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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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글을 쓰는 어려움
누구에게나 글쓰기는 어렵고 부담스럽다.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어지럽게 돌아 다니는데, 그걸 정리해서 내 생각에도 만족스럽고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있게 읽어 보라고 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쉽지 않다. 때로는 첫 문장을 뽑아내지 못해서 한참동안 헤매기도 한다. 좋은 글을 쓰는 건 정말 어렵다.
좋지 않은 글을 읽는 것도 쉽지 않다. 어떤 책은 어려운 내용인데도 굉장히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반면에 어떤 책은 쉬운 내용이지만 책을 읽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좋은 글은 쉽게 읽고 머릿속에도 그 내용이 남아 있지만 좋지않은 글을 애써 읽어도 다 읽은 후에 도대체 뭘 읽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이 책에서 유시민 작가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영업용 기밀'을 알려주고 있다.

 

 
누구나 연습하면 유시민처럼 쓸 수 있다?
유시민은 글을 잘 쓰기로 유명한 작가이다. 1985년, 아직 어린 대학생일 때 작성한 항소이유서는 당시에도 판사들이 돌려 읽을 정도로 명문장이었다고 한다. 일반사람들에게 유시민을 알린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에서 글만 써서 먹고 살 수 있는 많지 않은 작가 중에 한 명이다.
지금은 각종 미디어에서 지식소매상으로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친절한 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예전의 유시민은 토론의 달인으로 유명했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각종 TV 토론에서 명확한 논리로 무장해서 상대방을 논파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감성보다는 논리에 기반한 글쓰기를 알려 준다.
이 책은 글 잘쓰기로 유명한 유시민 작가가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밝혀 놓은 책이다.

 


유시민이 알려 주는 글쓰기의 규칙
책에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발췌 요약이다. 글쓰기를 발췌 요약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설명한 것은 나로서는 상당히 의외였다. 그동안 글을 써 오면서 내가 발췌와 요약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다. 내가 그동안 써온 글들은 거의 대부분이 읽고 들은 얘기들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뽑아낸 후 정리하고 요약한 후 내 감상을 조금 붙여낸 것이다. 의식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글을 쓰고 있었다. 유시민은 '우리가 아는 정보와 논리 중에 스스로 창조한 것이 얼마나 될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 말이 맞다. 내가 뭔가 대단한 것을 쓴다고 착각을 할 때도 있지만 실제로 '해 아래 새 것은 없다'.


책 속에는 글을 쓸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많은 규칙들이 있다. 그 중에서 논리적인 글을 쓰기 위한 세 가지 규칙은 좀 기억해 둬야 할 것 같다.
1.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마라
2.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라
3. 주제에 집중하라

 

책 속에서 작가가 반드시 읽어 보기를 추천하는 세 권의 책. 박경리의 토지, 밀의 자유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요령을 가르치기보다는 글쓰기의 철학을 알려 준다
책에서는 글을 쓸 때 사용할 수 있는 실전 요령도 알려 준다. 중간중간 좋지 않은 글을 골라서 예시한 후에 직접 첨삭하여 좋은 글로 바꿔 놓기도 한다. 하지만 책에서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은 요령이 아니다. 글쓰기 자체는 기능일 뿐이라고 말한다. 세세한 글쓰기의 기술보다는 좋은 글을 쓰는 삶 자체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삶을 바꿔야 글을 좋은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거다. 굉장히 어려운 걸 요구하고 있다. 선생님한테 수학 문제 하나 풀어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붙잡아 놓고 인생을 얘기하는 꼴이다. 하지만 그 인생강좌가 불편하지만은 않다.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고, 충실한 삶을 살아라.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다.

 

 

 

우리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읽으려고 마음만 먹고 아직 읽어 보지는 못했다.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쓰기.


문예창작과(X), 논문지도교수(O)
이 책은 기본적으로 문학을 창작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다. 작가 스스로도 책 속에서 밝혔듯이 작가는 문학적인 글보다는 논리적인 글에 특화되어 있다. 문학적인 글은 재능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논리적인 글은 노력을 하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시나 소설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어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실용적이고 논리적인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한 총체적인 체크를 할 수 있다. 이 책 한 권 읽는다고 해서 글쓰기 실력이 순식간에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자세와 철학에 대해서 알려 주고 자세하지는 않지만 예를 들어 가면서 실제적인 면까지 살펴 볼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에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적인 면은 저자가 책 속에서 추천한 책들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추천도서목록이 너무 많은 건 좀 부담스럽기는 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글 하나 쓰는데 계속 책의 내용이 생각나서 글을 쓰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읽어 보면 글쓰는 습관에 대해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유시민 작가가 '글쓰기를 위한 전략적 독서'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추천한 책 목록이다. 읽은 책도 있고, 사 놓고 아직 보지 않은 책도 있는데, 시간내서 읽어 봐야겠다. 역시.. 문학은 한 권도 없다.


