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학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만한 뛰어난 발견을 하고도 인정 받지도, 심지어 이해되지도 못한 채 30년의 세월을 묻혀 지낸 과학자가 있다. 그는 1950년대 이미 유전자의 '자리바꿈(특정 기능을 발휘하는 유전자의 한 단위가 통째로 자리를 옮기는 것)' 현상을 발견하였으나, 당시의 학계는 이를 그저 '미친 소리'라고 단정지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그의 발견은 정설이 되고, 사람들은 앞다투어 그의 공을 치하하기 시작한다. 1983년, 드디어 여성 단독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방안을 가득 메운 기자들을 향해 그가 한 말이라곤, "난 이렇게 사람들 앞에 있는 것이 불편합니다. 빨리 여길 피해서 조용히 내 실험실로 돌아가고 싶습니다."였을 뿐이다.

이 책은 현대 유전학의 초석이 된 탁월한 연구 성과들을 남긴 여성 과학자 바바라 매클린톡의 일대기를 엮은 것이다. 유전학이 막 태동하였을 때 미국에서 태어난 바바라는 평생을 콜드 스프링 하버에 있는 연구실에서 옥수수와 씨름하며 유전자 연구에 헌신하였다.

사실 옥수수와 '씨름'했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생명을 '느낌'으로서 생명의 신비들을 하나씩 벗겨냈기 때문이다. 지성과 감성이 절묘하게 조화된 그의 연구 방법은 차가운 현미경으로 박테리아 같은 것들을 분석하고 해부하기에 급급한 남성 과학자들에겐 낯선 것이었다.

그녀는 줄곧 '대상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또 '나에게 와서 스스로 얘기하도록' 마음을 열면 생명체와 교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관찰 대상에 자신을 몰입시킴으로서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매클린톡의 일대기는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유전학에 관한 그의 뛰어난 업적은 두말할 것도 없고, 여성이 과학을 하기에 너무나도 척박한 현실, 그리고 과학을 오로지 '이성'으로 '정복'해야 하는 어떤 것으로 바라보는 주류 과학계의 맹점을 바로 볼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과학자이자 여성인 저자 이블린 폭스 켈러는 안식년을 신청하면서까지 이 책의 완성을 위해 매클린톡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들을 수집하였다고 한다. 과학자라기보다 구도자에 가까운 그녀의 삶에서 인간과 생명에 대한 참다운 무언가를 구하고자 했음이 틀림없다. - 정선희(2001-09-28)



"매순간 뭐가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지를 알아차려야 해요. 생명은 한 조각 돌멩이가 아닙니다. 주변 환경으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지요. 생명은 바깥 환경에 따라 반응을 보이고 문제를 일으키면서 자랍니다. 이런 점들을 헤아릴 줄 알아야지요. 식물에 작은 변화가 생겨도 왜 그런지 곧 알아차려야 해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건 알 수 있지요. 예전에 없던 흠이 생겼다면, 그게 어디서 긁힌 건지 혹은 뭐가 뜯어먹은 자국인지 아니면 바람에 꺾여 그런 건지 모두 다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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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매클린톡은 과학자 중에서 대단히 드문 종(種)이다. 오늘날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생물학 흐름을 가늠한다면 그녀는 멸종 위기에 처한 그런 종이다.



이블린 폭스 켈러 (Evelyn Fox Keller) - 이론물리학과 생물학,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한 페미니스트 이다. 특히 '여성과 과학'이라는 주제를 학문의 영역으로 정립시킨 대표적 인물로 현재 미국 MIT 대학의 과학, 기술, 사회 연구과정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재희 - 1959년생. 서강대에서 생물학과 독문학을, 독일 보훔에서 인지과학과 언어학을 공부하였다. 현재는 저술과 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신과학 산책>, <녹색성서>, <깨어나는 여신>등이 있고, 역서로 <신과학과 영성의 시대>, <유전학자 바바라 맥클린톡의 일대기> 등이 있다.




경향신문 : 198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여성유전학자 바바라 매클린톡 전기. MIT 여성교수인 과학철학자 켈러는 ‘생명을 위한 과학’을 추구했던 매클린톡의 삶을 통해 ‘아무리 과학자일지라도 자연·생명과 합일돼야 그 본질을 알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김중식 기자 ( 2001-09-22 )

조선일보 : 198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바라 매클린톡 여사의 일대기를 기록한 이 평전은 퀴리부인과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동시에 읽는 느낌을 준다. 과학자 최고의 영예인 노벨상을 받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퀴리를 연상케 하고, 과학의 아웃사이더로 소외된 삶을 살아야 했던 그녀와 과학과의 이상한 관계맺음은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을 때의 아인슈타인을 떠오르게 한다. - 김태훈 기자 ( 2001-09-22 )

중앙일보 : 유전학이란 명칭이 생기기도 전인 1902년에 태어나 일평생 옥수수 유전자의 변이 과정을 연구한 매클린톡은 유전학의 역사에 분기점이 된 '유전자의 자리바꿈 현상' 을 발견한 인물. 자리바꿈이란 염색체의 어떤 인자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빠져 나온 뒤 적당한 자리를 찾아 끼어드는 현상으로, 이제는 유전학의 보편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우상균 기자 ( 2001-09-22 )

한국일보 : “아주 조그만 흔적 하나에서 생명 전체를 이해하는 단서를찾는다”는 그녀의 연구태도는 20세기 유전학에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그에 더해 실험과 논리만이 아닌 ‘생명’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과학자에게 필요함을 입증했다. - 정상원 기자 ( 2001-09-21 )




서문 | 20세기 유전학 혁명의 선구자

1. 바바라 매클린톡의 시대

2. 홀로일 수 있는 능력

3. 과학도의 길

4. 여자로 살아가기

5. 제도권에 맞선 외로운 투쟁

6. 유전학의 역사

7. 또 하나의 고향 콜드 스프링 하버

8. 자리바꿈 현상의 발견

9. 서로 다른 언어

10. 분자생물학

11. 유전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역자후기 | 실존과 통하는 그녀들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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