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나도 노쇠했고, 다시 한번 젊은 육체를 가지고 싶네. 그러나 그걸 다시 손에 넣기 위해서는 내 뇌를 시험대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네. 그게 사실인가.」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이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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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하고 덜떨어진 선비 육가는 대왕께서 항왕에게 치르실 수 있는 값도 물어보지 않고, 실속 없이 요란스러운 유가(儒家)의 인의효제(仁義孝悌)만 앞세우고 갔습니다. 곧 치러야 할값도 알지 못하면서 귀한 물건을 거간하러 간 셈이니, 어찌 그거래가 성사될 수 있겠습니까? - P15

"서광무에서 왔느니라. 가서 패왕께 전하여라. 산양의후성이 문상을 드리러 찾아왔노라고." - P19

"그렇습니다. 홍구는 대략 천하를 동서로 나누고 있으니, 그것을 경계로 서쪽 땅은 한왕이 차지하고 동쪽은 대왕의 땅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홍구 동쪽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신이나 장이, 팽월, 경포 등은 어찌 되느냐?"
"그야 당연히 그들을 그리로 보낸 한왕이 불러들여야겠지요. - P24

한왕이 그들을 맞아들여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제 항우를 뒤쫓아 쳐부순다! 동광무의 초나라 군사가 한사람도 팽성에 돌아가게 해서는 아니 된다. 저들을 놓아 보내는것은 다 잡은 범을 다시 산중으로 놓아 보내는 격이다. 범을 길러 걱정거리를 남기지 말라." - P34

‘이 마당에도 나를 위해 선뜻 온몸을 던지는 것을 보니 옹치같이 영악한 놈도 필경에는 내가 이길 것이라고 믿는구나. 이제 천하는 내게로 다가오고 있는가.‘ - P70

대왕께서 신이 말한 그 땅들을 갈라 한신과 팽월에게 내주기를 허락하실 수 있으면, 당장이라도 두 사람을 불러올 수 있을것이나, 그러실 수 없다면 앞일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 P91

실로 종잡을 수 없는 한왕의 위축과 분발이었다. 며칠 전만 해도 당장죽을 듯 엄살떨던 일을 까맣게 잊은 사람처럼 그렇게 호기를 부리고 나섰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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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은 임치로 돌아가 다시 제나라의 민심을 추스르는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아무리 재물을 풀고 형벌을 느슨하게 해도 기질이 억세고 계략에 밝은 제나라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한나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 P243

ㅈ금이라도 능력 있는 이가 왕이 되어 제나라를 다스린다면 백성들도 오래잖아 그를 따를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소? 그게 누구요?"
한신이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듯 괴철에게 물었다. 괴철이 잠깐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바로 대장군이십니다. 대장군께서 제왕이 되신다면 이땅은 곧 잠잠해질 것입니다." - P245

장량이 한왕에게 바짝 다가와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지금 우리 한나라는 제 앞도 가리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데 어떻게 한신이 왕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원하는 대로 그를 제왕으로 삼고 잘 대접하여 스스로 제나라를 지키게 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변란이 일어납니다." - P247

용저가 한신에게 져서 목이 베이고 그가 패왕에게서 받아 간 5만 군사도 한 사람 남김 없이 죽거나 사로잡혔다는 소문이 어느새 진중을 떠돌아 초나라 장졸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 P251

만약 대왕께서 한신이 원하는 것을 주실 수 있다면, 오히려 대왕께서 그를 손발처럼 부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신은 한신을 찾아가 옛정을 내세우고 대왕을 위해 그를 달래보고자 합니다."
"과인이 무엇을 주면 한신이 내 사람이 되겠느냐?"
"대왕께서 천하의 셋 중에 하나를 한신에게 주신다고 하면 한신도 대왕을 위해 힘을 다할 것입니다." - P255

무섭이 갑자기 근엄한 목소리가 되어 받았다.
"바로 그대 제왕 한신이외다. 그대는 한왕을 주군으로 골라 죽을 길로 접어들었고, 이제는 제나라 왕에 올랐으면서도 패망할 길만 고집스레 가고 있소." - P259