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문예출판사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김영사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을유문화사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승산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다락원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우물이있는집
스티븐 핑커 외 지금, 존 브록만 엮음, 마음의 과학, 와이즈베리
슈테판 츠바이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바오
신영복, 강의, 돌베개
아널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동서문화사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 한국경제신문
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에른스트 휴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문예출판사
에리히 프롬, 소유냐 삶이냐, 흥신문화사
장 지글러, 왜 세걔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부키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문학사상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어크로스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갈라파고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책세상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흥신문화사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휴머니스트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효형출판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선언, 책세상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인언스북스
케이트 밀렛, 성 정치학, 이후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서해문집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은행나무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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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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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가 주업인 하층민,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가까운 미래의 달. 달에는 버블이라는 다섯 개의 구 모양의 거주지가 있다. 우리의 주인공인 재즈 바샤라는 그 중 콘래드 버블의 지하 15층에 살고 있고, 방이라고 해 봐야 침상 하나 있고 천장은 침상 위 1m. 꼼짝하기도 힘든 답답한 캡슐 주택이다. 그의 꿈은 달의 관광안내원이라고 할 수 있는 EVA 길드 시험에 합격해서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을 벌면 거실과 침실, 화장실에 개인 샤워실이 딸린 멋진 콘도를 얻을 생각이다. 공동시설을 사용하는데 진력이 났기 때문이다. 현재 직업은 포터, 배달원이다. 물론 항상 합법적인 것만 배달하는 것은 아니다. 돈이 된다면 조금쯤은 배달해서는 안될 물건들도 배달한다. 재즈 바샤라는 돈이 필요한 하층민이다.


EVA 길드 시험에 떨어지고 의기소침해 있던 재즈는 달에서 가장 큰 부자인 트론 란비크로로부터 100만 슬러그(달의 화폐 단위)짜리 제안을 받는다. 재즈가 원하는 집을 사고도 남을만큼 충분한 돈이다. 트론의 제안은 달에 산소를 제공하는 독점기업인 산체스의 수확기 4대를 파괴해 달라는 것이다. 수확기가 모두 파괴되면 산체스는 달에 산소를 제공할 수 없게 되고, 트론은 그틈에 비축해 놓은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큰 이득을 취할 생각이다. 물론, 들통나면 모든 책임은 재즈의 몫이다. 재즈는 위험한 거래 제안을 받아 들이고, 차근차근 수확기를 파괴하기 위한 계획을 짠다.

 

 

 

달의 거주지역. 버블이 다섯 개인데 구 모양으로 지상에 반구, 지하에 반구가 있다.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뛰어난 달의 일상 묘사
마션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앤디 위어가 쓴 두 번째 소설이다. 전작인 마션은 과학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소설 속에 녹여내어서 독자들이 지적인 쾌감을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다. 모래폭풍 때문에 화성에 남겨진 주인공이 자신의 과학지식을 충분히 활용하여 결국은 지구로 귀환하게 되는 내용이다. 제목 자체가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는 달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작가는 가까운 미래에 달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거주지를 만들게 된다면 어떠한 모습일지 열심히 상상을 하고 그려낸다. 지구에서 사는 것이 당연한 독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달에 사는 일상을 과학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달에서는 무엇인가를 건설한다는 자체가 큰 돈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도로가 없다.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한 계단의 높이는 50cm나 된다. 그렇게 높은 계단을 15층씩이나 올라가도 숨이 차지 않는다. 달의 먼지는 굉장히 거칠다. 먼지라기는 돌가루에 가깝다. 기상현상이 없어서 풍화작용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앤디 위어는 우리 지구인들은 평소에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는 소소한 지적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아폴로 11호가 착륙했던 지점. 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다.


