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하우스. 그 제목만으론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이 책은 세계적인 고생물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스티븐 제이 굴드가 쓴 '진화론에 대한 입장'이다.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어보이는 진화론에 대해 스티븐 제이 굴드는 어떤 말을 하고픈 것일까?

인류가 이룩한 주요한 지적 혁명 중 하나인 진화론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진화론에 대한 그릇된 이해가 대중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학계에도 팽배해 있다고 말한다.

이는 바로 진화를 단순한 것에서부터 복잡한 것으로,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으로, 하등한 것에서부터 고등한 것으로 나아가는 어떤 경향으로 해석하는 현상이다. 생물교과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단세포동물에서 시작하여 다세포동물, 파충류, 포유류, 궁극적으로 인간에 이르는 하나의 도식화된 그림을 보여준다. 이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생명이 '진보'한다고 보는 관점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진화란 생명이 고등한 쪽으로 발전하는 현상이 아니라, 단지 전체 시스템 즉 풀하우스(Full house) 안에서 다양성이 증가하는 것일 뿐이다.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고, 일방향적이지도 않다. 그때 그때의 자연 환경이 진화 메커니즘의 주된 요인이기 때문이다.

고로 인간 또한 진화의 예정된 목적지가 아니다. 저자는 생명 진화라는 게임을 아무리 반복한다 해도 의식을 가진 생물이 또 다시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생명의 역사에서 파충류의 시대, 포유류의 시대, 인간의 시대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굳이 따지자면 수십 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엄청난 생식력을 자랑하고 있는 박테리아가 지구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이러한 관점은 뜻밖에 자연과학을 벗어난 영역에서 우리에게 깊은 시사점을 남긴다. 우열을 매기기보다 변이와 다양성 그 자체를 존중하라는 메시지가 책의 곳곳에 숨어 있다.

우수성은 특정한 점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넓게 퍼져 있다. 인간이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깨닫기 훨씬 전부터 생명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메커니즘을 만들고 이를 환경에 적응시켜 왔다. 다윈은 바로 이 점을 먼저 깨달았기 때문에 <종의 기원>의 대단원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정해진 중력의 법칙을 따라 이 행성이 끝없이 회전하는 동안, 아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경이로운 무한한 생물종들이 진화해 왔고, 진화하고 있고, 진화해 갈 것이다." - 정선희(2002-02-22)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이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이자, 대중 과학저술가인 스티븐 제이 굴드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이다. 그는 다윈 이후 15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는 '진화=진보'의 신화를 깨고, 진화란 수직으로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갈라지는 과정일 뿐임을 보인다.

저자는 오만한 인간 중심주의가 진화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키우고 확산해 왔다고 한탄한다. 생물의 진화를 마치 호모 사피엔스라는 정점에 이르기 위한 사다리 오르기 쯤으로 생각하는 관념들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왜곡된 관점은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대중 매체와 생물 교과서, 스콧 펙 박사의 초유의 베스트셀러인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동료학자이며 사회생물학의 대가인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조차 왜곡된 진화론의 예시로 등장할 정도이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4할 타자는 왜 사라졌을까'라는 문제를 진화의 연관지어 설명하는 저자의 솜씨가 놀랍다. 대중 과학저술가로도 인정받은 스티븐 제이 굴드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이 책은 진화생물학의 폭넓은 지식을 접하게 함은 물론, 생물학에 팽배한 인간 중심의 편견을 깨뜨리게끔 도와줄 것이다.



인류는 스스로를 몹시 사랑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생명 전체를 대표하는 생물도, 가장 상징하는 생물도 아니다. 인간은 동물 종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곤충류의 대표도 아니고, 어떤 특수하거나 전형적인 생명체의 본보기도 아니다. 물론 인간은 의식이라는 진화의 기발한 발명품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오로지 인간만이 이 문제들을 반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다세포 동물군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절지동물들이 신경의 복잡성을 향한 진화를 전혀 택하지 않고도 엄청난 진화적 성공을 거둔 것을 생각해 보라. 더군다나 그 정교한 신경망이 인류를 더 '고등하다'고 지칭하는 어떤 생명체로 불꽃처럼 튀어 오르게 하려다가 인류 자신을 멸망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발명품을 생명 진화의 가장 중요한 추진력이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류는 왜 아직도 척추동물의 역사에서 지극히 미미한 한 갈래에 지나지 않는 자신들을 모든 다세포 생물들의 표본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리고 있는 것일까?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 - "찰스 다윈 이후 가장 잘 알려진 생물학자". 1941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안티오키 대학을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1967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하버드 대학교에서 지질학과 동물학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였고, 그밖에도 지질학과 과학사를 가르치기도 했다. 또한 '과학의 대중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며 과학에 대한 많은 저서를 발간한 대중적인 저술가였다.

