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는 열일곱살의 어느 취한 밤 왼쪽 팔뚝에 ‘로리‘라는 이름을 문신으로 새겼다. 전문은 "로리와 앤디 끝까지 영원히"이고 모두 영문 대문자로 되어 있었으며, 가장 친한 친구 수전이 직접 만든 문신 기계로 새긴 것이었다. - P9

"의사들이 너의 운동 피질에 전극과 칩을 심었어."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너는 이제 생체공학적인 존재가 된 거지." - P10

이제 앤디는 도로가 되고 싶었다. 아니, 그의 오른팔이 그랬다. 앤디의 팔은 도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고, 안팎에서 동시에 밀려드는 이 말없는 갈망은 앤디를 당황스럽게 했다. - P16

"재활용된 거 아닐까." 수전이 말했다. "콜로라도주 어느 목장주의 것이었을 수도 있잖아."
앤디가 고개를 저었다. "과거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도로위의 사람도 아니야."
"그럼 소프트웨어 문제인가? 재활용된 부분이 소프트웨어일 수도 있지. 그 칩을 토론토 근처 자율주행 도로에쓰려고 만든 걸 수도 있잖아." - P21

앤디의 팔은 나날이 더 콜로라도주에 있었다. 앤디는 팔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팔은 잘 작동했다. 그저 다른 곳에 있을 뿐이었다. - P22

나는 출산하지 않는다. 나의 꿈같은 아이, 내 꿈에 존재하는 그 아이, 어느 날 밤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둥지를 튼 아이. 그 여자아이는 태어난 지 하루, 일주일, 일년, 팔년, 삼주, 하루가 되었다. - P32

내 꿈의 아기는 점점 어려질 때만 빼면 점점 자란다. 그애는 그렇지 않을 때만 빼면 때때로 유아이다. 집을 두번 떠났지만, 매번 바로 다음 날 밤이면 아기가 되어 돌아왔다. 나는 안도하며 그애를 맞이한다. - P35

나는 떠나야 한다. 나는 떠날 수 없다. 나는 여전히 설명할 방법을 모른다. - P41

그 기념일에 나는 동이 틀 무렵 일어났다. 할머니는 나에게 엄마의 군화 닦는 일을 시켰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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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는 보기보다 암시에 잘 걸려드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러한 교리에도 그다지 물들지 않았다. 그저 사교 활동을 즐겼다. 그녀로서는 난생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 P147

"죽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
유니스는 협박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무척 황홀한 경험이었다. 이전에는 이런 일을 마음껏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흔들어대자 노먼은 몸을 움츠리더니 벌벌 떨었다. - P154

"그래요. 그나저나 조지, 잡화점의 스미스 부인이 위층에 있어요. 미스 파치먼이 데리고 왔어요."
"스미스 씨네 차를 길에서 본 것 같았는데. 거참 짜증 나는군."
"여보, 그 여자를 집에 들이기 싫어요. - P159

"이런 불편한 말을 하게 되어 유감이오, 미스 파치먼.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짧게 하겠소. 아내와 나는 당신 사생활에 간섭할 생각이 없고, 당신도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친구를 사귈 수 있소. 하지만 스미스 부인을 이 집에 들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명심하시오." - P161

"오, 불쌍한 미스 파치먼! 다른 사람의 교우 관계에 간섭하는건 엄청나게 봉건적인 짓이라고요.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갈데도 없다고 걱정했잖아요. 이제 친구가 한 명 생겼는데 집에 데려오면 안 된다니요. 정말 너무해요." - P169

사랑에 빠진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는 만큼, 세상은 사랑에 빠진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멜린다는 자신의 사랑에 고무되어 사랑과 행복을 하사하려 했지만, 그 대상이 유니스 파치먼이었다는 사실은 비극이었다. - P170

"어디서 저런 끔찍한 여자를 데려왔어요?" 나중에 오드리는 재클린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 그 여자 정말 섬뜩하던데요. 사람 같지가 않아요." - P175

유니스가 없는 상황을 겪고 나니 재클린은 그녀에게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유니스가 떠나 버린다면 영원히 이런 꼴이 되리라는 건 자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가정부를 조지와 오드리, 피터가 바라보던 방식대로 바라보았다. 상스럽고 천박하다. 자기 내키는 대로 드나들고 커버데일 가족을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어 손에 쥐고 흔드는 여자가 아닌가. - P180

물론 그녀는 매일 오랫동안 조나단과 통화했다. 조지는 엄청난 전화 요금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멜린다는 조나단에게 임신에 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 P182

이 사실 역시 조앤에게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공유된 비밀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 P185

조지는 유니스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 그녀가 자신의 명령에 따르도록 확실한 선을 그을 작정이었다. 그는 나약한 인간이나 겁쟁이가 아니어서, 불쾌한 일은 무시하고 마치 존재하지도 않는것처럼 행동하라는 금언에는 절대 동조하지 않았다. - P194

마침내 재클린도 조지의 관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눈 때문에 유니스와 함께 집에 갇혀 있으니, 당혹감을 넘어서 불길한 느낌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 P196

재클린은 자신이 유니스를 보면 움츠러드는 것보다, 그녀가 자신을 훨씬 더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커버데일 회사의 서류 사건은 유니스를 껍질 속에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 P197