그럴싸한 아이디어, 달의 화폐 슬러그
소설 속에서 달의 화폐는 슬러그 slug이다. 난 소설 속에서 등장한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이 아이디어가 가장 흥미로웠다. 슬러그는 연착륙 soft-landed gram을 줄인 말로 S. L. G.인데 슬러그라고 부른다. 슬러그는 1그램의 화물을 지구에서 달로 옮길 수 있는 선불 서비스 신용점수이다. 즉, 1그램을 옮길 수 있는 권리가 1슬러그인 셈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국가가 아닌 달에서는 화폐를 발행할 수가 없다. 화물운송은 달에서 생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생활서비스이기 때문에 그 권리를 화폐로 대체하고 있다. 가상화폐와 닮아 있으면서도 실물서비스가 밑받침되기 때문에 화폐로서 제격이다.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달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이기 때문에 인류가 거주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나는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경제적인 문제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대는 좋았다. 하지만..
마션을 기억하면서 잔뜩 기대를 하면서 읽어나갔다. 소설의 도입부분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앤디 위어는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달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 문제는 설정이 아닌 내용에 있었다. 재즈가 트론을 만나 달에 있는 모든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지극히 불법적인 거래를 승낙하는 것은 돈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 보자. 4대의 수확기 중에 한 대를 파괴하지 못하고 트론이 산체스의 사주에 의해 살해 당한 후부터 소설은 급작스럽게 변한다. 찌질함의 극치를 달리던 재즈는 순식간에 천재가 되어 버린다. 재즈의 주변인물들은 이전의 관계가 어땠는지는 상관없이 재즈를 힘껏 돕는다. 진 추가 묵고 있는 묵고 있는 호텔문을 따는 것도 운이 너무 좋다. 그 안에 있는 전문적인 암살자를 격퇴하는 장면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금고를 여는 장면에서는 우연과 천재적인 직감까지 모두 총동원된다. 못하는게 없는 천재적인 두뇌 + 하늘이 내린 운 + 기다렸다는 듯이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재즈는 목숨을 걸고 달을 구한 영웅이 되고, 이전에 행했던 사악한 죄는 사함을 받는다. 뭐야 이게!

 

 

 

앤디 위어. 1972년생. 마션으로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아르테미스는 두 번째 소설이다.


장점은 줄어들고 단점은 부각되다
어쩔 수 없다. 아르테미스는 마션과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태어난 소설이다. 마션이 인기있었던 이유는 흔히 말하는 과학 덕후가 자신이 가진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화성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설득력있게 묘사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션에서는 과학 지식이 소설의 주제였고 소설의 내용이었다. 반면에 아르테미스는 과학 지식이 소설의 소재일 뿐이다. 소설 전반에 걸쳐 표현되는 과학 지식은 소설의 분위기와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는 하지만 주된 요소가 아니다. 마션은 과학 지식을 빼면 소설이 성립하지 않는다. 아르테미스는 과학지식을 빼도 소설이 성립한다. 적당히 배경을 지구로 바꾸고 과학지식을 빼 버려도 소설이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마션이 굉장히 큰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이야기가 굉장히 뛰어난 소설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로빈슨 크루소 형식의 표류기였다. 앤디 위어 역시 직업적인 소설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플롯보다는 과학지식을 곳곳에 잘 배치하여 흥미로운 소설을 써낼 수 있었다. 아르테미스에서는 앤디 위어가 달라졌다. 전업작가로 변신했고, 전체적인 플롯과 구성을 생각하면서 책을 썼다. 아마도 소설의 영화화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소설가라면 소설가답게 멋진 스토리를 써내려 가야 한다. 영화화할 생각이 있다면 스펙타클한 장면도 곳곳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앤디 위어는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장점이 있는 작가는 아니다. 아르테미스에서는 마션에서 볼 수 있었던 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마션에서 과학지식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단점이 떠올라 버렸다.

 

제목인 아르테미스는 그리스신화에서 달의 여신을 가리키며, 로마신화에서는 디아나가 같은 신이다. 영어로는 다이아나라고 부른다.


재미없는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소설 전반부는 설정을 잘 짜놓은 덕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트론이 죽고나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고 더 몰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때부터 소설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뛰어난 천재 SF소설가로 데뷔한 앤디 위어는 이제 평범한 우주활극 소설가가 되어 버렸다. 아르테미스는 마션의 후광을 받아 인기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장담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 다음 소설이 나온다면 마션같은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화성을 쓰고, 달을 썼으니 다음은.. 유로파나 엔켈라두스 정도 되지 않을까?


