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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68
박선희 지음 / 사계절 / 2011년 4월
평점 :
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려보면 아파트보다는 주택의 풍경이 무척이나 익숙했다. 30년된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을 떠올리며 나의 유년시절 내가 살던 집, 내가 살던 동네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요즘처럼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고, 욕실이 집 안에 2군데나 있는 편리함 따위는 모른체 살아가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을 읽으면서 과연 '구라파식 이층집'에 대한 몽주네 가족의 입장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이태리식', '불란서식'처럼 유럽식을 한자어로 표현한 말이 '구라파식'이라고 한다. [도미노 구라피식 이층집]에서 만나는 '구라파식 이층집'은 주인공 몽주네가 삼대에 걸쳐 30년이라는 세월을 동고동락해 온 장소이기에 '구라파식 이층집'의 의미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존재감이 큼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 작품을 읽으면서 박선희 작가는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을 통해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자 하는지 작품의도도 눈여겨 보게 된다.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에는 삼대가 모여 살고 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유럽식 이층집은 이제 낡디 낡아서 여기저기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구라파식 이층집이 무너내리듯 몽주네 가족 역시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몽주가 언니의 일기장을 훔쳐보기 시작하면서 가족에게서의 문제점도 서서히 밝혀지는 스토리가 참 재미나다. 회사 퇴직 후 피시방을 운영하는 아빠는 야동중독자처럼 느껴지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인생에 의미가 희석되어가는 엄마는 어느날부터인가 바리스타에 도전하며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낭만을 믹스커피가 아닌 갓 내린 에스프레소에 의미를 담는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똑 부러지는 성격의 언니는 이슬람교인 흑인목수와 사랑에 빠져 인종문제와 종교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그런가하면 오빠네는 출산이 아닌 입양이라는 문제를 제시한다.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몽주 첫사랑 역시 게이임을 알게 되면서 충격에 휩싸이는 등 몽주를 주변으로 하여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이어진다.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은 우리의 가정의 모습을 확인하게 하는 작품이다. 서로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자세히 들여다본 가족 구성원들 모두에게는 크고 작은 아픔과 고민들이 함께한다. 우리는 가족의 일들을 당연시하며 넘기지만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아빠, 엄마, 오빠, 언니, 몽주 누구 하나 제외할 것 없이 모두에겐 관심도 애정도 부족한 우리 가족의 현실의 모습을 대신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된다. '구라파식 이층집' 역시 그냥 낡았다기 보다는 그동안 집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서서히 사라져갔기 때문일지도 모를일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렇게 몽주는 자신의 통장의 전 재산을 '구라파식 이층집'의 보수 비용으로 투자하면서 예전의 고풍스러웠던 '구라파식 이층집'을 그리고, 다시금 사랑이 피어나는 가족의 모습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요금이 시간당 700원으로 오르면 세종대왕으로 줘. 그리고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올 테니까 사우나 가라, 아빠. 되게 피곤해 보여. 모니터 너무 들여다보지 말고 차라리 눈을 붙이고 있는 게 어때? 그러다 중독되겠어."
아빠는 독감 환자처럼 얼굴이 벌게졌다. 그러다 야동 페인이 되겠다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았다...(200페이지 중에서)
할머니는 얕은 한숨을 쉬었다. 마술 공연이 시작되기 전 걸려 온 전화에 기운이 빠져 있던 할머니였다. 파주의 땅을 사겠다는 사람에게 할머니는 아들과 의논해 연락을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미 팔기로 해 놓고도 할머니는 하루라도 날짜를 늦추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할머니도 마술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뿔뿔이 흩어진 마음들이 30년 된 구라파식 이층집으로 모여드는 마술이 일어나기를. 160만 원 짜리 마술에 할머니가 잔소리 한마디 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바람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할머니는 돈이 어디서 났는지, 왜 어른들과 의논을 하지 않았는지, 당연히 나왔어야 할 질문은 하지 않았다.(260페이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