 총알구멍이 생기거나 엔진에 불이 붙거나 전투기가 추락하면 이건 적군 때문이 아니라 모두 그렘린의 짓이었다. 그렘린의 아내들은 피피넬라, 아이들은위지트라고 불렸다. - P287

그 일에 관해선 별로 기억이 없다. 어쨌든 그 일 이전에 대해서는그렇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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