마션 정도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설정이 뛰어나기 때문에 초반은 읽을만하다. 뒤로 갈수록 지루하고 개연성이 떨어진다. 좀 유치하다는 생각도 든다.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는 애매하다. 그렇다고 읽지 말라고 뜯어 말릴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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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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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동경의 대상
취미로 전각을 하고 있다. 전각은 도장을 새기는 것이다. 당연히 전각칼을 이용해서 돌에 글자를 새기는 기술이 중요하다. 물론 새기는 기술도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기술은 결국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글자를 알아야 하고 예술적으로 배치를 잘해야 한다. 전각에 사용하는 한자는 가장 오래된 형태인 전서이다. 전서는 대전과 소전, 크게 2가지로 나뉘고 여러가지 이형(二形)이 있기 때문에 공부하기가 만만치 않다. 전각 뿐만 아니라 동양에서 고전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한자와 한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 한때는 좀 깊이있게 공부를 하려고 하기도 했다. 영어 공부를 깊이 있게 공부하려고 하면 항상 부딪히는 것이 어원이다. 그리고 그 뿌리를 더듬어서 찾아가다 보면 항상 끝에는 라틴어가 도사리고 있다. 번역된 서양의 고전을 읽다 보면 원서로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원서는 결국은 라틴어로 되어 있다.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학자가 아닌 이상, 원서를 읽기 위해서 새로운 언어를 익힌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일반인에게 라틴어는 이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 같다. 알면 좋을 것 같지만, 절대로 익힐 수 없는 동경의 대상.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나의 흥미를 끌었다.

 

저자 한동일.


강의를 책으로 옮겨 놓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대단하다. 한국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최초로 바티칸의 대법원인 로마 로타나의 변호사를 지냈다고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바티칸은 이탈리아어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라틴어가 공용어이다. 그냥 라틴어를 할 줄 아는 것 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변호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라틴어에 대한 이해도만큼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뜻이다. 서강대학교에서 우연히 라틴어 강의를 한 번 맡았다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계속해서 강의를 하게 된다. 강의는 예상외로 큰 인기를 끌었고, 청강생이 들어 올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강의의 기록이다.


책을 읽으니 한동일 교수는 굉장히 친절한 안내자인 것 같다. 책 속에 강의하는 교수의 따뜻함이 잔뜩 묻어 있다. 깐깐하게 동사변화를 칠판에 잔뜩 써 놓고 '외워!'라고 강압적으로 강의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게다가 책 말미에 있는 제자들의 편지를 보면 수업을 들은 제자들이 얼마나 저자를 사랑하고 존경하는지 잘 알 수 있다. 분명히 멋진 사람일 것이다.

 

라틴어는 서양문화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결국은 벽으로 다가온다. 고전을 공부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동양의 한문과 같은 존재.


라틴어를 던져 놓고 인생을 풀다
강의 형식으로 쓴 책이다. 각 단원마다 라틴어로 한 문장을 적어 놓고 그 라틴어와 관련이 있는 내용을 풀어 놓았다. 라틴어가 체계적이면서 굉장히 어려운 언어라는 점은 처음 나오는 'do'라는 동사의 동사변화표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대충 세어 봐도 변화형이 150개가 넘는다. 라틴어에 관한 호감을 끊어 버리고 책을 시작한다. 라틴어와 간단한 어원이나 로마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에 따른 인생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라틴어에 관심이 전혀 없어도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이 책은 라틴어에 관한 책이 아니라 인생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을 한다.

 

로마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서양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라틴어는 로마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언어이다.


기대와는 사뭇 다른 책의 내용
다른 사람은 어떤 이유로 이 책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라틴어에 대해서 공부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원한 것은 라틴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인문학적인 지식과 함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책을 원했다. 읽기 전에는 라틴어 지식(2) + 인문학적 지식(6) +그 외의 이야기(2) 정도를 기대했는데, 책은 라틴어지식(2) + 인문학지식(2) + 인생이야기(6)이었다. 읽어가면서 처음에 가지고 있던 기대감은 조금씩 실망감으로 바뀌어 갔다.


