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은 혼자 핏대를 올리고 있었다.
"유원지 때문에 가장 피 보는 건 우리야. 정기적으로 청소 나가야지, 야밤까지 시끄럽지. 재작년부터는 글라이딩 하는 애들까지 몰려들어서 겨울에도 조용한 날이 없다니까." - P154

나는 허둥거렸다. 가슴 밑바닥에서 낯선 충동이 일고 있었다. 숲의 그늘을 벗어나 댐 비탈로 나가고 싶은 충동. 금빛으로 익어가는 옥수수들처럼, 막 타오르기 시작한 태양 아래 서고 싶은 충동. - P157

사람들 역시 꼼짝하지 않았다. 백일몽에 빠진 듯한 시선들이 제각기 다른 곳을 더듬고 있었다. 무엇을 더듬는지 궁금했다. 저들도 나와 같은 걸 느꼈는지 궁금했다. 그랬다면 그 통증에 대한 진단을 내릴 수 있으리라.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 혹은 기억이 가져다준 ‘쓸쓸함‘ 이라고. - P159

‘인격적 대우‘의 보편적 의미가 상대를 존중하는 행동방식이라면, 정신병원적 의미는 물리적 수단을 쓰지 않고 환자를 통제하는 방식을 의미했다. - P166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승민은 많은 걸 할 줄 아는 놈이었다. 춤을 출 줄 알고, 노래를 부를 줄 알고, 근사한 목소리를 낼 줄 알았다.
자신이 가진 걸 온전히 누릴 줄 알았다. 무엇보다 놈에게서 터져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에 압도당한 기분이었다. - P174

한이는 백합방으로 갔다. 보호사가 꽂은 주사에 정신을 잃고 이동침대에 실려 갔다. 이는 병원의 문제 해결방식이었다. 당사자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식.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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