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에 요순우탕 시대에도 억지로 만들어서 다스림이 아니라 무위로 위정의 근본을 삼았음은, 삼라만상이 모두 제나름의 귀한 자리를 균등히 지켜서 대동세상을 이루고자 함이었소" - 박대근 -
저자 황석영은 장길산을 통해 민중의 힘과 저력과 그들의 삶의 방향과 의지를 보여 주었다. 민중들이 원하는 세상! 대동세상 이것은 균등히 자기가 처한 자리를 지켜 조화를 이루는 세상임을 말해주고 있다. "장길산" 속에 나타난 수많은 인물들! 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 균등을 거부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이타심의 마음을 하찮게 여긴 인물이 있는가 하면, 한갗 작은 미물의 움직임에도 그 소리듣고, 그것의 애증을 가슴으로 쓸어담는 인물이 상존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인간사는 결코 이 두 부류의 구분이 없는 세상! 무위의 세상을 만들기에는 요원하기만 한듯 하나 깊은 산의 물방울이 끊임없이 흐르면 언젠가 대해를 이룰 수 있듯이 또 하나의, 거듭 또 하나의 장길산이 거듭이어 나온다면 이뤄질 것이다.
대동세상의 흐름은 끊어지지 않을 것을 확신하는 장길산이 최형기에게 던진 말 속에 면면히 보여주고 있다. "내가 장길산으로 허명이 있다 하나 이것은 조선 팔도 방방곡곡의 백성들이 역병과 굶주림에 죽고 싸우며 이룬 이름이지 내 이름이 아니다. 비록 이 작은 육신이 죽어 썩어져버린다 한들 너는 장차 수없이 생겨날 장길산과 활빈도를 어찌할 터인가? 너의 공명심으로는 저자의 왈짜배에게 칼질이나 할 터인즉, 개심하여 집에 돌아가면 유순한 가장으로 여생을 살아가거라, 그 대신에... "
'세상의 소문에는 장길산이 압록강변의 벽동 수백 리의 골짜기 안에 깊이 숨었다고도 하고, 또는 두만강의 하류 서수라의 광활한 숲과 호수 사이에 대부락을 이루어 살고 있다고 하였지만, 아우도 확인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활빈도의 깃발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
장길산을 몇 번이나 읽으면서 거듭 느끼는 것은 대동세상을 향한 저자 황석영의 의지가 한문장, 한문장 속에 깊이 각인 되어 독자의 가슴에 와닿아 오고 있다. - 張吉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