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는 건 왠지 익숙한 것 같긴 하지만 잘 곱씹어 보면 그저 대충 알고 지내는 것인 것 같다.. 국내 역사도 그렇고.. 외국 역사도 그렇고.. 특히 유럽 역사는 로마 이후로는 거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중에 특히 십자군이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서 듣고 단편적으로 알고 지내기는 했다.. 그리고 왠지 멋진.. 특히 교회에 다니던 나에게는 성지를 지키기 위해 원정을 떠난 멋진 기사들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만화책 등에 나온 십자군의 이미지는 너무나 멋졌기 때문에 항상 십자군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십자군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 역사에 대해서 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십자군에 대한 얘기는 너무나 복잡하고.. 하여간.. 뭔가 하나를 알려고 하면 많이 공부해야 한다.. 십자군 때문에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박재동)와 평론가(진중권)가 추천을 하고 있었고.. 고맙게도 만화책이다.. 크게 정신집중하여 읽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그것도 참 다행이다.. 근데 사고 보니.. 6권까지다.. 속았다.. ㅡ.ㅡ;; 1권 사고나니 안 살 수도 없고.. 아직 3권까지만 나와 있고.. 4~6권은 출간 예정..
십자군이라고 하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특히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뭔가 모를 동경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왠지 모를 낭만적인 느낌의 전쟁.. 십자가를 아로새긴 새하얀 전투복에 교황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이슬람의 지배하에 들어간 예루살렘을 구하는 기독교의 전사들.. 대충 이런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1권 처음부터 그런 편견을 여지없이 깨주고 만다.. 그 시작부터가 은자 피에르라는 사람의 '베드로신의 계시'를 이루기 위해서였으며 애시당초 예루살렘에 대한 성지로서의 존경보다는 경제적인 탈출구로 원정을 시작했고.. 게다가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여러가지 뻘짓거리만 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십자군에 대한 동경은 산산이 부쉬지고.. 십자군 이야기는 결국 흔히 볼 수 있는 권력층의 알력과 지배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전쟁으로 수준이 뚝 떨어지게 된다.. 일단 이것을 안 것만 가지고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이것이 첫번째 좋은 점이다..
두번째로는 읽기 쉽다.. 만화니까.. 그다지 어렵지 않게 3권까지 쭈욱 읽어 나갈 수 있으니 그것도 좋다.. 특히 왠지 정말 어려울 것 같고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중세유럽의 세계를 이해하기 편하게 설명해 준다..
세번째로는 당시 유럽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이슬람과 이스라엘의 역사까지 훑어 주기 때문에 1,000여년 전의 유럽 근방의 역사에 대한 대략적인 지식을 얻는데 아주 유용하다..
만화책으로 지식을 얻는다는게 익숙한 사람은 그다지 거부감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없잖아 있다..
저자인 김태권씨는 왠지 모르게 만화로 만든 이 책에 조금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유머가 뭐.. 그렇게 대단한 재미가 있지 않다.. 약간 명랑만화식의 이미지를 주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소만 나올 뿐이지.. 기발하다던지 정말 재밌다고 생각할 만한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만화의 태생적 한계인지는 몰라도.. 내용이 도대체 어디까지가 역사적 내용이고 어디부터가 개그인지 알 수가 없어서 정확하게 역사적 사실을 알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십자군에 대해 더 관심이 생겨서 언젠가는 그 부분 책을 읽어 보긴 하겠지만.. 이 상태로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성격은 어렵지 않다.. 십자군에 대해 쉽게 대략적인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아주 그럴듯한 대답이 줄 수 있다.. 그리고 이슬람을 포함한 그 주변 역사도 다뤄 주기 때문에 중세 유럽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정통적 역사를 공부하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재미삼아 입문 삼아 읽고 나서 좀더 깊이 읽으면 될 것 같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강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