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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킥의 변천과 유형 그리고 한국축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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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전문가 박문성 | 기사입력 2007-09-10 13:21 | 최종수정 2007-09-10 16:02 |
누군가 물었다. “우리 선수는 무회전 프리킥을 찰 수 없나요.” “왜요?” “(한국대표팀) 경기를 보다 프리킥 기회를 얻어도 넣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보단 넣을 수 있을까 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먼저 들어요. 요즘 유행하는 무회전 프리킥을 차는 선수도 없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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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킥 등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국축구가 득점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프리 키커의 육성과 킥의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 베스트일레븐 |
축구에서 프리킥 등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수비에 중점을 두는 전술이 대세인 탓에 순간 힘을 집중시켜 골을 잡아내는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월드컵 본선 득점 중 세트피스에 의한 골 비율이 30%를 상회한다. 98프랑스월드컵 39.8%, 2002한일월드컵 30.4%, 2006독일월드컵 33.3%다. 10골 중 3골 이상이 프리킥 혹은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셈이다.
한국대표팀의 경우는 어떨까. 예선 중인 올림픽대표팀 자료를 분석했다. 2차 예선 6경기 동안 득점은 모두 10골. 이 중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은 1골에 불과하다. 4월18일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에서 백지훈이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뽑아낸 것이 전부다. 최종예선에 들어서는 프리킥 성공률이 상승했다. 8월22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김승용의 프리킥을 이상호가 헤딩으로 동점골을 성공시켰고 9월8일 바레인전에서도 김승용이 찬 프리킥을 강민수가 껑충 뛰어올라 머리로 공의 방향을 전환, 골 망을 흔들었다. 최종예선 3골 중 2골이 프리킥에 의한 골이었으니 비중만 놓고 본다면 확연한 증가세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프리킥을 직접 골로 엮어내는 확실한 한 방의 부족이다. 골문 구석을 꿰뚫는 날카로운 휘어 차기나 눈 깜짝할 사이에 빨려 들어가는 강력하면서도 정확한 프리킥을 보기 힘들다. 올림픽대표팀의 경우 문전 프리킥은 김승용 백지훈 이상호, 먼 거리 프리킥은 김진규 등이 키커로 나서 차지만 성공률이 기대만큼은 아니다.
진일보하는 프리킥의 세계적 추세에 미치지 못하는 한국축구다.
>>> 비중을 확장해가는 프리킥 득점
프리킥은 진보 중이다. 규정과 유형에 변화를 거듭하며 위협적인 공격옵션으로 부상했다. 축구종가 영국에서 근대축구 룰의 기초가 만들어진 1863년 당시에도 프리킥이라는 용어는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와는 의미가 다소 달랐다. 반칙에 따른 플레이가 아닌 상대가 찬 공을 손으로 직접 잡을 경우 상대에 방해 받지 않고 자유롭게 찰 수 있는 권리였다. 미식축구 용어인 페어캐치(fair-catch)로 당시 축구와 럭비가 갈라서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존재했던 규정이다.
1873년 반칙에 따른 프리킥 제도가 도입됐다. 재미있는 것은 반칙을 당한 선수가 어필할 경우 프리킥이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주심이 프리킥을 선언하는 방식은 1890년 제도화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프리킥은 간접 프리킥(키커가 찬 공이 다른 경기자에 터치된 뒤 골문으로 들어가야 득점 인정)이었으나 1903년 바로 골을 노릴 수 있는 직접 프리킥이 탄생했다. 현재처럼 반칙의 종류에 따라 간접과 직접 프리킥으로 나뉜 것은 1938년의 일이다. 공격자에게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프리킥 규정이 변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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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예술가' 미셸 플라티니는 감아 차기 프리킥의 원조로 불린다 |
참고로 간접과 직접 프리킥의 구별은 파울 성격에 따라 갈린다. 부정하게 손을 사용하거나 차거나, 덤벼들거나, 때리거나, 잡거나, 밀거나, 침을 뱉는 등의 행위는 상대의 직접 프리킥으로 이어진다. 오프사이드, 위험한 플레이, 골키퍼의 6초룰 등의 규정 위반은 간접프리킥에 해당한다. 자기진영 벌칙구역에서 직접 프리킥에 해당하는 파울을 범할 경우는 페널티킥이 선언된다.
>>> 직접 프리킥과 인조 피혁 공의 등장
만약 자신의 골 에어리어 안에서 간접 프리킥에 준하는 파울을 했을 경우, 9.15m 거리를 떨어져야 하는 규정과는 별도로 위반이 일어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골라인과 평행된 골 에어리어 선상에서 간접 프리킥이 주어진다. 골 에어리어와 골라인의 거리가 5.5m에 불과한 까닭에 9.15m의 반절에 해당하는 골라인에 수비벽을 쌓을 수 있다.
