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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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세계사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인도의 제도는 4개의 계급이 있고, 그 계급에 속하지 못하는 하층민인 불가촉천민이 있다라는 단 몇 줄의 내용을 보고 그들의 삶은 생각지 못한채 단지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외우기만 했다.  

20여년이 지난 후 이 책을 읽으면서 단 몇 줄로 표현되어서는 안되는 불가촉천민의 삶을 보게 되었다. 물한 모금마시는 것조차 개,돼지 보다 늦게 먹어야 하는 취급을 받았던 사람들, 신이 내린 은총을 오직 '구걸하기만 하던 달리트들!  

'아이고, 아들아 우리는 마하르야! 물을 건드릴 수없어. 그랬다간 물을 더럽혔다고 벌을 받게 된단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전부 거기서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지.' 이해할 수 없었어. 그런데 말이야 소니! 뒤를 돌아보았더니 아까 그 개가 물통에서 물을 핥고 있는 거야! 그때 처음으로 마하르보다 차라리 개로 태어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신분의 굴레를 과감하게 거부하고 투쟁을 통해 떨쳐 일어났던 사람을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나렌드라 자다브는 자신의 부모가 카스트 제도에서 어떻게 벗어나고자 피나는 투쟁의 삶을 살았는가를 아버지 다무와 어머니 소누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네 놈들 앞에 머리를 조아리지는 않겠다. 자 어서 때려라. 있는 힘껏 때려서 나를 죽여라. 힘없는 마하르가 제 의무를 다하다 맞아 죽었다는 것을 온 세상에 알려라, 봐라, 온 마을이 네 놈들의 잔악한 짓거리를 지켜보고 있다." 라고 경찰서장에게 외친 다무의 함성은 신분의 벽을 허무는 혁명을 알리는 첫 사자후가 되었다.  

이 외침을 시작으로 다무와 소누는 카스트제도의 벽과 전쟁을 선포하며 고향마을 뛰쳐 나오게 된다. "우리 집에서 제일 먼저 카스트 차별에 저항한 사람이 누구게?" 라고 손녀(아푸르바 자다브)의 질문은 할아버지 다무의 삶을 잘 대변해주는 물음이다.  

비록 카스트의 부당함을 깨닫고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떨쳐 일어났지만 그들에게는 투쟁의 방향을 설정하고 어떻게 해야하는 가는  알지 못했다. 그러한 소누와 다무의 투쟁의 열정에 생각을 채워주는 이가 있었다.  그가 바로 바바사헤브 암베드카르 박사였다. 바바사헤브는 인도 민중에게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 그리고 문명과 문화의 혜택을 받을 권리를 더 이상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며, 우리는 인간으로서 타고난 권리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다무는 바바사헤브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자신들의 권리를 구걸하지 않고 투쟁하는 길을 걷게 된다.  

이 투쟁의 길이 자신의 대에 그 일을 못하더라도 자식의 대에는 그런 굴레를 넘겨 주지 않기 위해 다무는 바바사헤브가 자신의 두 아들에게 이야기한 교육을 통한 권리의 쟁취의 길을 걸어간다. 결국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게 되며 자녀들 또한 그런 부모의 뜻을 잘 따르며 인도의 역사, 종교, 신분, 문화 속에 인이 박힌 카스트제도의 벽을 허무는 길들을 걷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잃어버린, 빼앗긴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가를 보게 된다. 하지만 다무가 소누에게, 소누가 다무에게 건냈던 삶의 회복을 위한 따뜻한 말! "무지개가 뜨려면 비와 햇살이 모두 필요하다" 신조차 버린 이들의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불가피한 비와 햇살의 과정들을 기꺼이 감내하며 나가는 두 부부의 아름다운 그림이 너무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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