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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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요나스 요나손의 여전한 블랙코미디..
전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기 시작하면서 신작이 나와 있는 것을 알고 바로 책을 주문했다.. 전작이 꽤 읽을만했기 때문에 다음 작품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전작보다 짜임새는 더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온통 우연에 의해 스토리가 진행이 된다든지 어처구니없이 세계를 누비는 천재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뜬금없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전작의 노인보다는 훨씬 개연성이 있는(그래봐야 여전히 엉망진창이긴 마찬가지이지만..) 놈베코라는 남아공 출신의 여자가 훨씬 매력적으로 보인다..
 
남아공의 빈민가 여성.. 스웨덴을 구하다..
놈베코는 남아공의 흑인소녀이다.. 게다가 공동변소의 오물수거인이다.. 물론 수십년전 얘기이므로.. 당시에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흑인은 인간취급을 받지 못했던 때의 이야기이다.. 가장 밑바닥의 밑바닥 삶을 사는 이 여자아이는 책읽기를 무엇보다 좋아하고.. 모든 것을 독학으로 깨우치고 결국 핵폭탄을 만드는 걸 돕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니 전작에서도 노인도 핵폭탄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었는데 이 여자도 마찬가지이다.. 작가가 핵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아마도 가장 극단적인 위험이라는 면에서 핵을 주요 소재로 쓰는 것 같기는 하다.. 우여곡절 끝에 스웨덴으로 흘러 들어간 이 여자아이는 친구들의 농간으로 핵폭탄을 하나 짊어지고 가게 되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게 된다..
 
스웨덴의 무존재 남성.. 남아공 여성에게 사랑을 느끼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홀예르2.. 스웨덴의 남자아이지만..아버지의 이상한 집착으로 형동생이 구별되지 않는 홀예르1과 쌍동이로 태어나 이름도 같은 이름을 갖게 되고.. 하지만 모든 존재는 멍청한 공화주의자인 홀예르1이 갖게 되고 홀예르2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다가 스웨덴으로 흘러 들어온 놈베코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 후 함께 살게 되고.. 핵폭탄을 없앨 방법을 함께 연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핵폭탄은 수십년을 공식적으로는 비핵국가인 스웨덴에 숨겨져 있게 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과 함께..
 
여전한 교차 편집..
처음에는 놈베코의 이야기와 홀예르들의 아버지 일들부터 홀예르들의 이야기로 스토리가 교차편집되어 있다.. 전작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편집되었다고 하면.. 이 작품에서는 동시대의 다른 장소가 교차편집이 된다.. 결국 두 사람이 만날 것임을 눈치챈 독자로서는 빨리 두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열심히 읽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하지만 상관이 있을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교차 편집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든지 '댄 브라운'이 속도감을 주거나 미스터리를 좀더 정교하게 하기 위해 많이 쓰는 수법으로 특이한 건 아니다.. 특히 영화같은 느낌을 많이 주기 때문에 전작처럼 영화화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면.. 애초에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책을 썼을 수도..
 
좀더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워낙 전작을 바로 직전에 읽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느낌이 아무래도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더 재미있어 졌고.. 좀 더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전작을 읽느라 이미 요나스 요나손의 스타일에 익숙해 졌기 때문에 처음 전작을 읽을 때 느꼈던 어리둥절함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훨씬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작을 재밌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도 분명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강력 추천..
마찬가지로 전작이 재미없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도 재미없을 것이다..
아직 전작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원한다면 강력 추천한다.. 하지만 뭔가 깊이 있는 읽기를 원하는 사람은 썩 만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
 
두가지 좀 마음에 안 드는 것..
번역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할 때 '~란다.'라든지 '~했단다.'라는 표현이 너무 많이 나오는데 좀 거슬린다.. 현재 거의 쓰지 않는 표현이라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한글 제목도 잘못 정한 것 같다.. 전작의 영어 제목은 'The 100-year-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를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잘 지은 것 같은데 이 책의 영어 제목은 'The Girl Who Saved the King Of Sweden'으로.. '스웨덴 국왕을 구한 소녀'인데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라고 지어 버렸다.. 제목은 상황에 맞게 변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제목이 저리 되니 '이 여자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까막눈인데 셈은 기가 막히게 잘 해서 그 능력으로 뭔가 활약을 하나 보다'는 오해를 하고 책을 읽게 된다.. 도대체 원문의 어떤 단어를 '까막눈이'라고 번역한 건지도 궁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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