"미스 파치먼, 혹시 실독증이에요?" 멜린다는 조용히 물었다.
유니스는 무슨 눈병 이름인가 보다 하고 애매하게 생각했다.
"뭐라고요?" 그녀는 희망이 고개를 드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미안해요. 그러니까 글을 모르는 거죠? 읽거나 쓸 줄 모르지 않느냐고요." - P211

"방금 네가 한 말을 다른 사람에게 하면, 너희 아빠한테 네가 남자랑 놀아나더니 애나 뱄다고 말할 거야." - P213

유니스는 커버데일 집안 사람들이 친구들에게 자신의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깔깔거리며 지내리라고 짐작했다. 그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 P219

유니스는 숨 쉬는 돌이었다. 지금까지 항상 그랬던 것처럼. - P247

"조앤이 당신에게 라디오를 빌려가지 않았나요?"
"난 라디오가 없는데요." 그녀는 이렇게 미래와 자유를 약속하는 선물을 걷어차고 말았다. 유니스는 조앤의 상태를 묻거나, 그녀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는 말도 하지 않고 가게를 빠져 나왔다. - P274

방 안에서 무엇이 커버데일 가족의 죽음을 재현했는지는 유니스의 이해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유니스는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에게 천벌을 내리기 전에 위층으로 올라가 다시 짐을 싸야 한다고 생각했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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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빙에 사는 사람이라면 갓난아기나 노망든 노인을 제외하고 너나없이 파치먼-스미스 연합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중이었지만, 커버데일 가족은 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 P133

유니스는 놀라움에 얼어붙었다. 공갈 행위의 어떤 잠재적 희생자도 이런 식으로 행동한 적은 없었다. 조앤에 대한 존경심이 한없이 솟아올랐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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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필드 홀은 책 천지였다. 유니스에게 이곳은 예전에 샘슨 부인의 연체된 소설책을 반납하러 딱 한 번 가 봤던 투팅 공립 도서관만큼 책이 많아 보였다. 그녀에게 책은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작고 평평한 상자와 다를 바 없었다. - P85

재클린은 이전에도 쪽지를 몇 장 남긴 적이 있었고, 순종적인 미스 파치먼이 쪽지로 남긴 지시만큼은 왜 한 번도 따른 적이 없는지 의아해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안 좋은 시력 탓이었다. - P88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인간의 흥미로운 특성은, 비록 살인이나 협박은 주저하지 않았어도, 물건을 훔치거나 주인의 허락 없이 무언가를 빌린 적이 평생 동안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 P95

열정 때문이든 고통 때문이든, 이익이나 불운 때문이든, 서로 맺어지는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진부한 말로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지. - P101

조앤 스미스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일하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은 유니스에게 있어서 마치 점이라도 친 것처럼 보였다. 감탄하는 마음이 솟아올랐다. 그때부터 조앤 스미스를 의존하고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믿게 되는 마음이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 P102

그녀는 로필드 홀의 내부 모습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오랫동안 궁금해했다. 가끔 우편물에 김을 쏘여 열어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유니스를 만나게 되었고, 처음으로 나누었던 대화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 P105

그녀는 거의 무성적인 존재여서 정상적인 쪽으로든 비정상적인 쪽으로든 성욕을 갖고 있지 않았다. - P110

그녀는 올해의 고백으로 꼽힐 발언을 쏟아내었다. 모두 잘 풀려나갔다. 신도들은 그녀가 쏟아내는 도를 넘는 폭로에 충격을받아 할 말을 잃었지만, 그녀는 지하철에 무임승차한 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태연하게 용서를 구했고 끝내 받아내었다. - P117

조앤은 우편물을 뜯어보기도 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 중 누가 죄인인지 알아내는 게 자신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편지 봉투에 김을 쏘여서 연 다음 다시 붙였다. - P119

조지 커버데일은 오래전부터 스미스 부부 중 누군가가 자신의 우편물을 뜯어보고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 P120

유니스의 으스스한 모습을 보고 조지는 격식을 갖춰 거만한 투로 말했다. "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목록에 있는 물건을 주문해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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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는 목록을 바라보았다. 그 목록에서 읽을 수 있는 건 전화번호 뿐이었다. - P124

유니스는 조앤에게, 다른 사람을 앞에 두고 자신이 별다른 재능을 갖지 못한 분야에서 절묘한 기량을 발휘했을 때 느끼는 기분, 즉 따스한 느낌과 빼기고 싶지만 동시에 겸손해지는 마음, 그리고 속을 터놓고 싶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 P128

조앤은 유니스가 세상 물정을 몰라 금방 구워삶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P130

조앤과 유니스는 이제 서로 이름을 불렀다.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황무지에 샘슨 부인과 애니콜의 후계자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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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이 정말 원했던 사람은 가정부가 아니었다. 그녀는 집안일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사람 대신 모든 일에 순종적인 하녀를 원했다. 그리고 유니스는 순종하면서 지내는 생활과 고된 일에 익숙했다. 그녀는 딱 커버데일 가족이 원하는 사람이었다. - P57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미스 파치먼?"
유니스는 차갑고 뻣뻣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조지는 태양이 집 안을 비추고 있는데도 그녀에게서 한기를 느꼈다. 미소 짓지도, 아이에게 몸을 굽히지도, 아이를 싸고 있는 포대기를 만지려 들지도 않았다. 그저 아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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