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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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모기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물은 무엇일까? 소제목을 보면 금세 알 수 있지만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 동물은 모기이다. 전쟁이나 살인으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는 숫자가 더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다른 인간에 의해 죽은 인간은 1년에 약 475,000명인데 반해 모기에 의해 죽는 인간은 약 725,000명이다. 뱀은 약 50,000명, 개가 약 25,000명이니 다른 살인동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인간을 제외하면 다른 모든 동물이 죽이는 인간보다 모기가 죽이는 인간의 수가 더 크다. 별다른 천적이 없어 보이는 인간에게 모기는 거의 유일한 천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기가 사람을 잡아먹거나 상처를 입혀서 죽이는 것은 아니다. 모기는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와중에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인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병, 일본뇌염 등 수십가지 질병을 옮긴다. 게다가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한 다른 동물들에 비해 모기는 완전히 차단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현대에는 많은 질병에 대한 치료약이나 예방약이 개발되어 있어서 그나마 걱정이 덜하지만, 모기가 원인이라는 것도 모르고 약도 없었던 시대에 인간은 아무 것도 모르고 호되게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은 모기에 의한 질병뿐만 아니라 인간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열 가지 약에 대해 안내한다.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물은 모기. 모기가 옮길 수 있는 치명적인 전염병은 22종류라고 한다.

 


인류를 구한 약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은 만약에 이 약이 없었다면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의문으로부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비타민 C. 비타민의 존재를 몰랐던 때, 사람들은 장기간에 걸친 항해에서 괴혈병에 시달렸다. 항해사고나 정박지에서 원주민과 충돌해서 사망하는 선원들보다 괴혈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았다.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든 병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고, 괴혈병은 대항해 시대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결국 라임같은 비타민 C가 풍부한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통해 문제는 해결되었다. 간단한 약(정확히 약은 아니지만)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살리고 문병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말라리아도 마찬가지이다. 2차대전 중에 극성을 부렸던 말라리아는 일부 전장에서는 전투에 의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냈다고 한다. 각 군의 지휘관은 전투에 승리하는 것만큼이나 말라리아에 의해 죽는 병사가 없도록 관리를 잘해야 했다. 심지어 교황이 선종했을 때 다음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서도 말라리아는 큰 문제가 되었는데, 모든 추기경이 한 곳에 갇혀서 다음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성베드로 성당에서 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교황으로 선출된지 8일만에 말라리아로 사망한 교황도 있었다고 한다. 청의 강희제도 치료제인 퀴닌을 섭취하지 못했으면 말라리아에 걸려서 죽을 뻔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정말 약이 세계사를 바꾸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10가지 약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개발된 이후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중요한 약들이다. 역사상 많은 인물들이 약이 없는 질병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고, 어떤 인물들은 개발된지 얼마되지 않은 약을 복용하여 살 수 있었다. 외과적인 치료에 없어서는 안되는 마취약이나 상처에 감염된 세균에 의한 합병증을 크게 줄여주는 소독약은 외상환자의 치료에 큰 기여를 했다. 책에서 언급된 모든 약이 중요해 보이지만 내 생각에 다른 어떤 약보다도 중요한 약은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 탄생해서 인류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한 항생제인 페니실린이다.

 


대항해시대에 모험가들이 가장 무서워 했던 것은 해적이나 풍랑이 아닌 괴혈병이었다. 괴혈병은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어 비타민 C를 섭취하면 예방할 수 있다.


약의 역사도 이렇게 흥미진진하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에서 다루고 있는 약은 지금와서 보면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익숙하다. 하지만 그 약들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질병에 대해서 인간들이 너무나도 무력했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의사, 화학자들이 고군분투를 한 끝에 지금은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병도 있고, 아직 정복되지 않은 병도 있다. 마치 인류라는 영토를 침범하려는 병의 침략에 대항해 싸우는 의사라는 장수와 그 밑에서 함께 저항하는 이름없는 병사들의 끝없는 전쟁같다. 처음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잘못된 대응으로 이유도 모르면서 끝없이 죽어나가고 겨우겨우 실마리를 찾아 물리치는 과정을 마치 전쟁사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했는데 약의 역사 역시 다를 것이 없다.


그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었던 세균 및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한 연구가 가장 극적이다. 세균도 그렇지만 바이러스는 더더구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현미경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원인을 특정할 수 없어서 정확한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어찌어찌 과학이 발전하면서 소독약, 살바르산, 설파제, 페니실린으로 이어지는 약에 의해서 한 순간 정복이 되는 것 같았지만 약에 대해서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나면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또다른 항생제를 개발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쫒고 쫒기는 이 전쟁은 아마도 인류가 사라질 때까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인류보다 생명력이 훨씬 강한 바이러스가 결국에는 최후의 승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바이러스는 우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끈질긴 녀석들..)


아직도 정복되지 않은 수많은 질병이 있다. 오히려 정복된(것처럼 보이는) 질병이 몇 가지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개발이 되었으면 하는 질병은 치매 치료제이다. 몸은 정상인 상태이면서 정신만을 갉아 먹는 치매는 걸리는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너무나도 큰 고통을 안겨주는 것 같다. 게다가 고령사회로 접어 들고 이제는 초고령 사회로 달려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치매에 대한 치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굉장히 큰 사회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가끔씩 치매 정복의 실마리가 발견되었다고 뉴스에 뜨는 것 같은데 어서 빨리 해결되어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이 고통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알렉산더 플레밍 경 Sir Alexander Fleming (1881 ~ 1955) 스코틀랜드의 세균학자. 세계 최초로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추출하여 항생제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


약의 개발사를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 중간중간에 들어가 있는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역사나 약에 대해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어렵지 않게 쓴 책이다. 분량도 많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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