깊이있게 읽을 수 있는 인문학 서적을 원했는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인생지침서를 읽은 셈이 됐다. 그런 책을 원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책이다. 게다가 저자가 카톨릭 신자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언뜻 보이는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 어린 비판은 굉장히 불편했다. 인문학 책이라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자기계발서나 인생지침서에 훨씬 가까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Carpe Diem. 영어로는 Seize The Day로 번역하고 오늘을 즐겨라'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유명한 라틴어 구절 중에 한 마디로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로 인해 많이 알려졌다. 책 속에서는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가장 먼저 쓴 말이라고 설명을 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YOLO라는 말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좋은 수업과 훌륭한 인격, 하지만 책은..
처음에 밝힌 것처럼 난 이 책의 저자가 굉장히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이 수업이 굉장히 좋은 수업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많은 학생들이 저자의 수업에 감동을 받고, 인생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수업중에 공감과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친절하고 흥미있는 강의를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좋은 얘기를 많이 하지만 결국 결론은 '공부하라'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다. 책에 있는 조언도 라틴어가 섞여 있어서 그렇지 굉장히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조언들이다. 새삼스럽지 않다. 진리는 항상 가까운데 있고, 쉬운 것이라고 누군가 얘기를 한다면 나도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쉬운 것을 알기 위해서 꼭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아마도 내가 이 수업을 들었다면 한동일 교수님의 열렬한 팬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만 읽은 입장에서는 한동일 작가의 팬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인생지침서를 읽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이 책을 읽어도 괜찮다. 분명히 이 책에는 어정쩡한 자기계발서나 인생지침서보다는 훌륭한 점이 있다. 하지만 지적인 자극을 받고 싶다거나 라틴어를 익히지는 않더라도 라틴어나 로마문화에 대한 어느 정도 이상의 이해를 원하는 사람은 읽을 필요가 없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만족감을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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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와 로봇의 일자리 경쟁 - 4차 산업혁명과 자녀교육
이채욱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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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까지 개발되지도 않은 기술을 이용하는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에 대비해 학생들을 준비시키고 있다.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우리가 아직 알지도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 리처드 라일리, 클린턴 행정부 교육부 장관 P.183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커제 그리고 알파 제로

식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문제를 풀어 가는데, 이세돌과 알파고의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도전을 한다고 했을 때, 나도 많은 사람들처럼 이세돌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이세돌은 4대 1로 알파고에 패배했고, 나를 포함해서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체스는 몰라도 바둑만큼은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인류는 이제 그 자존심을 내려 놓아야 했다. 아마도 2016년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기 시작한 원년으로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바둑기사였던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패배한 후, 이세돌은 최전성기가 아니라며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던 바둑랭킹 세계1위, 중국의 커제가 2017년 알파고와 대결을 펼쳤다. 커제는 3번기 중 단 한 판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분한 마음에 커제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세돌의 패배로부터 겨우 1년 남짓 시간이 지났지만 알파고의 바둑 실력은 이미 수백배 발전을 했고, 이제 인간의 영역을 넘어가 버렸다. 이세돌은 그나마 마지막 안간힘을 써서 1승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커제는 완벽하게 패배하고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인간이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했다. 그리고 이제 인간은 알파고가 혼자서 둔 바둑의 수를 이해할 수 없어서 알파고가 남겨 놓은 50개의 기보를 연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알파고는 그 후에 나온 업그레이드된 인공지능인 알파고 제로에게 또 지고 만다. 이건 또다른 종류의 문제의 심각성이 발생했다는 걸 의미한다. 알파고는 인간이 둔 바둑의 수많은 기보를 입력한 후 그 수를 통하여 학습을 했지만, 알파고 제로는 기보마저도 없이 단지 바둑의 규칙만 입력한 후 스스로 학습해서 알파고를 이겨 버린 것이다. 인류가 4천년 동안 쌓아 올린 바둑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앞으로는 바둑 뿐만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인공지능에게 넘어가 버릴 것이라는 예상이 당연해져 버렸다.이제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이세돌과 알파고는 5번기 바둑 대결을 펼쳤다. 이세돌은 4번기 한 번만 승리를 하고 결국 알파고에게 1:4로 패배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의 인간에 대한 고민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계의 발명에 의한 1차 산업혁명, 전기의 대중화에 의한 2차 산업혁명, 컴퓨터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발전에 의한 3차 산업혁명까지, 산업의 구조가 바뀌는 시기는 지금까지 계속 있어 왔다. 변화에 적응을 하는 사람들은 큰 기회를 잡아 부를 누릴 수 있었고, 중하층 노동자와 적응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려운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떻게든 잘 버텨왔고, 해답을 찾아 왔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인간은 또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의 담론이 시작된지는 굉장히 오래되었지만, 실제로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는 추측만 할 뿐이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정치인들, 경제학자들, 사회학자들은 수많은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예측대로 될지, 아니면 그 예측을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뛰어넘어을지 알 수는 없다. 이 책은 몇가지 유력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혁신 중에서 인공지능이 사회, 특히 노동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기 쉬운 직업군과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군을 밝힌다. 그리고 이 책에서 언급하는 로봇은 결국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저자 이채욱.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사이버대학교 융합정보학대학원을 졸업했다. KBS에서 교육 및 예능 컨텐츠를 제작했으며, 현재는 윤선생 영어교실의 스마트 본부장이다.

