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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얼 코리아 1
안도열 지음 / 뫼비우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정말 귀찮아서 서평같은 거 쓰는 짓 잘 안하는 편이다. 왜 이 서평을 쓰는지는 이 글을 읽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책 디자인은 멋있다. 뭔가 전쟁소설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점은 인정하자.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딱 여기까지다...
일단 내용은 현대의 군대(아마도 대대규모)가 1894년 동학혁명 시대로 타임슬립을 하고 가서 동학군과 협력하여 우금치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대한제국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이다.
일단 소재는 일본 만화 지팡구(침묵의 함대 그린 사람이 그린 만화다 - 대표적인 군국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의 작품)와 비슷하다. 색다른 소재가 아니라는 거다. 아주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소재다. 하지만 내가 오랜만에 소설책을 고른 이유는 그 후의 역사의 전개과정의 개연성과 상상력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7년 동안 자료를 수집했다는 이 책은 그저 자료만 있을 뿐이다. 흡사 만화책의 설정집을 보는 듯한 수많은 무기와 학교의 설정만 있을 뿐이다. 설정만 있을 뿐 내용이 없다. 기껏 내용이라고 나오는 부분은 잠깐잠깐 전쟁장면이나 권력자들이 나누는 대화뿐... 게다가 모든 내용은 '~ 이렇게 될겁니다.' '그러면 ~ 이렇게 하죠. 문제 없을까요?' '힘들지만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게 전부다. 도대체 자료만 수집해서 어쩌자는 건가? 필자는 백과사전을 만들고 싶었는가? 아니면 가상의 역사책을 만들고 싶었는가?
소설의 구성 또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특히 파운데이션 3부작)과 아주 똑같다. 백과사전으로 그 시대의 사정을 설명하는 거 하며 다 설명해 놓고 '확실하지는 않다'고 하는 거하며... 하지만 내용의 부분에서는 아시모프의 소설에는 스토리가 있다고 하면 임페리얼 코리아에는 없다. 그저 장면 하나하나를 보여 줄 뿐이다. 그게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면 분명히 말하는데 작가는 실패했다. 아마도 작가는 신화와 같은 구성을 취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정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장대한 역사를 그리고 싶었으면 거기에 따른 인물이 나와야 하는데 이 소설의 인물들은 정말 아무런 개연성을 지니지 못한 인물들이다. 게다가 소설속의 그 많은 인물들이 1편을 다 읽은 지금 개성적으로 기억에 남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며 이사람이 저사람이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다.
정말 따지고 들건 너무 많지만 마지막으로 오타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마지막 교정은 한 건지 정말 궁금하다...
내가 이 책에서 기대한 건 전문적인 식견을 지닌 작가(필자가 공학부 교수다)가 뛰어난 상상력을 가지고 개연성있는 가상세계를 조리있게 서술해 나가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전문적인 식견을 지닌 작가가 쓰잘데 없는 무기에 대한 설정만 가지고 아무런 상상력도 없이 개연성도 없는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있다.
온갖 SF에서 나오는 단어는 다 나온다 정말... 생각하기도 짜증난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건 1부 마지막 부분에는 '사자의 서', 아틀란티스 등 온갖 SF, 환타지에서 우려먹던 소재로 어처구니없이 인류의 기원까지 파헤치고 있다는 것이다. 할려면 제발 하나만 했으면 한다. 역량에도 못미치는 것 자꾸 끌어들이니 짜증만 난다.
제발 3~5권 내지 말고 자중하시길...
심정적으로는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많이 참고했다는 의심을 버리기 힘들다.(정말 최대한 참고 쓰는 거다.)
이제 내가 왜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썼는지 알것이다. 재수좋게 이 책을 사려다가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절대로 사지마라. 대신 추천작은 위의 세 편이다. 이 작품과 비슷하면서 비할데 없이 풀륭한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