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교황 성하께서 돌아가셨다
급작스러운 일이다. 어제 저녁만 해도 문제없이 미사를 집전하셨던 교황 성하께서 돌아가셨다. 추기경단의 단장인 야코포 로멜리 추기경의 마음은 바빠졌다. 교황의 선종을 둘러썬 쓸데없는 추문을 차단하면서 슬픈 소식을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전세계의 추기경들을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으로 불러 모아 추기경 중에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열고 주관해야 한다.

 

*콘클라베 Conclave : 라틴어. '열쇠로 잠근 방'이라는 뜻으로 로마 카톨릭 교회의 교황 선출 의식을 말한다. 1268년 클레멘스 교황이 선종한 후 추기경들이 3년 동안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지 못하자 로마 시민들이 추기경들을 가두고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나오지 못하도록 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콘클라베의 절차는 교회법에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수석 추기경이 이 규정에 따라 진행한다. 교황의 후보는 따로 없이 모든 추기경들이 후보가 되고 한 표를 행사한다. 참석 추기경의 2/3 이상을 득표하면 교황에 선출된다. 원래의 뜻과는 달리 추기경들은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갇혀 지내지 않는다. 추기경들은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성 마르타의 집'이라는 숙소에 기거하고 투표할 때만 시스티나 성당으로 장소를 옮긴다.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되며, 투표용지는 확인 후 소각한다. 이 때 연기가 검은 색이면 교황이 선출되지 않은 것이고, 교황이 선출되면 흰 색 연기로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 알린다.

 

콘클라베는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로마 카톨릭의 가장 중요한 회의이며, 시스티나 성당에서 진행된다.


교회의 절대권력은 누구에게?
교황의 선종으로 전세계의 잠정적인 교황 후부돌인 추기경들이 바티칸에 모여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려낸 소설이며, 콘클라베를 주관하는 추기경단의 단장인 로멜리의 시선을 따라 전개된다. 교회내에서 절대권력을 갖는 유력한 교황 후보는 네 명, 네 명의 추기경들은 때로는 은근히, 때로는 노골적으로 교황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정치력을 행사한다. 거룩한 의지에 의해 선출될 것 같은 교황의 자리는 지역, 성향 등에 따라 이합집산이 거듭되는 추기경들에 의해 쉽사리 결정이 나지 않는다.


무난하게 진행될 것 같던 콘클라베는 회를 거듭할수록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로멜리 추기경이 내심 밀고 있던 벨리니 추기경은 예상외로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교황의 자리에서 멀어진다. 최초의 흑인 교황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며, 두 차례의 투표에서 선두를 달리던 아데예미 추기경은 초보 신부시절 관계를 맺어 아이까지 낳은 수녀가 교황청에 나타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벨리니 추기경이 추천하고 나선 트랑블레 추기경은 전임 교황이 선종 직전에 모든 자격을 박탈한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어 선뜻 밀기가 힘들다. 전통주의자이면서 과격하기까지 한 테데스코 추기경도 강력한 후보이지만 어떻게든 막고 싶다.


심지어 교황의 자리에 뜻이 없는 로멜리 추기경 자신에게도 표가 모이고, 교황이 선종 직전에 아무도 모르게 추기경으로 임명한 필리핀 마닐라의 대주교였던 베니테스 추기경이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서 몇 표 되지는 않지만 득표를 하면서 신임 교황의 자리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미궁 속으로 빠진다. 교회 밖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교황의 선출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주님의 뜻은 누구에게 있을까? 콘클라베는 주님의 뜻을 올바르게 드러낼 수 있을까?

 

로버트 해리스 Robert Harris (1957 ~ ), 영국의 소설가. 대표작으로 로마사 3부작인 <임페리움>, <루스트룸>, <딕타로트>가 있다.


거룩한 의식, 비루한 인간
콘클라베 중에 여러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을 때 볼 수 있는 심각한 음모에 의한 극적인 반전이 발생하는 사건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같은 콘클라베를 소재로 삼은 소설인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는 교황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한 인물의 음모가 소설 내내 흐르고 있는 반면에 <콘클라베>는 그렇지 않다. 종교공동체에서 있을 수 있는 세속적인 사건들이 이어진다. 추기경들은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방식이 아닌 각기 파벌의 손익을 생각하여 표를 계산하고 계속되는 투표 사이마다 유불리를 따져 나간다.


가장 거룩할 것 같은 카톨릭 교회 최고의 지도자들이 교회의 수장을 선출하면서 가장 세속적인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이 소설의 포인트. 이 과정에서 교회의 가장 은밀한 의식인 콘클라베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가장 중요한 교회의식을 치르면서 가장 거룩한 교회의 지도자들의 감추어진 인간적인 욕망이 드러나면서 도대체 하느님의 뜻이라는게 있긴 한 건지 의심이 든다. 그 와중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로멜리 추기경의 노력도 눈물겹다.

 

현재 카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 프란치스코. 266대 교황이다. 다섯 차례의 투표 후에 교황으로 선출되었으며, 소탈한 품성과 소외되고 상처입은 사람들을 포용하면서 세계적인 존경을 받고 있다.


결국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
인간의 욕망만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은 콘클라베, 소설의 9/10은 마치 교회를 비아냥거리는 것같이 진행된다. 정치적인 추기경단에서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쫓는 자는 몇 명 되지 않는 것 같고, 콘클라베 도중에 생기는 여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가운데 로멜리 추기경은 뜻하지 않게 가장 유력한 교황 후보로 발돋움한다. 책을 읽으면서 로멜리 추기경의 사심없는 신실한 마음을 훔쳐본 나로서는 로멜리 추기경을 응원하게 되고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단 한 사람 눈에 띄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 사람이 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인간의 생각은 하느님이 준비해 놓은 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말이다. 인간은 자신의 지혜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보려 하지만 하느님은 인간이 상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가장 적당한 길을 예비해 놓는다. 이 책의 결말 역시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끝을 맺는다.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시스티나 성당의 외관


★★★★
내용도 어렵지는 않고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는 반면 자극적인 사건이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뭔가 사건이 일어나는 건 책의 반 이상을 읽은 후다. 좀 심심한 느낌이 있지만 하느님의 뜻을 찾아나가려고 노력하는 로멜리의 모습에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교황이 되는 사람은 수긍할 만하고 그래야 할 것만 같다. 사실 소설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교황이 되는 사람을 부각시키는데 애써 외면하기도 했던 것 같다. 전임 교황의 선종부터 콘클라베를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지는 1/3까지는 콘 좀 심심하다. 본격적으로 투표가 시작되면서 재미있어진다. 재미를 느끼려면 좀 참고 읽어야 할 것 같다. 처음에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았지만 읽을수록 별점의 갯수가 늘어났다.


책을 읽으면서 콘클라베 의식과 카톨릭 사제들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 재미있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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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이 악마야! 여기가 끝이 아니다. 마지막에 경악할 만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정말 그렇게 결말이 나도 괜찮은 거냐!!

 

콘클라베,로버트해리스,알에이치코리아,조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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