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2인칭 시점이라 적응하기 좀 어려웠다. 몇몇 여자들의 이름이 아무런 정보 없이 나오고 어렴풋이 피해자들일 것이라 가정하고 읽었는데 나중에 책을 마치고 다시 첫 챕터를 읽으니 그저 이름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나간다. 범죄자의 서사에서 시작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 피해자의 눈으로 시점이 바뀌며 독자를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끌어당긴다. 솔직히 말해서 그러면 안되는 거 알면서도 불행하고 잘생긴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고 하니까 나도 흥미로워하는 시선으로 안셀을 바라본 것은 인정하겠다. 하지만 작가는 매우 영리하게 우리의 색안경을 벗기고 피해자와 같이 앉게끔 한다. 마지막 결말에서는 뭉클하고 울컥해서 잠시 울었다.
2023 읽은책 중 베스트. 주변 지인들에게 모두 추천했고 다들 좋아했다. 문장이 수려하고 내용도 좋다. 스릴러인지 알 수 없고 언제까지 추억은 방울방울이냐는 평도 있는데.. 나 역시 순문학을 못 놓는 작가의 작품을 거칠게 평가한 적이 있는지라 ㅎㅎ 할 말은 이 어둡고 아름다운 책을 꼭 끝까지 읽으세요!! 스코틀랜드의 잔혹한 아름다운 스릴러 문학의 진수! 2권 번역해 주세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보게 되는 본격추리소설.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웃음이 난다니 사이코패스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는데 정말이다. 나만 그런가? 젊은 감각의 통통 튀는 매력의 대척점에 묵직한 글쓰기와 미스테리소설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어 보는 내내 즐거웠다. 가볍게 하루만에 읽을 수 있었지만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에 맥주 한 잔 하면서 호로록 읽기 좋고 퇴근길에 한편씩 읽어도 좋고 자기 전 한 편씩 읽어도 부담없이 즐거울 것이다. 여러모로 예측 불가의 새로운 재미. 19세기 소설 읽다가 넘어가서 더 재미있었나..
밤 12:30까지 읽었다. 엄청난 페이지 터너.. 고전적인 서술 방식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퀴어는 아니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영화 불초상이 떠오르기도 했다. 미스터리하고 끝까지 웃겼던 캐릭터는 백작..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냈지, 오랜만에 잠을 미루면서까지 읽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호불호가 있는 책이라고 들었는데 일단 시작부터 매우 불호였다. 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이야기가 얼기설기 잘 짜여져 있고 떡밥 모두 다 회수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진정한 페이지 터너. 장르소설이 가져야할 미덕을 모두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인공이 너무 싫은 인간이라는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