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 양장본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최고의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

엄마는 기계인간에 의해서 사냥당해서 박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철이는 엄마의 복수를 하고 우연히 만난 메텔을 따라 기계몸을 공짜로 준다고 하는 별로 여행을 한다. 수많은 별을 지나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 철이는 기계인간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메텔과 이별을 한다. 어릴 때 봤던 은하철도999는 도대체 뭐가 뭔지도 모르고 봤고 나중에 나이가 조금 든 후에 그 속에 들어 있는 숨겨진 내용들을 다시 보게 되고 하록선장과 천년여왕과의 연관성을 알게 되면서 더더욱 관심이 많이 갔던 애니메이션이다. 정말 재미있게 보고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에서 열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은하철도999에 모티브를 제공한 동화책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상당히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다.

<내 어린 시절 최고의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인 은하철도999, 그 원작이 이 책 '은하철도의 밤'이다>​

거의 백년전에 쓴 동화책..

은하철도의 밤의 작가는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이다. 무려 백년도 전에 태어나서 일본의 격동기를 살았던 사람이다. ​책 말미에 적혀 있는 해설을 보니 아마도 당시에 주류였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며 우주의 실상을 포함하는 글을 썼다는 해설은 신경쓰지 말고 그냥 책 자체로 보면, 당시에는 아무래도 최첨단의 과학기술이었을 것 같은 철도를 가지고 동화를 썼고 철도를 타고 우주를 여행한다는 생각을 해 보니 어쩌면 초창기 일본의 SF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좀 해 본다. 왠지 은하철도999와 오버랩이 되는 이 동화는 1970년대나 1960년대의 책일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1920년대에 한국이나 일본이나 리얼리즘이 득세를 하던 시대에 쓴 환상동화같은 작품이다. 확실히 비주류였던 것 같기는 하다.

 

<이 사람이 미야자와 겐지. ​주류문단과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꿈을 꾸는 한 소년..

주인공인 조반니는 아버지는 어디론가 없어져 버리고 어머니는 병석에 누워 있는 가난한 집 아이이다. 그리고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데 아버지 친구의 아들인 캄파넬라가 유일한 친구이다. 일본 사람이 지은 동화이지만 이름이 이런걸 보니 배경은 이탈리아같은 유럽인 것 같다. 아무래도 작가는 유럽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조반니는 병석에 있는 어머니께 드릴 우유가 배달이 되지 않아서 우유를 받으러 목장에 갔다가 우유를 받지 못하고 주변 언덕에서 기다리던 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은하를 여행하는 철도를 타게 되고 그 안에는 캄파넬라가 있어서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그 철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책의 말미에 나타나지만 결국 이 은하여행은 꿈속의 이야기이다. 결국 이 동화의 내용은 언덕에서 잠들었던 조반니가 꾼 꿈이다.

<은하철도의 밤을 모티브로 해서 그린 일본 유명 일러스트 작가인 카가야의 작품. 은하철도999와 카가야의 작품 때문에 '은하철도의 밤'에 과도한 기대감과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도대체 철도는 뭐지..?​

그냥 여행에 관한 동화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던 중에 두 남매와 그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가 열차에 타고 조반니와 캄파넬라와 얘기를 나누면서 얘기는 이상하게 흘러 나간다. 가정교사는 빙산에 부딪힌 후 구조받지 못해서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남매에게 우리는 하늘나라로 가고 있다고 설명을 해 준다. ​결국 이 열차는 죽은 사람들이 저승으로 가는 열차가 되고 말아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조반니나 캄파넬라도 죽어 버린 건가? 하지만 마지막에 가면 조반니는 잠에서 깨어 다시 우유를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 와중에 캄파넬라가 물에 빠져 45분동안 나오질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캄파넬라 역시 죽었다는 얘기다. 결국 조반니는 꿈속에서 저승으로 향하는 영혼들과 함께 철도를 타고 여행을 했다는 뜻이다. 그걸 알게 되면서 조금은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그냥 일반 애들이 읽는 동화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재미는..? 추천은..?

사실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는 내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종류의 책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상당히 독​특하기는 하다. 그리고 처음에 적은 것처럼 미야자와 겐지가 일본사람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가라고 해설에 써 있고 은하철도999의 모티브가 된 것도 알겠지만 이 책이 정말 그렇게 사랑을 받을만한 책인가 하는 점은 의문은 있다. 왜냐하면 일단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제대로 흘러가질 않고 대단한 재미가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냥 꿈속의 이야기라서 전개가 몽환적으로 펼쳐진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러기에는 스토리 자체가 뚝뚝 끊어진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왠지 동화가 중간에 끊어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처음에 펼쳐 놓은 내용이 수습이 되지 않은채로 뜬금없이 끝나버린다. 그래서 읽다가 그냥 은하철도999로 인해서 유명해진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라도 번역이 이상해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도 해 봤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쉽게 말해서 재미없는 책이다. 대단한 철학적인 성찰도 없고 (당시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상상력도 대단하지 않다. ​그렇다고 묘사가 아름답지도 않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도 없다. 인물들의 감정의 변화도 전혀 개연성이 없는데다가 갑자기 인류의 행복을 운운하는 주인공의 대사는 뜬금없기까지 하다. 그냥 쉬는 날 한두시간동안 편하게 읽어버릴 생각으로 집어든 책이라 나로서는 뭐 크게 억울해 할 것은 없다. 100여쪽밖에 안되는데다가 중간중간 그림도 많아서 한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은하철도999의 팬이라서 한 번 살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겠지만 (내가 기대한 것처럼..) 어린 왕자같은 느낌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평을 보면 워낙 호평이 많아서 도대체 내가 완전히 책을 잘못 읽은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는 나는 그냥 그저 그랬다. 굳이 말하자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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