굴드는 전형적인 68세대로, 그의 사상에는 사회주의적 색채가 짙게 깔려있다. 70년대 중반 케임브리지 보스턴을 중심으로 급진적인 성향의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전국조직 '민중을 위한 과학(Science for the people)'에 참여했으며, 작고할 때까지 진보적인 생물학자들의 비영리단체인 '책임 있는 유전학을 위한 회의(Council for Responsible Genetics)'의 자문위원직을 유지했다.

그는 과학 자체를 사회로부터 분리된 객관적이고 균일한 것으로 보지 않았고, 사회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과학을 가장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모색했다.

발생반복(recapitulation) 이론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인 '개체발생과 계통발생(Ontogeny and Phylogency)', 대중적인 에세이 모음집으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다윈 이후(Since Darwin:Reflections in Natural History, Penguin, 1980)>,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판다의 엄지(The Panda's Thumb: More Reflections in Natural History, Penguin, 1983)>, <플라밍고의 미소(The Flamingo's Smile, Penguin, 1987)>,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Time's Aroow, Time's Cycle, Penguin, 1988)>, 과학도서상을 받은 <원더풀 라이프(Wonderful Life, Penguin, 1991)>, 그리고 <불리 브론토사우루스(Bully for Brontosaurus, Penguin, 1991)> 등이 있다. <인간에 대한 오해>는 1982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여기에서 독자 여러분께 제안 하나를 하고 싶다. 돈을 딴 적은 없지만 수많은 시간을 포커 게임에 투자했던 사람의 하나로서 여러분과 내기를 하고 싶다(이 책의 제목도 포커 게임에서 따 왔다). 여러분이 끝까지 버텨주면 응분의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아마 독자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내가 쥔 풀하우스 패를 이길 수 있는 로열스트레이트플러시 패를 잡을 것이라고 보증하고 싶다.

그 대신 나는 이 책을 짧고 최대한 명료하고 재미있게 쓸 것을 약속한다. 또한 수수께끼 같고 중요하고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다른 현상이 이 책에서 내가 전개하는 개념적 도구로 잘 설명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히겠다. - 스티븐 제이 굴드(지은이)




경향신문 : 야구에서 왜 4할 타자가 사라졌나. 타자의 퇴화, 투수·야수의 진화 탓일까. 하버드대 진화생물학 교수인 저자는 통계학적 방법을 통해 ‘야구의 전반적 수준이 향상돼 변이(variation)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 2002-01-26 )

문화일보 : <풀 하우스>는 이런 `적응주의자`들의 허점을 예리하게 파헤친 비판서다. 이미 <판다의 엄지> 등에서 전문적 비판이 이뤄졌기 때문에, 굴드는 이 책을 비전공 독자를 위한 대중과학서로 썼다. 야구, 동전 던지기와 같은 일상 소재를 등장시키면서 흥미진진한 `진화의 게임`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 오승훈 기자 ( 2002-01-25 )

세계일보 : 진화생물학의 최고 권위자이자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가 최근 저술한 '풀하우스(Full House)'(사이언스북스.이명희 옮김)에서 진화는 진보나 선이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라고 주창해 관심을 모은다. - 조원익 기자 ( 2002-01-25 )

전자신문 : 저자는 그동안 생명과 자연에 대한 진화론의 관점은 인간 중심주의자들이 대중을 호도하기 위해 펼친 진보주의 세계관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부분과 전체를 혼동한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 2002-01-26 )

조선일보 :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진화생물학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고 있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역작 <풀 하우스(원제: Full House)>는 `다양성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진화를 설명한다. ( 2002-01-26 )

한국일보 : 진보적 좌파 과학사상가인 스티븐 제이 굴드(61ㆍ하버드대 지질학 교수)는 <풀하우스>에서 이러한 단선적 인간관ㆍ세계관을 단호하게 부정한다.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진화는 사다리 오르기가 아니라 가지가 갈라지는 과정이다, 진화에서 우연의 역할은 중요하다"는 것으로 그의 주장은 요약된다. - 하종오 기자 ( 2002-01-25 )




0장 작은 제안

1부 플라톤에서 다윈까지 우수성의 확산
1. 헉슬리의 체스판
2. 오해와 편견에 포위된 다윈
3. 경향에 대한 설명들

2부 죽음과 말 - 변이의 중요성에 대하여
4장 죽음, 개인적인 이야기
5장 말, 생명의 작은 농담

3부 4할 타자의 딜레마
6장 야구 역사상 최대의 수수께끼
7장 4할 타자는 더 이상 없다
8장 야구 수준의 전반적 향상
9장 4할 타자와 오른쪽 꼬리
10장 4할 타자의 절멸
11장 새로운 가능성

4부 생명의 역사는 진보가 아니다
12장 자연선택의 핵심
13장 예비적 고찰
14장 박테리아의 힘
15장 인간의 문화에 대하여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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