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잡: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 느낌 또는 태도에 대해 특히 허세를 부리는 말 또는 행동을 통해 기만적으로 부정확하게 진술하는 것으로 거짓말에는 미치지 못함.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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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하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수도 꽤 많지만 경우도 가지가지인 모양이다. 그 사람들이 자기가 들어 있는 하숙집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모두 얘기한다면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는 얘기가 헤아릴 수 없이 많겠는데, 여기 옮겨놓는 얘기도아마 그런 것들 중의 하나라고나 할까. - P82

빈민가에 저녁이 오면 공기는 더욱 탁해진다. 멀리 도시 중심부에 우뚝우뚝 솟은 빌딩들이 몸뚱이의 한편으로는 저녁 햇빛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짙은 푸른색의 그림자를 길게 길게 눕힌다. 빈민가는 그 어두운 빌딩 그림자 속에서 숨쉬고 있었다. - P97

그러나 그 어느 지점이 무한하게 먼 곳에 있을 때도 우리는 그들이 거리를 단축시키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 P107

축전(祝)가하‘ 오빠.
부호(符號)라는 걸 만든 이에게 평안 있으라. 엉망진창이 된 나의 감정을 감정의 뉘앙스라는 점에서는 완전히 인연 없는 의사 전달 수단으로써 표현할 수 있는 이 신기함이여. 그렇지만 고향의 누이는 꽃봉투 속에 든 전문(電文) - ‘축 순산‘ 을 읽을게 아니냐고? 맙쇼, 어깨 한 번 으쓱하면 다 통해버리는 감정표시를 서양 영화에서 나는 좀더 먼저 배운걸. - P114

온 들에 황혼이 내리고 있었다. 들이 아스라하니 끝나는 곳에는 바다가 장식처럼 붙어 보였다. 그 바다가 황혼녘엔 좀 높아보였다. 들을 건너서 해풍이 불어오고 있었지만 해풍에는 아무런 이야기가 실려 있지 않았다. 짠 냄새뿐, 말하자면 감각만이우리에게 자신을 떠맡기고 지나갈 뿐이었다. - P126

도시에 갔던 사람들이 이곳으로 여간해선 돌아오지 못하고 마는 이유는어디 있는 것일까.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누이는 돌아왔다. 그러나 옷에 먼지를 묻혀오듯이 도시가 주었던 상처와 상처의 씨앗을 가지고 돌아왔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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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 그래서 개소리와 관련된 현상은 진지한 검토의 대상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탐구의 주제가 되지도 않았다. - P7

나는 몇 가지 가설적이고 예비적인 철학적 분석을 제공함으로써 개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론을 발전시켜 보고자 한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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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 산에 숨어 있던 빨치산들의 습격 때문에 아침에 살펴보니 시(市)는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밖에 다녀온 아버지는 시 방위대가 다행히 일선의 전투부대나 다를 바 없는 장비와인원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해가 뜰 무렵엔 빨치산들이 다시 산으로 도망쳐버렸지만 그러나 시가 입은 파괴는 엄청난 것이라고퍽 흥분된 말투로 형과 내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 P55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내게는 온 시내가 푸른색의 짙은 안개 속에 잠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위를 엷은 햇살이 어루만지고 있어서, 전날 저녁의 그렇게도 소란스럽던 총소리, 수류탄 터지는 소리, 야포 소리들이 그리고 그날 아침의 살풍경한 시가지까지도 희미한 옛날의 기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59

그것은 간밤의 소란스럽던 총소리와 그날 아침의 황폐한 시가가 내게 상상을 떠맡기던 그런 거대한, 마치 탱크를 닮은 괴물도 아니고 그리고 그때 시체 주위에 둘러선 어른들이 어쩌면 자조까지 섞어서속삭이던 돌덩이처럼 꽁꽁 뭉친 그런 신념덩어리도 아니었다. 땅에 얼굴을 비비고 약간 괴로운 표정으로 죽은 한 남자가 내 앞에 그의 조그만 시체를 던져주고 있을 뿐이었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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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나와 누나에게 어머니를 죽이자는 말을 처음 끄집어냈을때도 내 발가락 사이로 초가을 햇살이 히히덕거리며 빠져나가고있었다. 굵은 모래가 펼쳐진 해변에서였다. - P42

어머니는 영혼을 사러 다니는 마녀와 같다고 형은 경계하고 있었고, 한편 형은 빈틈을 쉬지 않고 노리는 어떤 악한 세력이라고 어머니는 생각하고 있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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