지금 제왕이 된 그대는 스스로 한왕과 교분이 두텁다 여기고, 그를 위하여 재주와 힘을 다하고 있소. 군사를 이끌고 창칼 아래를 내달아 수많은 제후와 왕을 사로잡고 그 땅을 아울렀지만, 끝내는 저버림을 받아 그에게 사로잡히게 될 것이오. - P261

그대에게 초나라와 화친을 맺으라는 것은 그리해서 패왕 아래로 들어가라는 뜻이 아니오. 지금 그대는 이미 천하의 셋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소. 그걸 밑천 삼아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가만히 지키기만 해도 되는 것이오. 그러면 한왕, 패왕과 더불어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그중 하나에서 왕 노릇 하는 셈이 되니 그보다 더 그대를 잘 지킬 수 있는 길이 어디 있겠소? - P262

"한나라와 초나라를 함께 이롭게 하고 두 임금을 모두 살려, 천하를 셋으로 나누고 그 하나를 차지하는 계책입니다. 한왕과 항왕에다 그대까지 세 세력이 솥발처럼 버티어 서면 어느 편에서도 먼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 P267

남의 신하로 있으면서 주군을 떨게 할 만한 위엄이 있고, 그 이름은 천하가 우러를 만큼 드높아졌으니, 그래서 나는 그런 그대를 위태롭게 여기는 것입니다. - P271

한신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선생의 간곡한 뜻은 알겠으나 과인은 차마 한왕을 저버릴 수가 없소. 한왕도 또한 그러할 것이오. 과인이 이제까지 그를 위해 세운 공이 적지 않은데 설마 과인에게 이미 내린 것을 되거두어 가기야 하겠소?"
그러면서 괴철의 권유를 물리쳤다. - P273

한왕은 곧 죽어 가는 시늉을 하고, 때로는 온 세상이 다 들을만큼 비명을 질러 대면서도 끝내 서광무를 끌어안고 있었다. 패왕은 패왕대로 금세라도 전군을 들어 서광무를 때려 엎을 듯한 기세였지만, 동광무를 버리고 한왕과 결판을 내려 들지는않았다. - P292

어떻게 보면 패왕 항우의 비극은 진나라 말의 왕조 교체기에서 전투력이 정치적인 역량보다 우위였던 국면이 끝나면서 이미시작되고 있었다. - P296

그때 장량이 가만히 한왕을 위로했다.
"태공 내외분을 구하고 화평을 얻어 관중으로 돌아가는 일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엇 때문에 그토록 뻗대는지 알수 없으나, 머지않아 항왕은 싫어도 대왕의 뜻을 받들지 않을수 없게 될 것입니다." - P300

종리매가 움찔하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대왕께서는 그렇게 속고도 아직 한왕 유방을 모르십니까? 자신이 불리하면 금방 숨이라도 넘어가는 것처럼 대왕의 발밑을 기다가도 돌아서면 대왕의 발뒤꿈치를 물려 드는 것이 바로 유방입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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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 상인들은 <카르마의 심판관이 되었고, <신전>의 일부로서 조직화되었어. 그들의 역할은 개인의 전생을 조사하고, 업을 가늠한 후에 그자의 다음 생애에관해 결정하는 일이야. - P84

선량한 시민이 예순 살이 되기 전날에 자신이 선 택한 교파의 신전에 있는 출장소에 출두하면, 그때까지 그가 한 기도의 합계가 죄업의 합계와 함께 고려된 후 그 인물의 카스트가 결정된다고 들었네. 그가 받을 육체의 연령, 성별, 건강 상태도 함께 말야.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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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이나 보루(堡壘)에 기대 지키기만 하는 것은 원래 패왕이 즐겨 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사정이 뜻과 같지 못하니 어찌하는 수가 없었다. - P159

