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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속살 1 - 경제학 편 ㅣ 경제의 속살 1
이완배 지음 / 민중의소리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이기적이며 똑똑하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의 아버지라고들 한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따로 구분되지 않았을 때,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다른 학문과 따로 구분되지 않았을 때, 《국부론》을 써서 자본주의와 자유무역의 이론을 정립했다. 그리고 이기적인 시장참여자들이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적정선에서 시장가격이 형성된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의 시장개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고전주의 경제학의 탄생이다.
케인즈는 생각이 달랐다. 20세기 초,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경제공황의 덫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장에만 맡겨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돈을 쓸 사람이 없으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다. 정부는 아무 필요없는 뻘짓을 해서라도 돈이 돌게 해야 시장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즈학파의 이름은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케인즈학파의 이론이라고 해서 영원히 경제학의 왕좌를 차지할 수 없었다. 20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세계경제는 이제 국가간의 무한경쟁에 내몰리게 되고, 예전에는 경제학의 문제였던 경쟁체제가 인간의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모든 경제주체가 극단적인 경쟁에 내몰리고 효율성이 최고의 덕목이 되는 시대가 찾아왔다. 도덕, 윤리, 인간성을 모두 파괴하는 경제학, 지금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시대다.

이완배 1971~ .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졸업. 동아일보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기자로 일하다 네이버 금융서비스 팀장을 거쳐 2014년부터 민중의소리 경제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팟캐스트를 통해 이름을 알게 된 이완배 기자
'이완배 기자의 경제 속살 ~♪' 인기 팟캐스트인 '김용민 브리핑'에서 인터넷 신문인 '민중의 소리' 경제부 이완배가 기자가 등장하기 전에 나오는 시그널 음악이다. 동아일보 출신인 이완배 기자가 '친구의 강압적인 권유'에 의해서 민중의소리 기자가 된 것은 이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요새 너무 정치이슈에 몰입하는 것 같아서 해당 팟캐스트를 전부 듣지는 않고 있지만 이완배 기자의 경제해설만큼은 꼬박꼬박 챙겨 듣고 있다.
사실 경제부 기자(든 다른 기자든)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완배 기자의 설명, 그의 논조, 관점은 경제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몇 안되는 기자 중에 한 명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휴가를 내고 책을 쓴다고 하니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그가 쓴 책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읽는 것은 당연지사.

아담 스미스 Adam Smith 1723~1790. 경제학의 아버지. 자본주의와 자유무역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행동경제학, 게임이론, 그리고 인간을 위한 경제학
경제학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 보자. 고전경제학과 케인즈학파, 신자유주의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경제학은 두가지 대전제가 있다.
1.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경제적인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2.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현재 여건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행동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고전주의나 신자유주의는 이런 전제하에 경제학을 설명하고 이론의 틀을 잡아나간다. 하나의 이론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틀의 대전제를 깨는 것이다. 이완배 기자는 신자유주의를 깨는 도구로 행동경제학과 인간을 위한 경제학을 활용한다.
행동경제학은 행동심리학에서 파생되어 경제학에 편입되었다.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 때,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기존의 생각과는 달리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이 때로는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엉뚱한 이유로 선택을 한다고 주장한다. 최초로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은 노벨상을 받을 때도 심리학자였다. 이완배 기자는 그동안 수많은 실험과 연구결과를 실증된 행동경제학의 실험들을 토대로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3부인 '여러 경제학 이론들'에서는 인간이 단순히 이기적인 이유로 자신의 이익이 최대한 보장되는 경제활동을 한다고 전제했을 때, 이해하기 힘든 경제현상들을 제시하면서 인간은 예상보다 이타적인 존재이며 그 이타성을 근거로 차가운 경제학이 아닌 따뜻한 경제학이 성립할 수 있다고 역설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신자유주의로 황폐해지는 경제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틀어서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위한 경제학을 꽃피우고 싶어하는 한 경제기자의 작은 몸짓이 드러난 책이다.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 1934~ . 이스라엘의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 행동경제학으로 200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쉬운말로 쓴 날카로운 사회비판
이 책의 탁월한 점은 경제학의 이론을 이론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사회현상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원래 매일 방송했던 팟캐스트의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기도 하고 저자가 기자이기 때문에 경제학을 단순한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과 밀접하게 접목시켜 놓았다. 재벌의 행태, 정치가의 잘못된 선택을 꼬집으며 그들의 행동이 경제학적으로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을 읽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투명하게 사실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더불어 경제학 기자가 쓴 경제학 책이라고 하기엔 정말 쉬운 구어체로 씌여 있어서 읽기 편하다. 굉장히 어려운 이론들을 마치 중고생에게 설명하듯이 풀어서 설명하기 때문에 읽는데 어려움이 없어서 성인뿐만 아니라 중고생들도 아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또 책의 중간중간 이완배 기자의 짤막한 논평(인듯한 욕)을 읽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에 하나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 중에서 가장 유명한 예시 중에 하나이다. 게임 참가자가 최선의 선택을 했을 때, 전체적으로는 최선의 결과를 내지 못한다. 로버트 액설로드는 연속적인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이용하여 협력이 창발하는 원리를 설명했다.
★★★★☆
자세히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2부 게임이론도 죄수의 딜레마나 팃포탯을 중심으로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았으니 게임이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평소 관심이 있던 문제들에 대해 잘 정리된 작은 사전을 보는 기분이 드는 좋은 책이다. 특히 책을 읽는 동안 사회를 바라보는 이완배 기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다.
사회와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