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일 땐 불가능하지만 여러명일 땐 할 수 있다고 하는 부분이 감동적이었다. 완전히 사라지길 꿈꾸는 두 명의 여성 이바와 클레어 이야기. 사소한 부분도 쫀득쫀득 잘 이어져 있고 페이지 술술 넘어간다. 여성들의 연대 이야기 이젠 뻔할 때도 됐지만 여전히 재밌음. 근데 이바는 브루클린 가서 갈색머리로 염색한다더니 비행기 탄건지 안탄건지 모르겠네.
판매량만 보고 ‘쓰여진지 오래 됐지만 그래도 고전은 고전!’ 이라고 쓸 줄 알았는데 과학서라서 그런지 오래 전에 쓰인 책이라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책이 쓰일 때는 가설로만 있었던 내용이 지금은 사실로 밝혀졌다던가,, 저자의 의견과 다른 사실이 증명되기도 했다. 엄청난 데이터로 계속해서 증명하는 것은 유라시아 사람들은 인종적으로 우월한 게 아니라 그냥 큰 땅덩어리에서 진화했기에 운 좋고 유리했을 뿐이라는 것. 계속해서 강조해서 말하니까 그래 알겠다고 싶을 정도. 이것이 한국인의 열등감을 채워줬던 것이려나.. (지금까지도 잘 팔리는 것이 의문)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가 문과생이라면 이 작가는 완전 찐 이과생이다. 계속해서 데이터를 때려 붓는다. 마지막 일본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우리 나라도 고고학 연구에 돈 쏟아 붓고 인문학을 정부가 크게 지원해줬다면 영어로 논문도 많이 나오고 세계적으로 나라 인지도도 커졌을텐데 아쉽기도. 이 책을 쓴 이후의 작가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부하며 자신의 생각을 다듬고 정제하면서도 유연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음.. 그냥 너무 재미가 없다. 주인공(작가의 페르소나?)이스릴러 작가인데 글을 너무 쓰기 싫어하고 딴 데 정신이 팔려있음. 이 책도 이렇게 쓰기 싫어하면서 썼나 싶어서 좀 그렇다. 짝꿍 베로의 역할도 그저 그렇다. 작가로서도 킬러로서도 탐정으로서도 이도저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 말도 안되는 일에 휘말리는 이야기. (좀 못되게 말하면) 어중이 떠중이 다 스릴러 쓰네.
범인이 누구냐, 범행 동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스릴러의 성향이 달라진다. - 대반전! (떡밥이 없음)- 그럴 줄 알았다 (떡밥이 많음)- 현실감은 없지만 무서워.. (쌩뚱맞은 사이코패스)- 이사람이라고? (쌩뚱맞은 주변인)- 엥? (실험적 일본추리)이 중에 하나가 대부분이어서 장르소설 좀 읽었다 싶은 사람들에게는 범인 맞추기는 큰 재미 요소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요소들로 잼얘를 줘야 좀 재미있다 싶지. 서술형 트릭도 그 중 하나인데 이건 좀 식상하긴 해서. 아니면 진짜 감동적인 서사를 갖고 있거나.. 그래서 요즘 평타치는 스릴러는 많지만 막 와 미쳤다 싶은 책은 없는 듯하다. 이 책은 재미요소는 평타 이상. 범인은 역시 평타. 너무 자세한 묘사는 재미를 좀 반감시켰다. 그래서 총합 평타. 스포 있는 의문점 하나:요즘 부검하면 자살여부는 쉽게 알 수 있다고 하던데 대체 왜?
넷플릭스의 더크 젠틀리 시리즈를 재밌게 보고 원작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컨셉은 비슷하지만 매우 달라서 아는 내용을 상상하고 읽다가 뒷통수 맞음. 드라마도 신기하네.. 완전히 다른 내용을 ㅎㅎ 아무튼 더글라스 애덤스의 상상력은 정말 기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