싸움의 양상은 어쩔 수 없이 한왕 유방 쪽이 바라는 대로 광무간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진지전(陣地戰)으로 자리 잡아 갔다. - P160

"대왕, 한왕 유방의 아비어미와 그 계집은 어디에 쓰시려는 겁니까? 지난번 산동에서 잡아들인 뒤로 군중에 끌고 다닌 지 벌써 두 해째입니다. 왜 그들을 내세워 유방을 불러내지않으십니까?" - P162

패왕이 그런 한왕을 한 번 더 충동질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네놈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면서 여러 번 과인을 성가시게 하였으니, 그 죄를 네 아비에게 물어야겠다. 이제 삶기 전에 칼질부터 하려고 도마에 묶어 두었으니, 어쩌겠느냐? 어서 과인에게 항복해 죄를 빌고 아비를 살리겠느냐? 아니면 아비가 눈앞에서 국거리가 되는 꼴을 보겠느냐?" - P164

국이 다 끓거든 나에게도 한 그릇을 나눠 주기 바란다. - P164

그날 한왕이 비정하게 태공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은 천하를 위해 가족도 희생시킬 수 있다는 공리(公理)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그게 자신과 태공이 아울러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 P166

바라건대 한왕은 나의 도전을 받아들여 단둘이서 자웅을 가리기로 하고, 애꿎은 천하 뭇 백성들은 괴롭히지 말기로 하자. 우리 두 사람이 저 아래로 내려가 당당하게 겨뤄 보는 게 어떠냐? - P167

장량이 가만히 물었다.
"어떠십니까? 홀로 몸을 움직이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오. 꼼짝할 수 없소. 화살이 용케 염통은 피해 갔지만 갈비뼈를 맞춘 듯하오."
한왕이 죽어 가는 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그러자 장량이 차갑게 받았다.
"그래도 일어나셔야 합니다. - P182

"네가 하도 안달을 부리니 일러 준다. 우리 대왕께서는 지금쯤 성고성에 내려가 시녀들에게 발을 씻기며 쉬고 계실 것이다. 그러니 네 긴히 할 말이 있거든 이 번 아무개 어르신에게나여쭈어 봐라."
그 말에 분통이 터진 패왕은 더욱 소리를 높여 번쾌를 꾸짖었다. - P197

항타와 용저는 모두 오래 싸움터를 누빈 맹장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그 둘만을 놓고 보면 용맹에서도 지략에서도 항타는 용저에 미치지 못했다. 한 장수로서 패왕의 신임과 총애를 보다 많이 받는 것도 용저 쪽이었다. 그런데도 항타를 대장으로 삼은것은 종성에 대한 편애라는 패왕의 말기적 증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 P202

"역 선생 이기는 비록 유자였으나, 또한 누구 못지않은 맹사였다. 그를 저리도 참혹하게 죽게 만들었으니, 이 일로 내가 치러야 할 값도 결코 헐하지는 않겠구나."
역이기의 상여가 성문을 나가는 것을 보고 한신이 탄식하듯 말했다. - P205

"천하인의 반열에 들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그럼 나더러 우리 대왕이나 항왕과 더불어 천하를 다투기라도 하라는 말씀이오?"
괴철은 그래도 눈 한번 깜빡 않고 한신의 말을 받았다.
"못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아직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 P206

한신이 그답지 않게 큰 칼을 빼 들고 앞장서 싸움을 걸었다.
"나는 한(漢) 대장군 한신이다. 용저는 어디 있느냐? 애꿎은 군사들은 다치게 하지 말고 나와 단둘이서 자웅을 가려 보자!" - P221

스스로 왕이 된 전횡마저 양 땅으로 달아나자 제나라는 모두 평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대(代), 조(趙), 연(燕)에 이어 제나라까지 한신에게 떨어지면서, 그 주군인 한왕 유방은 땅만으로 보면 천하의 셋 가운데 둘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줄곧 패왕에게 유리하던 대세가 비로소 한왕 쪽으로 뒤집힌 셈이었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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