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月印千江(월인천강)! 밤하늘에 달이 하나 밝게 빛나고 있지만 천 개의 강 속에도 그 달의 그림자가 동일하게 비추고 있다는 뜻으로 주희를 포함한 성리학자들이 만물의 궁극을 표현할 때 쓴 비유이다. 이것을 철학적으로 理一分殊라고 설명된다. "이치는 근본적으로 하나이지만, 다양한 만물들 속에서 다양하게 실현된다" 라는 뜻이다.  

공무도하에서 묘사된 인물들의 삶이 바로 이일분수의 또 다른 해석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生의 始終은 모두에게 단 한번만 주어진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책 속에 인물들의 발걸음들은 저마다 다른 곳과 시간 속에서 다른 색채를 띄고 있다. 

매일 상관의 욕설과 쌍소리를 들으면서 마감시간을 맞추며, 핫뉴스를 제공하려했던 문정수! 늘 자신을 괴롭히는 무좀과 싸우면서 해망이라는 인연의 끈에 매였던 사회부기자! 문정수! 

늘 2% 부족감을 늘 안고 살다가 [시간 너머로]의 저자 타이웨이 교수를 만나면서 자신 속에 감춰졌던 힘을 되찾으며 새로운 날개짓을 했던 노목희! 그녀의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던 선배 장철수! 그의 그림자를 느끼곤 했던 문정수와의 만남들!  

TV를 통해 자신의 아들이 개에게 물려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국밥집 노파의 표현을 빌려 '미친년처럼 눈알이 허옇게 뒤집혔던' 오금자! 개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개의 허리 부분에 크레파스로 색동옧을 입혀주었던 그녀의 아들!  

고향 마을 창야에서 비겁한 배신자로 낙인 찍혀 외딴 곳 해망에 와 미군들의 폭격훈련장이었던 곳에서 베트남 여인 후에와 포탄껍질을 줏어서 팔며 생계를 이으며, 과거의 기억을 잊으려했던 장철수! 그러나 그는 해망에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아니 잃고 심지어 신장마저도 잃고 이름없이 빛도 없이 창야로 돌아온 그의 삶!  

수많은 화재 현장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활약을 한 베테랑 소방수 박옥출! 캐피털백화점의 화재 속에서 귀금속들을 손에 넣고, 그것을 장물아비에게 팔아 고향! 해망으로 내려가 고철사업을 시작하려 한 그에게 닥쳐온 시련은 신장염! 그로 인해 건강이 망가질대로 망가졌지만 장철수의 신장으로 다시금 건강을 되찾고 마침내 해망지역에서 유지로서의 삶을 살아간 박옥출!  

매립지 현장을 거닐다 크레인 깔려 사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죽은 방미호! 그녀로 인해 그 지역주민들이 보다 많은 보상금을 챙기게 되는 과정! 또 딸의 죽음의 댓가로 받은 돈을 가지고 9대째 이어진 고향땅 해망에서 종적을 감춘 방미호의 아비! 방천석!  

우리가 살아가면서 신문의 작은 귀퉁이에 기사화 될법한 이야기들의 주인공들! 이들을 저자는 책 속에 담아 우리의 가슴으로 그들을 보게 하고 있다. 이 시대의 아픔과 슬픔이 너무도 쉽게 잊혀지는 것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을 공무도하를 통해 비춰주고 있는 것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