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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떠난 마카롱 - 트렌드의 탄생과 확산의 미스터리
기욤 에르네 지음, 권지현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얇고 가벼워서 집어 들었다..
소설만 계속 읽다 보니 조금은 다른 책을 읽자는 생각에 이 책을 들었다. 아무래도 들고 다니면서 읽으려고 하다 보니 너무 두꺼운 책은 부담스러워서 얇기도 하고 제목도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 책을 아무 생각없이 들었다. 그리고는.. 읽느라 좀 고생했다. 책은 처음에는 새로 태어난 아기들의 이름, 책의 제목이 되는 마카롱, 레깅스와 향수 등 실례를 들어 가면서 흥미롭게 시작한다. 트렌드가 무엇인지 살펴 보고 과연 트렌트라는 것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가능할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 후에 여러가지 질문을 함께 던지고서 시작을 한다. 특히 트렌드라는 것이 누군가가 만들어 나가는 것인지 아니면 자연발생적으로 발현하는 것인지와 트렌드를 미리 예측할 수 있을지를 다룬다.
갑자기 밀고 들어오는 서양의 지성들..
좀 편안하게 읽으려고 했던 책이 2장에 들어가면서 조금 부담스러워 지기 시작한다. 소쉬르의 시니피앙과 시니피에가 등장하더니 롤랑 바르트와 보르리야르까지 서양 구조주의 담론을 이용하여 유행을 분석한다. 그러더니 결국 리처드 도킨스와 말콤 글래드웰, 베블렌까지 등장하면서 어쨌든 갖다 붙일 수 있는 서양의 지성들은 다 갖다 붙여가면서 유행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이쯤되니 이 책이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적보다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책이 되어 버리긴 했다. 따라서 읽는데 생각보다는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 되어 버렸다.
트렌드의 발생과 역사와 확산의 매커니즘을 탐구하다..
트렌드라고 써 놓았지만 결국은 어떻게 유행이 발생을 하고 확산이 되는지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다. 사람들이 흔하게 생각하는 유행의 발생과 확산에 대해서 저자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유행이라는 것이 결국은 사람들이 좋아해서 유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유행이 되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해서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그런 경향 중의 하나로서 '자기성취적 예언'을 예를 들고 있는데 용어는 좀 생소해도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느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가 '올해에는 스키니진이 유행할 것이다'라고 예언한다면 이것은 그 디자이너가 유행할 것을 미리 예측하여 예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디자이너가 그렇게 얘기했기 때문에 스키니진이 유행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유행의 확산에 영향을 끼치는 모방에 대해서 얘기를 풀어 나가면서 베블렌의 '자기 과시적 소비'에 대한 얘기도 등장시키는 등 유행에 대해서 꽤 인문학적으로 접근을 하고 있다.
<유행은 발생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참고자료들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원래의 책 자체는 훨씬 짧은 책이고 사실 더 만만치 않을 책일 것 같은데 중간중간에 원저자가 써 놓은 것인지 아니면 편집을 하는 가운데 넣어 놓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일부는 편집과정에서 들어간 것이 틀림없다) 예시들이 굉장히 적절하게 제시되어 있어서 중간중간 머리를 식혀가면서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쉽지 않은 개념이라든지 책에 소개되어 있는 인물들에 대해서 설명을 쉽게 해 놓았기 때문에 따로 사전같은 것을 찾아서 기억을 되살리지 않아도 읽기 편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단하게 서양의 지성사를 한 번 살펴 보는 의미도 있을 것 같다.
<소스타인 베블런 Thorstein Veblen 1857~1929, 소비를 주류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지 않고 다른 사람과 차별화시키기 위한 '과시적 소비'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베블런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의 경제적 여건에 맞도록 소비를 하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눈과 유행을 따라 과시적 소비를 일삼는 불합리한 소비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
얇은 두께를 생각하고 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읽으려고 하면 좀 만만치 않지만 공들여서 읽으면 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괜찮은 책일 것 같다. 일단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