제도와 함께 공 제작 기술의 발전이 낳은 프리킥의 위력이기도 하다. 예전 축구공은 천연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조각마다의 통일성을 그만큼 갖추기 힘들었다. 방수처리 등의 기술도 부족했다. 때문에 킥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 들어 인공 피혁으로 만든 공이 선보였다. 반발력과 정확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수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기계공법이 도입되며 오늘날엔 32개에 달하던 조각과 육각형 혹은 오각형이던 패널 모양을 단순화 시킨 원형에 가까운 공 제작이 가능해졌다. 공의 탄력이 극대화돼 키커와 골키퍼의 유불리가 확연히 갈리게 됐다.
>>> 펠레, 플라티니 그리고 C.호나우두
프리킥의 유형에도 변화와 역사가 존재한다. 오늘날 프리킥은 인사이드로 감아 차거나 인스탭으로 강하게 때리는 킥이 주류다. 데이비드 베컴, 호나우딩요,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시니사 미하일로비치,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후안 로만 리켈메, 나카무라 순스케(너무나 많아 언급이 어려울 정도다) 등의 프리킥 유형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감아 차는 프리킥이 대세였던 것은 아니다. 천연 가죽 공을 차던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공의 반발력이 작다보니 힘을 중시하는 아웃사이드킥이 선호됐다. 66잉글랜드월드컵 불가리아전에서 브라질의 펠레와 가린샤가 연속해서 보여준 프리킥 골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UFO 프리킥의 주인공 호베르투 카를로스에게 영감을 준 장면이기도 하다.
오늘날처럼 발 안쪽으로 감아 차는 프리킥의 원조로는 축구공의 진화가 본격화한 1980년대 프랑스의 미셸 플라티니가 꼽힌다. 플라티니는 우아하면서도 예리한 프리킥으로 당대 유벤투스와 프랑스를 유럽 최강팀으로 이끌었다.
근래 화제는 마구로 불리는 고속 무회전 프리킥이다. 발등으로 공의 정중앙을 강하게 때려 공의 회전을 최소화하는 킥이다. 회전이 없는 대신 공과 공기의 미세한 마찰로 불특정 방향으로 계속해서 공이 흔들리며 날아가는 프리킥이다. 골키퍼 입장에서는 막기 여간 어려운 프리킥이 아닐 수 없다. 차는 순간의 신체 균형과 발목의 강함이 받쳐줘야 하는 킥으로 고난도의 기술로 불린다. 브라질의 주닝요 페르남부카누,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피를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도 등의 전매특허로 통하는 프리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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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킥은 진보 중이다. 규정과 유형에 변화를 거듭하며 위협적인 공격옵션으로 부상했다. 근래에는 브라질의 주닝요, 이탈리아의 피를로, 포르투갈의 C.호나우도 등의 고속 무회전 프리킥이 주목받고 있다. |
>>> 무회전 프리 키커를 만나고 싶다
국내에도 프리킥 전담 키커의 계보가 존재한다. 당연한 흐름이겠으나 세계적인 프리킥 유형의 변화와 궤를 같이 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기교보다는 힘을 중시하는 킥이 주류를 이뤘다. 1970년대 박병철을 비롯해 조민국, 황보관, 홍명보, 이기형, 노상래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하석주, 신태용, 이을용, 윤정환, 고종수, 이관우, 이천수 등 감각적인 킥을 활용한 프리 키커가 등장했다. 아쉽게도 무회전 프리킥을 차는 국내 선수는 아직까진 없다.
국내외를 통틀어 프리킥의 명수로 불린 선수들의 공통점은 후천적 노력이다. 정지된 공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차야 하는 까닭에 반복된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프리킥이다. 세계적인 프리 키커로 명성을 얻고 있는 베컴과 호나우딩요, 피를로 등이 팀 훈련이 끝난 뒤에도 밤늦게까지 개인 프리킥 훈련을 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발톱이 깨지는 등의 아픔을 참고 엮어낸 인내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듣고 있는 한국축구다. 전술적 보완 못지않게 선수 개개인의 노력이 전제돼야 풀 수 있는 과제다. 그 중 하나가 세계축구의 흐름과 부합할 수 있는 프리킥 능력의 배가일 것이다.
9월12일 시리아와 2008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른다. 3일 뒤에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에 불을 뿜고 있는 2007K리그 정규리그가 휴지기를 끝내고 재개한다. 내년이면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이 스타트한다. 시원스런 골들이 터져 나와 축구팬들에게 함박웃음을 던져줄 수 있을까. 또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환상적인 프리킥을 만끽할 수 있을까. 답은 노력과 땀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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