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며 강유위의 대동서 Easy 고전 30
김동기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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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근대 사회 시작의 계기는 르네상스, 종교개혁, 시민 혁명이라 볼 수 있다. 이 세가지 계기들은 이전 사고의 틀과 새로운 종교적이념, 새로운 사회주체의 등장을 낳게하여 서양 전반의 가치관에 대한 재해석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중국의 근대화도 정신적 측면에서 보면 유교의 재해석을 통해 공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고 할 수있다. 이런 점에서 공자의 사상을 근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강유위를 동양의 마르틴 루터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청나라 말기에 시도된 여러 변혁 운동은 공자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자를 새롭게 해석하면서 중국의 활로를 모색해 나갔다. 당시 지해했던 사상적 기류는 금문경학과 공양학으로 강유위에게도 영향을 미치게된다. 금문경학은 청말기 발달한 고증학으로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경전을 해석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고문경학(주자학자들이 내린 전통해석방법을 따르는 것)에 반대한 사상이며, 공양학은 유교의 역사 이론에 진화론을 결합한 사상이었다.  

금문경학을 바탕으로 그는 당대의 정통 유학에 반기를 들고 혁명적 재해석을 함으로써 기존의 사상을 뒤바꿔 놓으려 했다. 그 중심에는 역시 공자가 자리 잡고 있다. 공자는 금문 경전 특히 춘추공양전을 통해 역사적 변화의 과정을 거난-승평-태평으로 설명했다. 거난은 인간세상이 질서 없이 이해관계만을 가지고 다투는 사회, 승평은 어느 정도 질서가 잡혀 싸움은 없지만 질서유지를 위한 기준이 마련되기 위한 준비기, 태평은 각 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 그 자체가 행복한 시대이다.  강유위는 이러한 공자의 사상을 재해석 발전시켜나가는데 유입된 서양사상을 접목시켜 전통사상과 근대 사상을 융합하려고 했다.  

대동서는 그의 이런 사상의 총화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거기에는 대동 사상을 담고 있는데 그것은 예기의 예운편에서 그 원류를 찾고 있다. 그 세상은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사회 질서가 유지되고 내것, 네것이라 다투지 않고, 만인이 평등한 세상이다. 이 대동 사상은 중국에서 개혁과 혁명을 추진하였던 사상가나 정치가들에게 많든 적든 영향을 끼쳤다.  

대동은 대도와 공의에 바탕을 두어 현자를 수장으로 삼고, 능력에 맞게 공직자를 선정하여, 신의와 화목을 펼쳐 나가는 상태이다. 대동사회의 기본적인 내용은 첫째 이 사회의 궁극적 원칙은 '천하에 공의를 실현한다' 이다. 이는 공유제에 기초한 것이며, 둘째 재산 공유는 대동 사회의 경제적 기초이다. 셋째는 각자 사회를 위하여 힘을 다해 노동하는것이며, 넷째는 산업의 분업화, 다섯째는 민주주의 실행, 여섯째 사유 관념이 없으며, 진정한 박애가 인간 사상을 지배하는 것 등이다.   

강유위의 대동서는 아직도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서이기도 하고, 현대 사회에서 유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동 사회를 이르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구체적 제안들이 앞뒤가 맡지 않는 부분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현실성이 부족하여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그의 대동서의 사상적 배경인 사회진화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인간을 식물이나 동물처럼 인위적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그릇된 생각을 담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대동서는 실질적인 변혁을 위한 프로그램이기 보다는 이상적인 사회, 즉 유토피아를 묘사한 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구의 학문과 사상을 촉매로 하여 무너져 가는 중국의 전통 사상을 새롭게 되살리려는 한 선각자로서 강유위의 정신은 높이 사야 하며, 또한 수천년 동안 관습처럼 내려온 유교를 과감하게 수정하고 재해석해 냈다는 데서 그에 대한 의의를 찾을 수있다. 외국의 모델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자국 사상내부에서 발전된 사회의 모델을 찾아내려 했다.  

대동서가 비록 유토피아적 색깔을 띤 것으로 평가되지만 강유위가 그 책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세상은 지혜의 한 꼭지로 받아들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우리의 옛 것은 무조건적으로 터부시하며, 유행만을 쫓아가려는 생각들이 팽배해져 있다. 이런 시대에 강유위이 대동서는 우리가 가진 것과 들어오는 남의 것을 잘 걸러서 태평의 세상을 만드는 지침서로 삼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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