 

문제는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제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법들의 집합'이다. 인공지능은 결국 이 알고리즘을 파악해서 프로그램해 놓은 것이다. 결국, 알고리즘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직업일수록 로봇에 의해 대체되기가 쉽고, 알고리즘을 파악하기 어려운 직업은 로봇이 대체할 수 없으니 안전한 직업이다. 책에서는 각 직업이 알고리즘화할 수 있는 정도를 분석하고 분류해서 가까운 미래에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흥미 영역에 따라 어떤 직업에 적성이 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고, 그 직업을 선택할 아이의 미래가 어떨지도 예측해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기술에 속하는 것들은 알고리즘화가 쉽고,정신에 속하는 것들은 알고리즘화가 어렵다. 기계에 대한 지식이라든지, 생산, 가공, 교통 지식은 알고리즘화가 제일 쉽기 때문에 이런 지식을 활용하는 직업은 위험하다. 반면에 심리학이라든지, 사회학, 커뮤니케이션 능력, 모국어 능력, 교육 지식 등은 알고리즘화가 어려워서 다소 안전하다. 직업에 따라사는 지금은 전문직으로 각광을 받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로봇이 대체해서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직업이 될 수도 있다.

 

 직업의 미래는 알고리즘화하기 쉬운지 어려운지에 따라 달려 있다.

 

그럴듯한 해답, 4C. 정말일까?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으로서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은 4C이다.
Creativity 창의성
Critical Thinking 비판적 사고력
Collaboration 협동 능력
Communication 의사소통 능력

이 의견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이 제시하는 여러가지 해답에 대해서도 크게 불만은 없다. 하지만 좀 우려스러운 것은 인공지능이 과연 위의 4가지 요소를 학습하지 못할까? 분명히 단순, 반복적인 기술에 비해서 분명히 어려울 테지만 불가능한지 물어 본다면 나로서는 '글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어서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날아가 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알파고 제로의 바둑은 인간보다 더 창의적이다. 다른 영역이라고 해서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라는 법이 없어 보인다. 10년 동안은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면? 30년이 지나면?

 

결국 문제는 창의력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예상외로 충실하고 읽을 필요가 있어 보이는 책

4차 산업혁명, 로봇과 아이의 경쟁, 일자리, 교육. 최근 굉장히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이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거의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딱히 읽기 좋아하는 주제도 아니라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굉장히 뻔한 내용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이 책은 충실하다. 알고리즘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직업을 분류하고, 각 직업에 필요한 소질도 분류한다.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적 역량을 키우는 방법도 제시하는 동시에 아이를 교육시키는 부모의 자세에 대해서도 제안을 한다. 책이 충실한 이유는 아마도 이 책이 저자가 최근에 작성한 논문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저자의 결론과 충고에 대해서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특히, 수학교육, 코딩교육이라든지 영어교육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역설한 것은 나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의 기본적인 철학이 결국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 아이를 잘 교육시켜서 다른 인간과 하는 경쟁 뿐만 아니라 로봇과 하는 경쟁에서까지 이겨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 같아 불편한 점도 있다. 철저하게 자유경쟁 시장의 논리에 따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4C에서는 협동능력이 중요한 것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로봇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협동능력일 뿐이다. 개별 교육에 관한 책으로서 한계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회적인 합의와 협력에 의해서 바꿀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너무 없다. 교육의 책임을 온전히 부모에게 전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불만이다. 물론 주요 대상독자가 아이를 가진 부모인 책을 두고 사회구조적인 문제까지 지적하는건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좀 아쉽다는 거다.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제 바야흐로 인공지능과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분명히 한 번 읽어 보고 곰곰히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어설픈 자녀교육서에 비해서 굉장히 충실하다. 미래 직업과 그에 관련된 교육에 대한 각종 연구성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자녀의 적성과 직업교육에 대해 고민중인 부모라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명확한 해답을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고려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제시해 준다. 어려워서 읽기 힘들 수도 있는 내용을 각종 사례들과 더불어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자녀교육에 관해 고민인 학부모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장래의 직업에 대해서 고민중인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도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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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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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살짝 있습니다.

