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는 '유전자의 세기'라 부를 만했다. 생명 비밀의 배후에 유전자가 자리잡고 있다는 인식이 급속히 퍼졌고, 유전자 서열만 해독해내면 생명 자체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거라는 낙관론이 번졌다.

<생명의 느낌>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과학사학자 이블린 폭스 켈러는 그 낙관론에 급브레이크를 건다. 책 제목 그대로, <유전자의 세기는 끝났다>고 주장한다. '유전자'란 사실 실체가 모호한 용어에 지나지 않고, 결정론적으로 생물의 형질을 좌우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키를 크게 하는 유전자, 동성애를 불러오는 유전자--이런 유전자는 없다는 것이다. 암, 키, 동성애에 연관성을 가졌다 추측되는 유전물질의 실체를 콕 집어 하나로 분리해내기란 어렵다. 유전자란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개념적 용어에 불과할 지 모른다.

유전자만 밝혀내면 생명공학의 끝이 보일 거라 믿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끝은커녕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일러준다. 유전자 결정론적 시각을 명쾌하게 비판하는 과학교양서로 가치가 있다.

책은 200여 페이지의 가뿐한 분량이지만 전문적인 내용이 압축되어 있어 쉽지는 않다.



이블린 폭스 켈러 (Evelyn Fox Keller) - 이론물리학과 생물학,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한 페미니스트 이다. 특히 '여성과 과학'이라는 주제를 학문의 영역으로 정립시킨 대표적 인물로 현재 미국 MIT 대학의 과학, 기술, 사회 연구과정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한음 -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고 199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2004년 현재 과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과학소설집 <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자연의 빈자리>, <핀치의 부리>, <복제양 돌리>, <인간본성에 대하여>,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 등이 있다.




이블린 켈러는 당신이 이미 이해했다고 생각한 것들에 생채기를 냄으로써 그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불편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매우 오랜 만에 유전학의 근본 문제를 다시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 리처드 르원틴(하버드 대학 교수)



국민일보 : 인간게놈지도는 생물이 어떻게 발달하고, 작용하는지에 대한 좀더 복잡한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해주었을 뿐 생명의 비밀에 대해 밝혀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마도 저자는 이 책에서 (...) 해 이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유전자 같은 것은 없다." - 김현덕 기자 ( 2002-05-14 )

동아일보 : 그러므로 저자가 우리 앞에 제시하는 생명공학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염색체의 언어에 따라 개체가 발생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생명체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 보다 더 복잡하고, 결국 불가능한 일일 지도 모른다.' - 유윤종 기자 ( 2002-05-11 )

문화일보 :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과학사학자인 저자는 여기에 정면으로 맞서 `유전자는 실체가 아니다`란 미검증 논제를 생물학의 최전선에 있는 분자유전체학을 빌려 조심스레 던지고 있다. - 노성열 기자 ( 2002-05-10 )

중앙일보 : 2000년 6월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영국 블레어 총리는 인간 유전자 지도가 완성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전자 생물학이 장차 인류에게 영원 불멸의 삶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흥분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복제양 돌리가 탄생했지만 유전자의 비밀을 완전히 밝혔다고 보기 어렵다. - 홍수현 기자 ( 2002-05-11 )

한국일보 : MIT 과학사ㆍ과학철학 교수로 저명한 학자인 이블린 폭스 켈러(66)가 쓴 <유전자의 세기는 끝났다>는 유전자 연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한편 유전자 이외 새로운 방식의 연구가 있어야 생명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 박광희 기자 ( 2002-05-11 )




시작하는 글 | "유전자"라는 단어의 생명력

1장 안정과 변화를 낳는 힘
: 유전자는 변화를 막는가, 아니면 일으키는가?

2장 유전자의 기능
: 유전자는 무엇을 하는가?

3장 유전 프로그램
: 생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4장 유전자 분석의 한계
: 세포는 얼마나 유전자에 의존하는가?

마치는 글 | 새로운 사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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