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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경쟁 - 패자 부활의 나라 스위스 특파원 보고서
맹찬형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스위스패러독스라는 말은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은 스위스가 매우 놓은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76쪽)
그렇다면 대학진학률이 80%가 넘음에도 근로소득이 지속적으로 줄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 우리는 '코리아 패러독스'라고 부름직하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고등교육이라는 방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원하는 직업과 활동을 보장해줌으로서 일의 질을 높인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졸업증이라는 기본 자격증을 문턱으로, 사람이 일자리에 맞춰 전공을 바꾸어야 하고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생각해보자. 경쟁력이라는 것은, 상대적 우위다. 즉, 어떤 기준점을 넘는 문제를 가지고 우리는 경쟁을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가/부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세계가 인정하는 높은 학업성취도에도 불구하고 그에 부합하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는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그 사회가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는 방식, 여기서는 일자리를 유지시키고 만들어내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
이 책은 스위스라는 나라에 대한 것도, 혹은 특파원으로서 써놓은 경험에 대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스위스라는 사례, 기타 저자에게 영향을 준 사례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조망하고 따져보려는 비판서다. 그래서 책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스위스를 경유하여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레까지 간다.
이 책에서 단연 백미라면, '3장 공존은 디자인돼야 한다'는 장일 것이다. 특히 스위스에서 실시하는 직접주민투표방식의 민주주의제도다. 법률과 제도가 사회적 합의물이라고 볼때, 우리의 입장에서는 과거에 과거에, 누군가가 합의했다는 모호함 속에서 법률과 제도를 바라본다. 무엇보다 국민인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대형마트 입점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시의원/구의원을 쫒아다녀야 만 하는 우리의 현실과, 거주민 직접투표를 통해서 다수의 의견을 확정하는 방식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스위스는 협동조합 방식의 좋은 상점이라 하더라도 연장운영을 반대한다. 그것은 편의의 확대보다는 노동자들의 생활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플 유럽지사가 유치된다고 해서 호들갑도 없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것은 사회 안에서의 결정이 그 안의 모든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당연한 사실을 넘어서서 '내가 결정한 그 것이' 내 삶에, 그리고 이웃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직접성에 있다. 그것이 스위스 직접민주주의의 효과다.
2.
또하나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은 40년 넘게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러오면서 대형 건물을 신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55쪽)
그래서, 위와 같은 사례는 탄성을 부른다. 우리 같았으면? 안봐도 뻔하지 않은가. 전세계의 부자가 모이는 행사임에도 그 곳에서 사는 사람 중심으로 지역을 지킨다는 것은 스위스의 강함을 보여주는 주요한 단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서 이런 스위스의 특징이 '왜' 나타나는지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수수께끼처럼 책을 읽는 내내 찾아볼 수 밖에 없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스위스의 농업정책에서 찾았다.
내가 수출의존도가 높아서 전자 제품과 자동차를 많이 내다 파는 방향으로 무역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의 조건을 얘기하면서 스위스의 농업 보조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따졌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네 얘기 이해하는데 그래도 사람이 휴대폰을 먹고 살 수는 없잖아?"
일종의 자립조건이 갖춰진 국가가 보일 수 있는 국민성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다보스의 경우, 포럼을 개최하던 개최하지 않던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주민들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땅을 팔아 부자가 되는 졸부도 없을 것이며, 오로지 외국손님의 취향에만 맞춘 이상한 까페니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농업이다. 스위스는 스스로 먹고 살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농업에 대해 배타적인 지원이 많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부자 동네 국회의원에 출마한 김종훈이라는 이가 농업보조금에 대해 '다방농부'라고 비아냥되며 도덕적 해이 운운하고 있을 때, 스위스는 그저 소를 몰고 산에 올랐다가 내려만 와도 보조금이 나온다.
이정도의 자립조건이면 스위스라는 나라가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경제에 맞춰 숨가쁘게 돌아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책 "따뜻한 경쟁"은 바로 이런 부분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3.
사족을 붙이자면, 이 책은 언론인들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삼성언론재단에서 지원하여 나온 책이다. 이 책의 성격상, 딱히 삼성의 입맛에 맞지는 않아보이더라도 책이 나왔으며 저자는 삼성재단에게 감사움을 표시했다. 어떻게 봐도, 대단하다 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