 

밝히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

신을 믿지 않는 천재적인 과학자, 에드먼드 커시가 있다. 이미 젊은 나이에 전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부를 이루었다. 에드먼드 커시는 어느날, 전세계를 향해 도발적인 예고를 한다. 세상에 코페르니쿠스적인 변화를 줄 발표라고 한다. 그리고 발표를 하기 전에 천주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지도자에게 미리 발표할 내용을 비춰 준다. 세 명의 종교 지도자는 경악을 하게 되고,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지도자는 에드면드 커시가 발표를 하기 전에 미리 본 내용을 누출하여 김을 빼려고 하지만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한편, 에드먼드 커시는 자신이 발견한 것을 발표하기 위해 구겐하임 미술관을 통째로 빌리고, 유명한 석학들을 미술관으로 초대한다. 그 중에는 학생시절 수업을 들었던 로버트 랭던 교수가 있다. 서론을 마치고 본 내용을 발표하려는 순간, 발표회장에 몰래 숨어 들어온 옛 해국 제독 아빌라에게 총을 맞고 사망하게 된다. 행사를 주관하던 미술관장이자 스페인 왕자의 약혼녀인 암브라와 함께 에드먼드이 발표하지 못한 내용을 발표하려는 랭던 교수. 그를 돕는 인공지능 윈스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그들을 쫒는 아빌라 제독, 그리고 종교지도자 중에 홀로 살아 남은 발데스피노 주교. 항상 죽도록 고생했던 랭던 교수는 이번에도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댄 브라운 Dan Brown. 영어교사를 하다가 디셉션 포인트를 쓰며 소설가로 데뷔. 다빈치 코드로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댄 브라운 팬이라면 그다지 고민하지 않고 손에 잡을 소설

 

댄 브라운의 일곱 번째 소설이면서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 처음 등장한 종교기호학 교수인 로버트 랭던이 다섯 번째로 활약하는 소설이다.  댄 브라운은 '다빈치 코드'를 쓴 후 전세계적인 논란과 신드롬을 일으킨 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한다는 믿음이 있는데다가, 평소에 관심이 많은 기호학과 도상학을 소설의 소재로 많이 쓰기도 할 뿐더러, 이미 그의 소설을 다 샀기 때문에 이 책도 어차피 살 거라는 생각에 나오자 바로 사서 읽었다. 그냥 이름만 보고 아무 고민없이 책을 구매하는 작가가 몇 명 있는데, 나에게는 댄 브라운이 그런 작가 중에 한 명이다. 그리고 댄 브라운은 이번에도 나의 기대에 딱 맞는 그만큼의 만족감을 준다.

 

구겐하임 미술관. 비달 암브라는 이 미술관의 원장이다. 에드먼드 커시가 이 곳에서 총에 맞아 즉사하면서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오리진은 제목에서 보듯이 '기원'에 관한 책이다. 소설은 계속해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넌 도대체 어디서 온 거야?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책을 읽는 동안, 아직 책 속의 대답이 나오기 전까지 이 질문은 계속된다. 소설 속에서 에드먼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냈고, 발표하려고 한다. 당연하지만 그 기원은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그럼 도대체 뭐지? 글을 읽는 동안 도대체 어떤 그럴듯한 결말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도대체 어떤 대답을 가지고 왔길래, 에드먼드는 그렇게 자신만만했으며, 댄 브라운은 그런 자신만만한 주인공을 만들어 냈는지 궁금하다. 설마, 세상의 기원을 소설 책에서 알 수 있게 되는 걸까?

 

파드레라 La Pedrera. 바르셀로나 소재.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아파트. 작중 에드먼드 커시가 임대하여 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뛰어난 흡입력, 하지만.. 너무 똑같다

댄 브라운의 소설은 추리스릴러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무서울 정도의 흡입력을 지닌다. 두 권 합쳐서 700페이지를 넘는 소설의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재미있다. 하지만, 너무 똑같다. 천사의 악마부터 시작해서 다빈치코드, 로스트심벌, 인페르노에 오리진까지.. 패턴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 패턴을 한 번 보자.
1. 댄 브라운은 어느날 유명한 사람의 초대를 받는다.
2. 사건이 터진다.
3. 로버트 랭던은 유력한 용의자 중에 한 명으로 공권력으로부터 쫒긴다.
4. 게다가 무지막지한 살인자로부터도 쫒긴다.
5. 옆에는 미모의 아름다운 여자 조력자가 있어서 썸은 타지만 연결은 되지 않는다. 딱히 큰 도움도 되지 않는다.
6. 쫒기는 동안 믿을만한 조언자가 있다.
7. 범인은 도와주는 줄 알았던 조언자이다.

