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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 경제학 고전에 공동체의 행복을 묻다
조형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4년 7월
평점 :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
한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 서적이 우리나라의 서점가를 강타한 때가 있었다.. 유행이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이제 읽어 보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 책을 한 권 읽으려면 너무나 에너지가 많이 소모될 것 같아서 선뜻 손에 잡지는 못하고 있다.. 사실상 철학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어처구니 없이 어려울 것이 틀림없는 책을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읽은 이유는 모두들 알고 있는 것처럼 책의 제목에서 나타내듯이 우리의 사회가.. 결국은 세계가 정의롭지 못한데 따르는 고민을 반영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몇장 읽다가 내팽겨쳐 두었을 것 같다.. 대충 훑어 봐도 쉽지 않은 책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주류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인문학이고 경제학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기는 한다..
뭐라도 좀 알아야 반박을 하지.. 아니.. 최소한 꿈틀이라도 하지..
나 자신도 경제학은 대학에서 한학기 교양수업을 들은게 전부이고 가끔씩 경제학에 대한 책을 읽는게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 듣는 경제에 대한 얘기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들을 수 있는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저 나오는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도대체 그게 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고.. 모두의 얘기들과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간혹 있다고 하더라도 비주류 중의 비주류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당한 조명을 받지도 못한다.. 그래도 숨통을 좀 트이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은 반박을 해보고 싶어서 이런 책을 보고 생각이라도 정리를 해 봐야 한다..
애덤 스미스에서 마르셀 모스까지.. 비주류 경제학자들을 본다..
애덤 스미스는 고전경제학의 아버지이니만큼 비주류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책은 경제를 잘 몰라도 들어봤을법한 경제학자들과 일반적인 상식으로 봤을 때도 처음 들어 볼 법한 8명의 경제학자들을 8장에 걸쳐서 소개하고 있다.. 소개하는 관점은 신자유주의가 인용하고 있는 경제학자들의 태도가 옳은 것인지.. 또한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는 무엇인지를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주류 경제학자들이 항상 얘기하는 애덤 스미스가 어떻게 오해를 받고 있는지도 설명해 주고 있고.. 마르크스가 자본가를 비판한 것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면도 있었다는 것들이다.. 경제학을 깊이 읽을 수 없는 일반적인 사람들을 위해서 오해를 받고 있는 경제학자들은 오해를 풀어 주고 잘 모른 경제학자들의 관점을 설명해 주고 있다..
난 칼 폴라니가 좋다..
8명의 경제학자들에 대해 읽으면서 당연히 생각해 왔던 경제와 사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내가 가장 마음에 든 사람은 칼 폴라니(Karl Polanyi, 1986~1964, 터키)이다.. 칼 폴라티를 다룬 장의 부제가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이다.. 이 말이 듣고 싶었다.. 흔히 '노동시장'이라는 말을 아무런 비판도 없이 쓴다.. 언어는 사회를 지배하는 담론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 담론은 결국은 구성원들의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을 해 보면 우리는 모두 부지불식간에 우리 자신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 개인의 상품화는 결국은 모든 개인의 가치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로 바꾸어서 내보여야 하고 그런 것들을 '스펙'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상품설명서처럼 나를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나'는 사실상 현재의 사회에서 쓸모없는 것들로 폄하되고 있다.. 이 책에서 써 있듯이.. 우리의 부모님은 우리를 팔기 위해서 낳은 것이 아니다..
쉽게 읽을 수 있으니 좋다..
이 책은 '김종배의 사사톡(사사로운 토크)'이라는 지금은 없어진 팟캐스트에서 방송한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저자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고'등학교에서 얻은 약간의 기초 지식이 있고 잘 해야 '맨큐의 경제학' 정도를 공부했을 사람들'을 위해서 썼다고 한다.. 나는 '맨큐의 경제학'은 이름만 들어 봤지 어떻게 생긴 책인지도 잘 모르지만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상 '맨큐의 경제학'을 몰라도 읽을 수 있으니 책을 집어들 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화를 훔쳐보는 것처럼 친근하게 읽을 수 있고.. 공저자인 김종배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의 상태로 자신의 상태를 설정하고 자세히 물어보기 때문에 (중간중간 잡담도 많이 들어간다.. 이것도 괜찮다.. 어차피 우리도 대화할 때 그러니까..) 더더욱 편하다..
이 책을 읽는다고 나의 경제생활이 좋아질 리는 만무하다..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유식한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대화라도 할라 치면 알량한 지식으로 엄청나게 까일 것도 틀림없다.. 우리는 그저 삶에 찌든 일반 서민들일 뿐이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의 사회가 많이 답답하지만 도대체 그 답답함의 원인이 뭔지 잘 모르겠는 사람들은 사회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를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