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수수께끼 - 개정판 마빈 해리스 문화인류학 3부작 1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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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45년 전의 관점에서 쓴 책이다.


인도는 왜 굶주리면서도 소를 안 먹는 거야?
인도는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현재 약 13억 명의 인구 중에서 다수가 빈민이며 굶주리고 있다. 그냥 가난하기만 하다면 세상 모든 나라가 잘사는 것은 아니니까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인도를 여행한 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다. 사람의 수보다 더 많아 보이는 암소들이 도로를 차지하고 차량의 흐름을 방해한다. 여기저기 배설을 해서 환경을 더럽히기도 한다(고 한다. 난 인도에 가본 적이 없다). 언뜻 생각하면 저 소들을 잡아서 굶주리는 사람들의 배를 채우면 일석이조의 해결책이 될 것 같은데 인도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 같은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다른 문화를 보면 두 가지의 해결책을 찾는다. 하나는 미개함으로 설명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로서 설명하는 방법이다. '인도사람들의 종교인 힌두교는 암소를 숭배하는 미개한 종교라서 굶어죽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도 식량이 될 수 있는 암소를 그대로 놔둔다.' 합리적인 (척 하는) 사람에게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대답이다. 원인 진단이 이렇다면 해결책도 뻔하다. 힌두교의 미개함을 깨뜨리고 암소를 잡아먹어 굶주림을 해결하면 된다. 정말 그럴까?


《문화의 수수께끼》는 한 문화가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를 사회, 경제적으로 설명하여 곁에서 흘낏 살펴 본 외부인의 시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책이다.

 

암소 여신 카마네두 조각. 인도 농부들은 암소를 한 가족처럼 생각해 목에 화환을 걸어주고 몸을 치장해준다.

 


다양한 문화의 양태를 설명하려는 노력
《문화의 수수께끼》는 모두 열한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은 다른 장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현대(정확히는 1975년) 인류학자들이 자세히 살펴 본 동시대를 살아가는 원시부족의 생활 양태를 소개한다. 문명의 혜택을 받아 살고 있다는 학자나 이 책의 독자들이 보기엔 소개된 부족의 생활양식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아 보인다. 위에서 설명한 인도의 사례 뿐만 아니라 인류학, 경제학에서 유명한 포틀래치 풍습, 읽다보면 기괴하면서 헛웃음까지 짓게 하는 유령화물처럼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경험하기도 힘든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런 사례들을 처음 관찰했던 학자들은 처음엔 원시종족에서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해서 교정되지 않은 미개한 풍습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마빈 해리스는 첫 관찰 후 다른 학자들과는 달리 스스로의 연구와 상상력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종족들의 생활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마빈 해리스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그럴싸해 보여서 설득이 된다. 그들이 발달된 과학문명의 혜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생활양식에는 그들 내부의 합리적인 원인이 있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과 우리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지 우리가 더 발달해서가 아니다.

 

마빈 해리스 Marvin Harris 1927~2001.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인류학자로 문화유물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자만을 버리고 문화상대주의로..

내가 어렸을 때는 미국이 최고였고 유렵을 동경하는 마음이 강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조금은 그 찌꺼기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자기스스로를 주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타자화하여 서구인의 눈으로 보는 것이 한때 큰 문제로 인식되었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눈으로 우리를 보고 서구를 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높아진 자긍심으로 이제 우리보다 발달하지 못한, 아니 오로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상위권의 경제수준으로 발전한 우리나라에 비해 못하는 나라에 대해 문화적으로 무시하는 태도까지 배워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개를 식용으로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니 상관하지 말라고 역설하면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미개하다고 폄하하는 관용적이조 못한 자세를 분명히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포틀래치 potlatch는 부족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사람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열고 선물을 나눠 주는 북서부 인디언들의 관습이다.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포트래치의 예를 들어 현대사회의 과시적 소비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45년이 지났다. 지금은?
이 책은 1975년에 처음 출판된 책이다. 정말 오래된 책이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은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이책은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라고 해서 미개하다고 치부하지 마라. 모든 문화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강변한다. 문화상대주의가 이 책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그렇다면 45년이 지난 지금은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을까?


그때보다는 나아졌을지 몰라도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결국 상대주의는 모든 인종, 문화, 성별 등에 의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고 서로 평등한 관계를 맺어야 할텐데, 현재 세계가 그런 불평등과 왜곡된 시각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종교, 정치적 필요에 따라 더욱 강력한 편견의 굴레를 적대세력에 씌우는 것이 더 보편화되지 않았나 싶다.

 

유령화물을 기다리는 남태평양의 원주민들. 화물 숭배 cargo cult는 죽은 조상이 카누에 선물을 싣고 돌아올 것을 믿는 풍습이다. 기다리던 카누는 시간이 흐르면서 범선으로, 증기선으로 2차대전 후에는 항공모함으로 바뀌었다.

 


★★★★☆

7장 ~ 10장에 걸쳐 굉장히 길게 써놓은 예수, 기독교, 마녀사냥에 관한 내용은 전체 맥락과 어떤 연결점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구세주에 대한 열망이 유령화물과 비슷한 의식구조속에서 생긴 것은 대충 알겠는데, 이후의 내용은 '문화의 수수께끼'와 큰 상관이 없어 보인다. 내용은 현상만을 서술했을 뿐, 현상을, 그 광기를 합리적으로 설명한 것 같지는 않다. 그냥 기독교를 까기 위해서 쓴 걸까?


이해할 수 없는 문화양태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저자의 시도가 굉장히 흥미롭고 문화인류학의 고전이라는 점에서 처음 문화인류학을 접하는 나같은 독자가 읽기에 좋아보인다. 내용도 어렵지 않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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