 

오리진 역시 이 패텬을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딱 1권을 다 일고 났을 때,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믿을만한 조언자가 바로 범인이다. 마지막 결말은 정말 내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건 마치 개그콘서트에서 성공한 코너 하나를 짜서 매회마다 상황만 조금씩 바꿔서 같은 웃음 포인트에서 모든 관객들이 함께 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La Sagrada Familia.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성당. 바르셀로나 소재. 작중에서 호아킴 베냐 신부가 주임 신부로 있으며, 에드먼드 커시가 요청하여 지하에 윌리엄 블레이크의 전집을 진열되어 있다.

 

어설프게 끌어다 쓰는 과학 + 밑천 다 떨어져 가는 종교기호와 상징

댄 브라운은 가장 가장 멀어 보이는 과학과 종교를 한 소설 안에 녹여내는데 장점이 있다. '천사와 악마'에서는 반물질과 함께 일루미나티라는 음모론의 정점에 있는 것 같은 단체, 그리고 멋진 앰비그램이 흥미를 끌었다. '다빈치 코드'는 기독교의 온갖 상징과 기호를 있는대로 끌어다 써서 관심을 끌었다. 오리진에서는.. 완성형 인공지능인 윈스턴이 등장하고, 무생물에서 생물이 나타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시뮬레이션의 근거가 되는 양자생물학이 등장한다. 종교적인 음모론의 한 축은 팔마리아 교회가 담당을 한다.


그런데 이것이 너무 어설프다. 인공지능은 사람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인데다 유머감각까지 지녔다. 양자생물학은 이제야 태동하는 학문으로 주류에 올라서지도 못했다. 그런데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런 것들을 가져다 쓴다. 대충 과학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지만 너무 황당무계해서 추리스릴러가 판타지 소설이 되어 버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제는 끌어다 쓸 종교적인 기호와 상징, 음모론도 다 고갈되어 버린 것 같다. 마지막에는 누명을 쓴 것으로 표현하긴 하지만 엉뚱한 교회를 음모론의 주체로 표현한다. 소재가 고갈된 것을 느꼈는지 오리진에서는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이 주 무대로 등장한다. 책만 읽으면 가우디는 종교에 반하는 음흉한 계략을 건축에 적용시킨 사람처럼 느껴진다.

 

윌리엄 블레이크 판화 고대의 날 들. The Ancient of Days. 소설 속에서는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라고 번역되어 있으며,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에 전시되어 있던 블레이크 전집은 이 그림이 보이도록 펼쳐져 있다.

 

불만이 많다. 그런데 재미있다.

불평불만을 털어 놓기는 했지만, 재미있다. 그게 댄 브라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일단 책을 집어들면 순식간에 끝까지 읽게 된다. 어설프게 지적인 부분도 건드려 준다. 덕분에 소설을 읽으면서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 이름 몇 개를 알게 되고 어떻게 생격는지도 알게 됐다. 양자생물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심지어.. 정말 무식한 얘기인 것 같지만.. 스페인이 왕국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로스트 심벌'을 읽고나서는 이제 댄 브라운 소설은 읽지 말겠다고 다짐을 하곤 하는데, 그러다가도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또 사서 읽고 있다. 이 책도 읽으면서 이제 그만 사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다음 책이 나오면 또, 로버트 랭던 교수를 만나고 있을 게 뻔하다.

 

댄 브라운 소설을 이 책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천사와 악마' 이후의 소설을 두 편 이상 읽은 사람이라면, 장담하건데 그냥 똑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비슷한 얘기를 별로 읽고 싶지 않다면 패스해도 된다. 팬이라면 포기하고 그냥 읽으면 된다. 만약 이 책을 처음으로 사서 볼 생각이라면 일단 멈추고, 먼저 '천사와 악마'와 '다빈치 코드'를 먼저 사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안토니오 가우디라는 건축가는 머릿속에 각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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